그렇게 뿌려댔는데도 돈이 안돈다.. 글로벌 '돈맥경화' 심각

2013. 8. 15. 21:03C.E.O 경영 자료

그렇게 뿌려댔는데도 돈이 안돈다.. 글로벌 '돈맥경화' 심각

국민일보 | 입력 2013.08.15 17

 

 

전 세계적으로 돈이 돌지 않고 있다. 각국 중앙은행이 금융위기 이후 유동성 공급을 대폭 늘리고 있지만 이 돈이 실물부문으로 흘러가지 않으면서 경기회복세가 미약한 상황이다.

돈의 흐름을 보여주는 글로벌 통화승수는 금융위기 이후 최저치를 기록했다. 우리나라도 '돈맥경화(돈이 실물분야로 가지 못하는 것)' 현상이 16년 만에 최악의 수준으로 나타났다.

금융감독원은 15일 '금융위기 이후 글로벌 유동성 현황 및 향후 전망' 보고서에서 6월 말 현재 달러·엔·유로화의 전체 통화승수는 5.2로 금융위기 이전인 2007년 말(9.6)보다 46.3%나 하락했다고 밝혔다. 이는 금감원이 금융위기 이후 통계를 작성한 이래 최저치다.

통화승수는 본원통화 1단위가 몇 배의 광의통화(M2)를 창출하는지를 나타내는 지수로 수치가 높을 경우 통화 공급→대출→소비·투자 활성화로 인해 통화창출이 활발해진다는 의미다.

금감원 김철웅 금융시장분석팀장은 "대규모로 공급된 본원통화가 경제회복에 대한 확신 부족, 시장 불확실성 상존 등의 이유로 실물부문으로 원활히 흐르지 못하고 중앙은행으로 상당량 돌아오면서 통화승수가 큰 폭으로 떨어졌다"고 분석했다.

각국 중앙은행들이 돈을 풀어도 가계와 기업이 과도한 빚과 경기 불확실성 등으로 인해 소비와 투자를 위한 금융기관의 대출을 받기 꺼리면서 시중 유동성이 확장되지 않고 있는 것이다. 금융기관 역시 대출보다는 지급준비금(은행이 예금자들의 인출 요구에 대비해 예금액의 일정비율 이상을 중앙은행에 예치하는 자금)만 쌓는 바람에 넘치는 돈이 중앙은행으로 다시 돌아가고 있다.

통화승수가 낮으면 경기부양에 따른 경제성장이 쉽지 않다. 일본 아베 내각이 출범 직후부터 공격적 양적완화 정책을 펴고 있지만 통화승수는 지난해 말 8.3에서 지난 6월 말 6.7로 크게 떨어졌고 경제성장률은 올 1분기 전 분기 대비 0.9% 성장에서 2분기에는 0.6%로 하락했다.

우리나라의 돈맥경화 상태는 더욱 심각한 상황이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 3월 현재 통화승수는 20.80으로 1997년 2월(19.05) 이후 16년여 만에 최저치를 기록했다.

경제의 활력이 돼야 할 기업들은 돈을 내부에 쌓아두기 급급하다. 한국거래소 등을 보면 유가증권시장의 10대 그룹 소속 계열사들의 2012년도 유보율은 1441.7%로 2008년 말(923.9%)보다 517.8% 포인트 높아졌다. 유보율은 잉여금을 자본금으로 나눈 비율로 이 지표가 높다는 것은 돈이 투자 등으로 흘러가지 않고 곳간에 쌓여 있다는 의미다.

10대 그룹 상장 계열사의 자본금은 28조1100억원으로 2008년 말보다 10.3% 늘어나는 데 그쳤지만 잉여금은 같은 기간 235조5589억원에서 405조2484억원으로 72.0%나 급증했다.

홍익대 경제학과 전성인 교수는 "돈맥경화 현상이 심화되고 있다는 것은 그만큼 우리나라를 비롯한 전 세계 불황이 장기화하고 있다는 의미"라며 "디플레이션(물가하락에 따른 경기침체) 방지를 위한 공동대응이 요구되고 있다"고 말했다.

고세욱 기자 swkoh@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