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신고용 전통 흔들리는 日..노동자 반발 거세

2013. 8. 17. 20:31C.E.O 경영 자료

종신고용 전통 흔들리는 日..노동자 반발 거세

조선비즈 | 한동희 기자 | 입력 2013.08.17 17:

 

 

일본을 대표하는 고용 문화인 종신고용 문화가 흔들리고 있다. 지난달 일본 정부가 해고 규제 완화를 검토하겠다고 발표한 가운데, 사회적 반발이 거세다고 뉴욕타임스(NYT)가 16일 보도했다.

NYT는 일본 전자회사 소니의 공장 근로자인 슈사쿠 타니의 사례를 소개했다. 올해로 32세인 그는 하루를 대기발령실에서 40명의 동료와 함께 보낸다. 주로 신문을 읽거나 인터넷 서핑으로 시간을 보낸다. 소니의 마그네틱 테이프 부서에서 일했던 타니는 해고 대상자다. 그가 일했던 부서는 사업 부진으로 이미 사라진 지 오래다. 회사는 조기 퇴직을 권유했지만 거부했다. 그는 "절대 떠나지 않을 것"이라면서 "회사는 이런 식으로 비인간적으로 노동자들을 대해서는 안 된다"라고 말했다.

NYT는 이런 대치 상황이 요즘 일본 회사에서 새삼스러울 게 없는 광경이라고 전했다. 최근 일본 정부가 해고 조건을 완화하려고 나서자 대립은 더욱 고조되고 있다. 아베 신조(安倍晋三) 정부는 지난달 말 도쿄(東京), 오사카(大阪), 아이치(愛知) 등 국가전략특구에 한해 해고 조건을 완화하는 방안을 검토한다고 밝혔다.

종신고용을 보장하는 문화로 유명했던 일본 기업들도 직원 해고에 나섰다. NYT는 일본 현지 매체 보도를 인용해 소니를 필두로 파나소닉, NEC, 도시바 등이 대기발령자 수를 늘리고 있다고 전했다.

경제 전문가들은 해고 규제 완화를 긍정적으로 평가한다. 일본 노동시장에 유연성을 불어넣고, 경영난에 시달리는 기업들에 숨통을 틔워줄 수 있다는 것이다.

NYT는 적자에 허덕이는 소니 같은 기업을 대표 사례로 들었다. 직원 수가 14만6000명에 이르는 소니는 삼성전자 등 경쟁자들에 밀려 경영난을 겪고 있다. 최근엔 소니 대주주인 미국 헤지펀드 거물 대니얼 로엡이 엔터테인먼트 사업 분사를 요구하는 등 압력에 시달려 왔다. 주가는 지난주 10% 하락했다. NYT는 소니의 경우 해고 규제 완화가 부실 사업 부문을 정리하고, 보다 혁신적이고 촉망받는 사업에 뛰어들 기회가 될 수 있다고 썼다.

하지만 반대 목소리도 있다. 일본 정부의 노동 개혁을 비판하는 전문가들은 "해고가 쉬워지면 일본의 사회 구조가 무너질 것"이라고 지적한다. 실업자가 기하급수적으로 늘고, 소득 격차는 더 벌어질 우려가 크기 때문이다. NYT는 "안정과 상대적으로 균등한 소득을 자랑해 온 일본은 이런 변화를 받아들이기 어려울 것"이라고 전망했다.

일본 기업들이 시행하는 대기발령 조치가 가혹한 처사라는 비판도 나온다. 지난해 도쿄 법원은 교육서비스 회사 베네스에 대기발령 조치한 직원을 복직시킬 것을 명령했다고 NYT는 전했다. 조기 퇴직을 거부한 직원에 하찮은 일만을 시키며 모욕했다는 이유에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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