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자금 미국·신흥국 → 서유럽으로 `일단 대피`

2013. 8. 23. 22:08C.E.O 경영 자료

글로벌자금 미국·신흥국 → 서유럽으로 `일단 대피`

 

 

◆ 글로벌 금융시장 어디로 ◆

매일경제


미국 양적완화 축소 우려, 아시아 신흥국 위기 속에서 서유럽이 글로벌 자금 '대피소'로 떠오르고 있다. 불확실한 거시경제 전망에도 불구하고 유럽 경제지표 반등이 속속 확인되는 데다 주식ㆍ채권시장 상승 여력이 남은 곳이란 인식이 커진 때문으로 보인다.

이에 비해 최근 주식ㆍ채권시장 상승 동력이 소진된 것으로 평가받으면서 회의적 분위기가 도는 미국 등 북미 지역에서는 자금이 대거 빠져나가고 있다. 다만 6월 미국에서 양적완화 축소 이슈가 처음 불거진 이후 흐름은 여전히 '미국 등 선진 지역 자금 유입, 아시아 신흥 지역 자금 유출'인 것으로 나타났다.

23일 글로벌 자금 흐름 조사업체 이머징포트폴리오펀드리서치(EPFR)와 동부증권 등에 따르면 지난 15~21일(현지시간) 서유럽 주식ㆍ채권시장에는 각각 16억달러, 3억달러가 순유입된 것으로 조사됐다. 반면 북미 주식ㆍ채권시장에서는 각각 143억달러, 55억달러가 순유출됐다.

올해 들어 이들 선진시장에는 자금이 꾸준히 들어왔지만 미국 양적완화 축소 가능성이 한층 커지면서 최근 역전 현상이 나타나기 시작한 것이다. 기간을 조금 넓혀 봐도 이 같은 흐름은 명확하게 드러난다. 지난 3주간 서유럽 주식ㆍ채권시장에는 각각 58억달러, 10억달러가 들어왔지만 북미에선 58억달러, 94억달러가 빠져나갔다.

아시아ㆍ남미 등 신흥시장 자금 유출 현상은 계속되고 있다. 일본을 제외한 아시아 지역과 남미 주식시장에서는 지난 3주 동안 각각 24억달러, 9억달러가 이탈한 것으로 추산된다.

올 한 해 글로벌 시장 화두는 '선진ㆍ신흥시장 간 차별화'였다. 6월 이후 여전히 글로벌 자금 흐름은 선진시장, 그중에서도 주식에 쏠려 있는 상황이다. 선진시장엔 530억달러가 순유입됐지만 신흥시장에선 236억달러가 순유출됐다. 북미(296억달러), 서유럽(108억달러), 아시아태평양(39억달러) 등 순으로 순유입됐다. 반면 일본을 제외한 아시아(-91억달러), 남미(-29억달러) 등은 빠져나가는 흐름이었다.

하지만 최근 선진시장 내부에서도 양적완화 가시화와 아시아 신흥국의 전망 악화로 유럽과 미국 사이에 글로벌 투자자들 관심이 다소 갈라지고 있는 셈이다.

지난 2분기 유럽 경제성장률은 7분기 만에 처음으로 전분기 대비 플러스(0.3%)를 나타냈다. 유럽은 중앙은행(ECB)과 국제통화기금(IMF) 등에서 "금리 인하도 가능하다"고 밝히는 등 확장정책 여지가 남아 있다. 이 때문에 글로벌 주식ㆍ채권 투자자들에게 유럽이 매력적으로 다가온다는 분석이다.

실제 유럽계 투자은행(IB) 소시에테제네랄은 지난 22일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의 매입자산 축소 가능성은 오히려 유럽 시장에 호재"라며 "유럽 경기 회복세가 아직 증시에 반영되지 않았기 때문에 상승 가능성이 크다"고 내다봤다. JP모건, BOA메릴린치 등도 최근 유럽 시장에 대해 밝은 전망을 내놨다.

증시 외국인 투자자 유출입을 기준으로 볼 때 아시아 신흥국 가운데선 한국의 '선방'이 돋보인다. 경상수지 등 기초체력이 튼튼하다는 점에 더해 지난 상반기 외국인 유출 규모가 기록적이었던 점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글로벌 증시 약세 국면에서 외국인 투자가 잦아든 과거를 볼 때 외국인 순매수로 돌아설지는 불확실한 상황이다.

올 상반기 내내 코스피에선 외국인 투자자 자금 이탈이 이어졌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1월부터 6월까지 외국인은 코스피에서 10조원어치 주식을 순매도했다. 글로벌 펀드사 뱅가드의 상장지수펀드(ETF) 벤치마크 변경으로 인한 4조~5조원대 자금 이탈과 6월 가시화한 미국발 양적완화 축소 우려가 직격탄이 됐다.

7월부터는 FRB 관계자들의 시장 달래기 발언이 이어지면서 외국인이 국내 증시에 조금씩 돌아오기 시작했다. 7월 초부터 8월 22일까지 약 두 달간 외국인은 1조4000억원어치를 순매수했다.

하지만 상반기 매도량에 미치기엔 아직 한참 부족한 수준이다. 그만큼 상반기에 대규모로 외국인이 빠져나갔기에 위기에 큰 영향을 받지 않는다는 일종의 '역설'이 가능한 이유다.

[윤재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