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흥국 위기재발 없겠지만 2~3년간 회복 힘들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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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흥국 위기재발 없겠지만 2~3년간 회복 힘들어"

내일 입력시간 | 2013.09.14 03:00 | 이정훈 특파원 futures@

"외환보유고-환율유연성 등 90년대보다 개선"
아베노믹스에 부정적.."美경제 지속회복 확실"
우재준 IMF 시니어이코노미스트, 코참 강연
[뉴욕= 이데일리 이정훈 특파원] 신흥경제 국가들에게 지난 1990년대말과 같은 또 한 차례의 위기가 올 가능성은 낮지만, 앞으로 2~3년간은 이들 경제가 강한 모습을 보이기 어려울 것이라는 주장이 제기됐다.

`신흥국 위기재발 없겠지만 2~3년간 회복 힘들어`
우재준 IMF 시니어이코노미스트
우재준 국제통화기금(IMF) 선임(시니어) 이코노미스트는 13일(현지시간) 뉴욕 맨해튼 뉴욕증권거래소(NYSE)에서 코참이 주최한 경제전망 세미나에서 미국 경제에 대해서는 비교적 낙관적인 시각을 보이면서도 신흥국 경제에 대해서는 우려섞인 전망을 내놓았다.

우 이코노미스트는 “연방준비제도(Fed)가 양적완화를 시행하는 동안 이머징마켓으로 유입된 자금은 각국 국내총생산(GDP)의 10%에 이른다”며 “그러나 벤 버냉키 의장이 양적완화를 서서히 축소하겠다고 언급하자 자본이 빠져나가면서 환율 상승과 주가 하락, 금리 상승 등이 나타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그는 “지난 1990년대말과 같은 위기가 재연될 것 같진 않다”며 “당시에 비해 신흥국들이 가진 외환보유고 등 완충장치(버퍼)가 많고 환율 변동이 당시보다 유연해졌고 대외자본 통제수단도 가지고 있다”며 “아울러 은행 대출이 주였던 90년대말에 비해 현재는 자국 통화로 된 채권 비중이 늘어난 것도 외환 변동에 따른 만기 불일치(미스매칭) 위험을 줄여주고 있다”고 말했다.

다만 “인도와 인도네시아, 터키 등에 최근 상대적으로 더 큰 불안을 보여온 신흥국들은 외환보유고에 비해 들어온 해외자본이 과도한 규모였던데다 민간 대출 성장률이 20%에 육박하거나 그 이상이었다”며 “또 경상수지 적자도 크고 인플레이션도 높은 등 문제가 많은 만큼 신흥국 경제의 유망함은 앞으로 2~3년간은 회복되기 어려울 것”이라고 예상했다.

또 “현재 우리나라는 물론이고 중국 등 달러존 경제권은 환율을 경쟁력있게 유지하기 위해 금리를 낮추고 외환시장 개입을 해야 하는가, 아니면 통화절상을 용인하면서 달러 페그와 외환시장 개입을 중단할 것인가의 딜레마에 빠져 있다”며 “특히 중국의 경우 외환보유고가 GDP대비 40%가 넘지만, 최근 이자율이 너무 낮으면서 금융시스템에 왜곡이 나타나고 있고 민간과 지방정부 등 부채가 과도하게 높아지는 등 문제가 더 크다”고 지적했다.

일본의 아베노믹스에 대해서도 비관적이었다. 우 이코노미스트는 “적극적인 자산매입으로 최근 인플레이션율이 0.7%로 올라갔지만, 실제로는 대부분 에너지 수입가격 상승 덕이었고 이를 제외하면 0.1% 상승에 그쳤다”며 “이로 인해 그 효과에 굉장히 의문이 많은 상태”라고 꼬집었다.

또 “고령화가 심각하고 외국인 직접투자(FDI)에 대해 부정적이고 서비스산업에 대해 보호주의가 심한 구조적 문제를 가지고 있다”며 “일각에서는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에 희망을 거는데, 이의 효과는 GDP의 0.1%에 불과하다는 분석이 나오는 등 큰 도움이 될 것 같지 않다”고 말했다. 이어 “정부가 지속적으로 채권을 매입하면서 재정 부담이 커지고 있는 만큼 시장이 일본 정부의 구조 개혁과 재정 긴축에 대해 신뢰를 갖지 않는다면 인플레이션이 설령 2%까지 올라가더라도 이자율이 빠르게 상승하는 문제가 생겨날 수 있다”고 덧붙였다.

반면 미국 경제에 대해서는 “현재 경제가 완만한 성장세를 보이고 있긴 해도 지속적인 회복세는 거의 확실해진 것으로 보다”며 “올해 GDP 성장률이 1.7% 수준에 이른 뒤 내년에는 3% 가까이 높아질 것”이라고 예상했다.

그는 “실업률 7.3%가 높다는 불만이 있지만, 비슷한 금융위기를 겪었던 다른 나라들의 경험에 비춰보면 노동시장 회복속도가 빠른 편”이라며 “또 주택시장이 지속적으로 호전되고 있고 소비를 이끄는 가계부문의 재무상태가 개선되고 있다는 점도 긍정적”이라고 평가했다.

최근 경기 회복세를 주도하고 있는 주택시장에 대해서도 “연준의 양적완화 규모 축소로 어느 정도 타격을 받을 수 있겠지만, 수요대비 공급량이 크게 줄어 주택가격 상승을 뒷받침할 수 있는 토대가 닦였고, 주택가격 상승 기대나 주택 건설업체들의 심리지표도 빠르게 높아지고 있는 만큼 주택경기는 이미 바닥을 찍고 지속적으로 개선될 것”이라고 점쳤다.

우 이코노미스트는 연준의 출구전략에 대해서는 직접적인 전망을 내놓지 않았지만, “연준이 올해안에 양적완화 규모를 시장 예상대로 100억~150억달러 정도 축소하더라도 실업률 6.5%, 1~2년간 기대 인플레이션 2.5%를 목표로 제시한 포워드 가이던스를 강화하는 방식으로 시장 충격을 줄일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XM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