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대역, 퍼펙트, 풀…알쏭달쏭 LTE 수식어들

2013. 9. 15. 20:55사회 문화 연예 스포츠

자, LTE라고 하면 이제 뭔지는 대충 알겠다. 그런데 LTE-A는 또 뭐고, 광대역은 뭔지. 심지어 ‘광대역 LTE-A’, ‘풀 광대역 LTE’까지 나온다. 더 빠르다는 이야기를 하고 싶다는 건 알겠는데, 사업자라면 그냥 ‘제일 좋아’라고 말할 게 아니라, 뭐가 어떻게 좋은지는 확실히 알려줘야 하지 않을까.

국내 통신사가 화려한 수식어를 붙여가며 얘기하는 서비스들의  기본은 모두 LTE다. 굳이 LTE를 설명하진 않겠다. LTE는 4세대 표준으로 정리된 통신 방식이다. 핵심은 주파수 대역폭을 넓게 잡으면 그만큼 속도가 빨라진다는 점이다. 차선이 넓어지면 그만큼 더 많은 차량이 지나갈 수 있는 것과 같은 원리다.

광대역과 어드밴스드, LTE 주파수를 어떻게 붙이느냐 차이

국내 LTE는 애초 20MHz, 그러니까 상향 10MHz, 하향 10MHz씩 할당하는 것으로 시작했다. 통신 3사 모두 주파수 대역만 다를 뿐 수용할 수 있는 가입자와 속도에 대한 사양은 같다고 볼 수 있다.

그런데 통신사들은 3G 시절 갑작스런 트래픽 폭발로 인해 망 관리에 애를 먹었던 경험 탓에, 서둘러 더 많은 주파수를 확보해 더 많은 가입자에게 더 빠른 속도를 내기 위해 노력중이다. 이건 정부도 비슷한 생각이다. 그래서 아예 LTE를 시작하면서 LTE가 활용할 수 있는 최고 용량인 20MHz×5의 주파수를 LTE에 할당할 계획을 잡았다. 문제는 이 주파수를 어떻게 확보할 것이냐이다.

KT-wide_lte

먼저 나오기 시작한 서비스는 LTE-A다. LTE-A는 ‘LTE 어드밴스드’를 줄여서 부르는 말이다. LTE에는 여러 가지 통신 기술이 들어가는데, 한 번에 모두 포함되지는 않고 조금씩 더해지고 있는 상황이다. LTE-A의 핵심은 주파수 집성기술로 불리는 ‘캐리어 어그리게이션’(CA)이다. 주파수 여러 개를 이어 붙이는 것이다. 예를 들어 40MHz 대역의 서비스라면 통으로 40MHz 주파수를 확보하면 가장 좋지만 20+20, 혹은 10+30이 될 수도 있다. 이럴 때 2개의 다른 주파수를 하나처럼 연결하는 것이 LTE-A의 핵심 기술이다. 예를 들면 SK텔레콤은 850MHz 대역에서 20MHz 범위의 주파수를 갖고 있고 1.8GHz대에도 20MHz를 갖고 있다. 이 2개가 각각 낼 수 있는 75Mbps를 합치면 150Mbps가 된다.

광대역은 아예 40MHz짜리 주파수를 LTE에 할당하는 것이다. 이론상 속도는 150Mbps로 같지만 1개의 주파수로 이뤄지니 1개 기지국만 세워도 된다. 또한 2개 주파수를 합쳐서 쓰는 것보다 기술적으로 단순하고 안정성도 좋다. 하지만 큰 덩어리의 주파수를 만들어내는 게 결코 쉽지 않다. 이번 주파수 경매에서 치열한 싸움이 이뤄진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여기까지는 3GPP가 정한 기술 명칭이다. 이제 헷갈리게 만드는 것들을 보자. 통신사들은 새 서비스를 알리고 더 빠르다는 것을 강조하기 위해 온갖 복잡한 이름을 갖다붙이기 시작했다. 따져보면 광대역과 LTE-A, 그리고 이걸 어느 주파수에서 이용하는지만 알면 모두 결과물은 비슷한 서비스다. 또한 어차피 통신사들은 총 100MHz의 대역폭을 묶어 75Mbps×5의 서비스를 할 계획이기 때문에 전체적인 그림과 방향성은 같다. 이번 주파수 할당으로 당장 달라지는 것은 주력 주파수에서 광대역 서비스를 시작하는 KT 정도인데, 그나마도 1년 내에 모두 속도만 두고 보면 3개 통신사에 큰 차이는 없을 전망이다. 그런데도 광대역을 두고 통신 3사의 이름 경쟁이 치열하다.

광대역 LTE-A

먼저 ‘광대역 LTE-A’다. 가장 먼저 이 말을 꺼낸 건 KT다. 1.8GHz에서 광대역 주파수를 얻은 KT는 곧바로 ‘광대역 LTE-A’라고 서비스를 소개했다. 이건 보기에 따라 다르게 해석할 수 있다. KT는 주력망에서 광대역 주파수를 얻었기에 ‘광대역’이라는 말을 쓰는 것은 괜찮다. 하지만 LTE-A는 조금 다르다. 흔히 LTE-A라고 하면 CA를 떠올리는데, 아직 KT는 CA를 시작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다른 통신사들은 “KT가 속도가 2배 빨라진다는 것을 알리기 위해 LTE-A의 이미지를 훔쳐 썼다”라고 비난했다. 정황으로 봐도 KT가 LTE-A라는 용어를 쓴 배경엔 그간 LTE-A를 못했던 억울함이 표출된 것으로 보인다.

그런데 또 따져보면 LTE-A가 곧 CA는 아니다. CA는 LTE-A의 여러 기술 가운데 하나일 뿐이다. ‘기지국간 협력 통신(CoMP)’과 ‘확장된 셀간 간섭 제어 기술(eICIC)’, 그리고 여러 개 안테나를 동시에 이용하는 ‘MIMO’ 같은 기술도 LTE-A의 기술이다. 이 중 일부가 더해진 고도망이니 LTE-A라고 불러도 틀렸다고 말하기는 어렵다. 어쨌든 KT도 곧 900MHz 보조망을 더해 CA를 시작하고, 주력망 150Mbps와 보조망 75Mbps를 더해 최대 225Mbps의 망을 꾸릴 계획이다.

skt-perfect_LTE

퍼펙트 LTE-A

SK텔레콤은 ‘퍼펙트 LTE-A’라는 브랜드를 만들었다. 내용을 뜯어보면 보조망에 광대역 주파수를 할당받아 LTE-A로 묶는다는 점에선 다르지 않다. 다만 이를 아예 브랜드로 바꿔버렸다. 애초 광대역 LTE-A라는 말은 SK텔레콤도 했었다. 보조망에 광대역 주파수를 쓰는 것이 아쉽긴 하지만 이미 전국 주요 지역에 1.8GHz 기지국을 설치했기 때문에 속도를 끌어올리는 데는 큰 문제가 없다. 다만 주파수 경매 결과가 KT의 광대역에 쏠리면서 ‘광대역’이라는 말 자체에 대한 관심도가 넘어가자, ‘퍼펙트 LTE’라는 브랜드로 아예 떼어내려는 모습이다. SK텔레콤에는 이런 게 낯설지 않다. ‘스피드011’, ‘명품LTE’처럼 쉽지만 입에 붙고 강한 인상을 남기기에는 충분하다.

풀 광대역 LTE

LG유플러스는 ‘풀 광대역 LTE’라는 이름을 꺼내들었다. ‘풀‘이라는 말은 2.6GHz의 40MHz 광대역 주파수가 상·하향 모두 20MHz라는 것을 설명하는 수식어다. KT나 SK텔레콤이 가진 1.8GHz대 광대역 주파수는 모두 다운로드는 20MHz지만 업로드는 15MHz밖에 안 된다. 5MHz는 다른 용도로 쓰고 있는 주파수이기 때문이다. 모바일 인터넷의 특성상 업로드는 다운로드에 비해 작기 때문에 실제 큰 영향을 끼치진 않지만 LG유플러스는 앞으로 영상, 고화질 사진 등의 콘텐츠를 더 빨리 업로드하고 공유할 수 있다는 점을 차별화 요소로 내세운다.

LG_LTE

한편 LG유플러스가 이야기하는 ‘싱글 LTE’는 브랜드가 아니라 실제 서비스 이름이다. LTE 망에는 음성 통화를 위한 별도의 서킷망이 없기 때문에 음성통화를 하려면 3G 망에 연결해야 하는데 이를 인터넷 망을 이용하도록 하는 기술이다. 교환기까지는 VoLTE 방식으로 통화하고 상대방의 단말기와 서비스에 따라 서킷망이나 VoLTE로 변환해 통화할 수 있도록 하는 기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