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 9. 21. 21:06ㆍ이슈 뉴스스크랩
북, 이산가족 상봉 연기|상봉 예정자들의 절망
“앞으로 얼마나 더 살지 몰라…
자꾸 미뤄지면 언제 만날까
남북, 우리 처지 생각해달라”
“나이가 많아 이번이 마지막 기회인데, 정말 간절해요. 동생들 내복과 옷을 선물로 주려고 준비했는데 정말 슬프고 아쉽네요.”
함경남도 함주군 기봉면이 고향인 주명순(91)씨의 오랜 기다림은 기대감으로 부풀었다가 결국 허망하게 무너져내렸다. 북한 쪽이 이산가족 상봉 행사를 돌연 연기하자 혈육을 만날 날만 손꼽아 기다리던 상봉 예정 이산가족들은 절망했다. 주씨는 여동생들을 만나기로 돼 있었지만 이제 상봉 자체가 가능할지 불안해하고 있다. 6남매 중 장남으로 태어난 주씨는 1945년 다섯 동생들을 고향에 두고 월남했고, 여동생 두명의 생존이 확인돼 이번 행사를 통해 만날 예정이었다.
자매 상봉을 한껏 기대하고 있던 홍신자(83)씨는 수화기 너머에서 울먹였다. 홍씨는 “여동생과 헤어진 게 17살 때 일이고, 65년간 못 만났다. 앞으로 내가 몇달을 더 살지 모른다. 이번에는 동생을 만날 줄 알았는데 정말 실망스럽다”고 말했다. 홍씨의 아들 이승한(53)씨는 “남쪽이나 북쪽이나 말로만 인도적 차원이라고 하지 모두 비인도적이고, 정치적으로 이용하고 있다는 생각만 든다. 어제오늘의 일도 아니고, 이산가족의 입장에서는 생각하지 않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이산가족 상봉 신청을 해둔 대기자들도 낙담하기는 마찬가지였다. 경기도 수원에 사는 상봉 신청 대기자 주응천(84)씨는 “당첨된 사람들 속상하겠다. 오늘 죽을지 내일 죽을지 모르는데 이렇게 자꾸 미뤄지면 언제 다 만나겠느냐”고 안타까워했다. 또다른 대기자인 이인환(83)씨도 한숨부터 내쉬었다. “여동생 둘이 (북한에서) 죽었는지 살았는지도 몰라. 사진으로 봐야 속만 상하지. 동기간에 손이라도 잡고 그래야 정이 오갈 텐데….”
이날 북한 쪽의 연기 발표에 대한적십자사도 비상이 걸렸다. 서울 중구 남산동에 위치한 적십자사 2층 회의실 주변에는 실무 관계자들이 굳은 표정으로 분주하게 뛰어다녔다. 한 관계자는 “상봉 준비를 위한 회의를 진행하다 오전에 속보를 보고 당황해서 관계 부처에 전화를 걸어 확인했다. 통일부 등 부처에서도 연기됐다는 이야기만 하더라”며 답답해했다. 적십자 쪽은 이날 오후부터 상봉이 예정돼 있던 당사자와 그 가족들에게 개별 연락을 취하며 상봉 행사 연기 사실을 알리고 있으며, 이들을 위로하는 내용의 편지도 보낼 계획이다.
송호균 기자 uknow@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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