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50 젊은 치매 증가…가정이 무너진다

2013. 9. 23. 21:40이슈 뉴스스크랩

4050 젊은 치매 증가…가정이 무너진다

입력시간 | 2013.09.23 07:30 | 장종원 기자 liberjjw@

젊은 치매 환자 증가세..지난해 4185명 진단받아
자녀 방황하고, 경제적 어려움 겪는 등 가족 고통
젊은 치매, 진행속도 빨라.. "조기 진단·치료 중요"
 
[이데일리 장종원 기자]중증 치매환자인 김성자(54·가명)씨의 증상은 40대 후반부터 시작됐다. 한창 자녀를 양육하고 가정을 돌봐야 하는 나이에 찾아온 치매로 김씨의 가정은 큰 시련을 겪어야 했다. 입시를 준비하던 고등학생 딸, 조기퇴직을 걱정하며 직장생활에 매달리던 남편까지, 가족 모두 정상적인 생활 자체가 어려워졌다. 가족들은 그를 경기도의 한 너싱홈(만성질환을 앓는 노인들을 위한 전문 요양시설)에 맡겼다. 김씨는 치매가 급속히 악화돼 이제 혼자 밥을 챙겨 먹는 것이나 가까운 곳을 외출하는 것도 불가능하다.

젊은 치매 환자가 꾸준히 늘고 있다. 일반적으로 치매는 60~70대 노년질환으로 여기지만 최근 들어 40~50대 환자 증가세도 예사롭지 않다. 특히 ‘젊은 치매’는 한창 사회나 가정에서 역할을 해야 할 시기에 나타나기 때문에, 가정이 파탄나는 등 사회적 문제로 부상하고 있다.

22일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따르면 알츠하이머 치매로 진단받은 40~50대 환자가 꾸준히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2008년 2618명이던 40~50대 치매 환자 수는 2012년 4185명으로 약 60%가 증가했다. 구체적으로 40대는 350명에서 468명으로 34%가 증가했고, 50대는 2268명에서 3717명으로 64%나 늘었다.

4050 젊은 치매 증가…가정이 무너진다
2008~2012년 연령대별 치매환자 수 (자료 : 건강보험심사평가원)
물론 고령화 사회로 접어들면서 60대 이상의 치매 환자가 더 빠른 속도로 늘고 있지만, 젊은 치매가 불러오는 사회적 파장을 고려하면 가볍게 볼 문제가 아니라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대개 은퇴 이후에 발생하는 고령 치매와 달리 젋은 치매는 사회와 가정에서 중요한 역할을 해야 할 나이에 찾아오기 때문이다.

특히 젊은 치매의 경우 진행 속도가 빠르고, 공격적이거나 충동적인 행동이 나타나기 쉬워, 돌보기가 쉽지 않다는 현실적 어려움도 있다. 조기진단과 빠른 치료, 더 나아가 예방이 중요한 이유다.

한일우 치매학회 이사장은 “젊은 치매가 발생하면 경제활동 포함한 사회생활과 자녀 양육 등 가장이나 주부의 역할이 갑작스럽게 중단되기 때문에, 가족의 스트레스가 커진다”고 말했다.

이어 한 이사장은 “현재 요양시설이나 요양보험 등이 고령층 중심이다 보니 젊은 치매 환자를 수용할 사회적 시스템이 없다”면서 “젊은 치매를 사회가 보듬어야 경제적 부담이나 간병으로 인해 가정이 망가지는 사태를 막을 수 있다”고 강조했다. XM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