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 10. 22. 23:57ㆍ사회 문화 연예 스포츠
내년에도 '저성장 탈출' 어렵다
한겨레 입력 2013.10.15 20:30 수정 2013.10.16 10:
[한겨레]한은 "잠재-실제성장률 차이 커져"
2012년부터 3년 가까이 침체 국면
투자·소비 부진 등 내부 동력 떨어져
실제성장률 둔화·잠재력 하락 악순환
정부, 거시적 안목 없이 땜질식 대응
"대외여건 탓말고 장밋빛전망 버려야"
우리 경제의 성장 잠재력이 좀처럼 되살아날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회복은커녕 끝을 알 수 없는 '저성장의 늪'으로 빠져드는 모습이다.
15일 한국은행이 최근 발표한 경제전망 보고서를 보면, 실제 경제성장률(실질 기준)과 잠재성장률과의 차이를 뜻하는 '국내총생산(GDP)갭률'의 추정치가 내년 4분기에도 마이너스 상태를 벗어나지 못하는 것으로 드러났다. 이는 내년 성장 수준이 우리 경제의 잠재 능력에 못미칠 것으로 예상된다는 뜻이다. 한은 관계자는 "내년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7월 4.0%에서 10월에는 3.8%로, 소비자물가상승률은 2.9%에서 2.5%로 하향 조정함에 따라 내년 말까지 마이너스갭 해소가 어려운 것으로 나오게됐다. 정확한 수치는 밝힐 수 없지만 마이너스 폭은 조금 더 커졌다"고 말했다. 잠재성장률은 물가 상승을 유발하지 않는 가운데 자본과 노동 등 생산요소를 최대한 활용해 달성할 수 있는 성장률이다.
이와 관련해 김중수 한은 총재는 최근"내년 3.8%의 성장률 전망치는 잠재성장률에 거의 상응하는 수준"이라고 평가했다. 이는 올해 초 김 총재가 "지디피갭의 마이너스 폭이 점차 줄어들면서 2014년에는 잠재성장률 회복을 기대한다"고 자신했던 것과는 사뭇 다른 태도다. 실제 성장률이 잠재성장률을 밑돌면 성장할 수 있는 능력만큼 성장하지 못한다는 뜻이다. 또 실업이나 유휴설비 등 성장 자원의 손실도 이 때 발생한다. 한마디로 경기침체 국면이다.
잠재성장률은 추정 방법에 따라 연구기관마다 수치가 다른데, 한은이 내부적으로 잡고 있는 중기 잠재성장률은 3.6~3.8%이다. 우리 경제의 실제 성장률이 본격적으로 이 수준을 밑돌기 시작한 것은 2012년 1분기(전년동기 대비 2.8%)부터다. 한은 전망대로 내년 말까지 잠재성장률 회복이 어렵다면 무려 3년 가까이 침체 국면이 지속되는 것이다. 이는 2차 오일쇼크 이후(1979년 3분기에서 1981년 3분기) 겪었던 침체 기간을 뛰어넘는 역대 최장 기록이다.
이처럼 장기간 성장세가 미약한 이유는 내부 동력이 떨어진 때문이다. 세계경제의 침체에도 수출은 꾸준히 증가세를 유지하고 있고 이에 힘입어 경상수지는 역대 최대 흑자기록을 이어가고 있다. 하지만 내수를 떠받치는 두 축인 설비투자와 민간소비의 부진은 역대 최악이다. 특히 설비투자 증가율은 참여정부 5년 동안 연평균 4.9%에서 이명박 정부 5년 동안에는 연평균 2.6%로 떨어졌다. 한은은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설비투자의 감소를 예상하고 있다.
더 큰 문제는 투자·소비의 장기 부진과 실제 성장률의 장기 둔화가, 잠재성장률 자체의 하락으로 이어진다는 점이다. 국회 예산정책처는 최근 낸 중기 한국경제 전망 보고서에서 2000년~2007년까지 4.4%였던 잠재성장률이 2008년~2012년 3.8%로 떨어졌고, 2013년 이후 5년 동안에는 3.6%로 더 낮아질 것으로 예상했다. 결국 이명박 정부와 박근혜 정부 10년을 거치면서 우리경제의 잠재력이 경제성장률 기준으로 0.8%포인트만큼 떨어진다는 얘기다. 이는 대략 6만개 가량의 일자리와 1조5000억원가량의 세수 감소에 해당한다.
잠재성장률은 재정지출을 늘리고 통화정책을 완화하는 것만으로는 회복되기 어렵다. 적자재정과 완화적 통화정책은 성장세가 둔화하는 속도를 늦추는 효과에 그칠 뿐이고 무한정 지속할 수도 없다. 기업의 기술혁신과 투자의욕, 가계의 소득기반 안정, 산업구조의 효율적 재편, 정부 정책의 신뢰 등 여러가지 요인들이 복합적으로 상승작용을 일으켜야 경제의 잠재력은 다시 살아날 수 있다.
그러나 정부의 거시정책은 성장잠재력의 회복보다는 눈 앞에 닥친 문제에 대한 땜질식 대응에 머물러 있다. 경제주체들이 공감할 수 있는 장기적인 비전이나 전략도 보이지 않는다. 익명을 요청한 한 국책연구기관의 연구원은 "우리나라 잠재성장률의 하락에 대해서는 몇해 전부터 국내외 구분없이 여러 연구기관들이 우려의 목소리를 내왔다. 그런데 정부는 재정운용 계획을 짤 때마다 막연한 장밋빛 전망을 근거로 고성장기에나 가능했던 정책들을 반복하면서 결과가 나쁘면 대외여건 탓으로 돌리고 있다. 잠재성장률을 회복하려면 정부의 이런 자세부터 바꿔야 한다"고 말했다.
박순빈 선임기자sbpar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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