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깡통전세' 36만가구.. 잠 못드는 세입자

2013. 11. 2. 20:46부동산 정보 자료실

 

'깡통전세' 36만가구.. 잠 못드는 세입자

집주인 27% 전셋값 올려 빚갚아
집값 하락 땐 회수 가능성 적어
세계일보 | 입력 2013.11.01 19:25

 

주택시장이 악순환이다. 집값 상승 기대감이 사라져 매매수요가 급감한 가운데 전셋값 고공행진이 이어지면서 집주인도, 세입자도 고통이 가중되고 있다.

고통은 집주인에서 세입자로 전가되는 흐름이다. 전세를 낀 집주인의 경우 집값 하락 불안감 속에서 전세금을 올려 빚을 갚는 흐름이 가속화하고 있다. 6월 말 기준 집주인 4명 중 1명꼴로 올려받은 전세금으로 빚 조기상환에 나선 것으로 조사됐다. 이 바람에 세입자는 전세금 수천만원을 다시 빌리고 그렇게 상승한 전세보증금은 점점 '돌려받지 못할 위험'에 노출되고 있다. 집값 하락과 전셋값 상승에 따라 회수 가능성이 떨어지는 이른바 '깡통전세'는 36만가구에 달하는 것으로 추산된다.

1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주택담보대출을 받은 집주인 가운데 대출금을 2000만원 이상 조기 상환한 집주인 비중은 6월 말 26.8%로 조사됐다. 4명 중 1명꼴로 전셋값을 올려 빚을 갚는 것이다.

연쇄적으로 세입자의 주거비 부담은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있다. 수도권의 경우 2009년 말 21조4000억원이던 전세자금 대출 규모가 지난 6월 말 41조2000억원으로 급증했다. 전국적으로도 33조5000억원에서 60조1000억원으로 늘었다.

주택시장 침체 속에 전세자금대출 상환시기가 도래하면 '깡통전세'가 현실화할 전망이다. 통상 2년 뒤 갚아야 하는 전세자금대출 60조여원은 내년 이후 47조원(78.2%)의 만기가 집중적으로 돌아온다. 내년에 17조4000억원, 2015년 이후 29조6000억원이다. 세입자가 집주인에게 맡긴 보증금은 400조∼500조원으로 추산된다.

깡통전세는 이미 수두룩하다. 구체적으로 보증금을 고려한 실질 담보인정비율(LTV) 70%, 총부채상환비율(DTI) 50%를 넘으면 깡통전세 주택으로 분류된다. 이런 악조건의 주택, 즉 깡통주택이 6월 말 기준 전체 전세주택의 9.7%에 이른다. 전세주택이 370만가구이니 약 36만가구가 깡통전세로 전락한 상태인 것이다.

집값 하락으로 집주인의 원리금 상환 부담이 가중되면 될수록 깡통전세는 더 늘 수밖에 없다.

류순열 선임기자 ryoosy@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