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의 50대>'폐업 악순환' 50대 자영업자들 '닮은꼴 불행'

2013. 11. 9. 21:40사회 문화 연예 스포츠

<위기의 50대>'폐업 악순환' 50대 자영업자들 '닮은꼴 불행'

창업후 수익악화 →1∼2년내 신불자 전락 →채무조정 문화일보 | 이민종기자 | 입력 2013.11.08 11:51 | 수정 2013.11.08 13:

 

출판 인쇄업자인 심모(58) 씨는 금융채무불이행자(옛 신용불량자)다. 4300만 원의 채무를 진 그는 지난 2011년 신용회복위원회(신복위)로부터 96개월에 걸쳐 한 달에 20만 원씩 빚을 갚는 조건으로 채무조정을 한 상태다. 심 씨가 곤궁해진 것은 출판업계의 경기 침체와 사양산업화, 과당경쟁이 결정적이었다.

그는 "운영자금이 모자라는 상황에서 생계비, 교육비, 인건비로 쓰기 위해 은행, 카드사, 저축은행에서 3700만 원을 빌렸지만 사업은 풀리지 않아 임차료, 대출이자, 연체이자를 제때 내지 못했다"고 말했다.

올 들어 캠코(한국자산관리공사)가 시행하는 국민행복기금을 통해 채무조정을 신청한 김모(51) 씨. 그가 4개 카드사와 1개 생명보험사에 진 빚은 1227만 원. 구두수선집을 하며 성실하게 살아왔지만 자녀의 학자금, 생활비가 모자라자 카드와 보험사 대출에 기댔다. 여기에 설상가상으로 지병을 얻어 입원까지 하면서 빚만 지게 됐다. 아내도 아파트 청소일을 하며 돕고 있지만 답답한 마음뿐이다.

의료용품 판매업자인 김모(여·51) 씨도 인터넷쇼핑몰에 밀려 가게 운영이 힘들어지자 캐피털사로부터 높은 금리로 대출을 받았다가 결국 3927만 원의 빚을 안고 낮은 금리로 전환해 주는 바꿔드림론을 신청했다.

김 씨는 "신용이 약한 데다 그동안 거래가 없어 은행 대출은 받지도 못했다"면서 "장사가 안 돼 이자 내기도 어려운 상황이 지속됐다"고 말했다.

신복위와 캠코 등 공적신용 관련 금융기관에는 이처럼 어려운 처지에 몰린 50대 자영업자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고 있다. 퇴직금이나 금융기관 대출을 받아 창업을 해도 수익성 악화로 1∼2년 내에 한계업종으로 전락해 채무조정을 신청하는 이들이 부지기수다.

8일 신복위에 따르면 40∼49세 개인 워크아웃(채무조정) 신청자는 누계로 36만3087명, 50∼59세는 16만772명으로 전체의 각 31.6%, 14.0%를 차지했다. 지난 4월 22일부터 10월 말까지 캠코의 국민행복기금 신청자 가운데 50대는 3만9041명으로 40대(4만5147명) 다음으로 많았다.

금융권 관계자는 "직장을 막 나온 베이비 부머(1955∼1963년 생)들이 진입 장벽이 낮아 손쉽게 창업이 가능한 도소매, 운수, 숙박, 음식점 업종에 뛰어들지만 치열한 경쟁 때문에 성장하지 못하고 폐업하는 악순환이 이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이민종 기자 horizon@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