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트코인'으로 떼 돈 벌면…세금은?

2013. 12. 4. 19:42C.E.O 경영 자료

'비트코인'으로 떼 돈 벌면…세금은?

머니투데이

파리바게트 인천시청역점에서 가상화폐 비트코인이 운영되고 있다. 파리바게트 인천시청역점은 비트코인 국내 1호 가맹점이다. 사진=뉴스1제공, 신창원 기자.


지난달 18일 옥스퍼드대학 출판사는 온라인 가상화폐인 '비트코인(bitcoin)'을 2013년 대표 단어 후보로 선정했다. 최종 수상의 영애는 스마트폰으로 자신을 찍은 사진인 '셀피(selfie)'에게 돌아갔지만 관련 소식 이후 알 만한 사람만 알던 '비트코인'이 검색포털사이트 상위에 이름을 올렸다.

최근 한 제과점이 최초로 현금을 대신한 거래 대상으로 '비트코인'을 인정하면서 열풍이 본격적으로 국내에 상륙하고 있다.

올해 1월 13달러에 불과하던 1비트코인의 가치는 이미 90배 이상 상승한 1100달러를 넘어섰다. 물건을 살 수 있는 가상 현금으로서의 역할 뿐 아니라 주식과 부동산의 투자 가치가 떨어지면서 대체 투자 대상으로 떠오를 조짐마저 보이고 있다.

◇머지 않아 '세금'문제 부각···'아이폰' 애플리케이션 학습효과

물론 국내에 불기 시작한 '비트코인' 열풍은 아직 관심 수준이다. '비트코인'을 사고팔 수 있는 '한국비트코인거래소'에 등록된 회원은 겨우 5000여 명, 거래량도 하루 평균 3억 원에 불과하다.

그러나 "'비트코인'의 전파 속도는 인터넷과 비슷할 것"이라는 예측이 돌고 있을 만큼 어디로 어떻게 튈지 모른다. 본격적인 재화의 역할을 하게 되고 금과 같은 대체 화폐, 혹은 부동산 같은 투자재로 자리 잡게 된다면 이를 통해 부를 축적하는 사람이 발생하게 되고 자연스럽게 정부는 '세금' 문제를 들여다보지 않을 수 없다.

지난 2009년 애플의 '아이폰'이 국내에 본격 상륙하면서 스마트폰 열풍이 불었다. 자동적으로 개인 애플리케이션 개발이 붐을 이뤘고 당연히 이를 통해 이익을 챙기는 사람들이 생겨나기 시작했다.

처음에 이를 대수롭게 여기지 않던 정부도 기하급수적으로 커지는 애플리케이션 시장을 그냥 두지 않았다. 2010년 6월 국내에 판매되는 '앱'에 부가가치세를 부과하기 시작했고 올해 10월에는 '앱'을 출시하는 국내 개발자들은 사업자 및 통신판매업 등록이 필수가 됐다. 소득세를 걷기 위해서다.

◇현행 법상 '비트코인' 거래 과세 '불가'

이제 막 상륙한 '비트코인'을 바라보는 정부의 시각은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을 대하던 2009년 당시와 크게 다르지 않다. 한국은행도 공식화폐 통용 여부에 대해서 부정적이라는 입장을 이미 밝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국내에서도 '비트코인' 매매로 이익을 창출했다는 소식들이 간간히 들려오고 있다. 이 같은 상황이 지속적으로 발생한다면 결국 정부도 '비트코인'을 소득 수단으로 인정, 과세할 수밖에 없다.

그러나 결론부터 말하면 관련 세금을 아직까지 걷을 수 없다. 세금을 부과할 법적 근거가 없기 때문이다.

우선 '화폐'로 '비트코인'이 인정된다고 해도 그에 대한 환차익은 과세대상이 아니다. 현재도 달러($)나 엔화(¥) 등 환율 변동에 따라 발생하는 이익에 대해서는 소득세를 부과하지 않는다. 다만, 법인의 환차익은 기업이익으로 보고 법인세를 부과하고 있기는 하다.

아울러 '비트코인'을 부동산과 같은 재산이나 투자재로 보더라도 양도소득세를 과세할 수 없다. 소득세는 열거주의에 의거한다. 법에 열거된 소득세 항목에 포함돼 있지 않으면 과세 대상이 아니다.

소득세에 이외의 대상을 보완하기 위한 기타소득 열거 항목에도 '비트코인'에 대한 과세 근거는 마련되지 않은 상태다.

◇'비트코인'관련 법개정···"시기상조"or"선제적 대응?"

결국 어떻게 하더라도 현 상황에서 '비트코인'을 통해 얻은 이익에 대한 과세는 불가하다. 세금을 걷기 위해서는 법 개정이 필요하다.

그러나 지금처럼 가격 상승폭이 큰 경우는 급락폭도 그에 못지않을 것이란 불안감을 주게 되고 화폐는 고사하고 투자를 넘어 투기 성격으로 변질될 우려가 적지 않다. '비트코인'과 관련한 법 개정을 정부가 섣불리 나서기 어려운 상황인 셈.

'비트코인'은 거래내역은 투명하게 공개되지만 누가 거래를 하는지는 알 수 없다. 이 익명성이 또 다른 지하경제의 장을 열 수도 있어 정부가 보다 빠른 대처를 해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되고 있다.

실제로 영국은 국가가 관리하는 '비트코인' 거래소 설치를 검토하고 있으며, 미국도 '비트코인'이 마약거래 사이트에서 사용되고 있는 것을 파악하고 규제에 나섰다. 아울러 독일은 세금 납부나 투자 목적의 거래가 가능한 화폐로 공인했고 캐나다 국세청은 '비트코인' 거래 이익에 세금을 매기겠다는 방침을 세웠다.

박훈 서울시립대 세무전문대 교수는 "새롭게 등장하는 화폐기능이 있는 결제수단에 대한 세금 부과는 시기의 문제다. 현재 '비트코인'에 대한 법적 접근은 시기상조일 수 있지만 논의는 시작해 볼 수 있다"며 "'비트코인' 양도에 따른 차익을 적어도 기타소득으로 커버하는 법 개정은 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세관기자 son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