原電비리 公기업(한수원·한전기술), 사표썼던 간부 248명 全員이 멀쩡

2014. 1. 4. 20:34이슈 뉴스스크랩

 

原電비리 公기업(한수원·한전기술), 사표썼던 간부 248명 全員이 멀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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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해 公기업 인사개혁은 없었다] 公기업 인사 과거 행태 못벗어

코드 맞춘 보여주기 - 동반성장팀·창조경제혁신팀 등 신설
여전한 낙하산 인사 - 韓電·서부발전 새 상임감사 朴캠프 연관
여성 중용은 늘어나 - 석유公 첫 여성 처장… 지나친 홍보 눈살

원전 비리의 핵심 기업인 한국수력원자력(한수원)과 한국전력기술(한전기술)이 지난 연말 일제히 간부급 인사를 단행했다. 정부가 공기업 개혁을 강조한 데다, '원전 마피아' 오명을 떨쳐버리기 위해서도 대규모 조직 혁신과 쇄신 인사가 단행될 것으로 기대됐다. 실제로 이들 기업은 인사 내용을 발표하며 "대대적인 쇄신 인사를 단행했다"고 자평했다. 하지만 인사 내용을 뜯어보면 생색내기용 외부 수혈과 조직 개편 등 구태를 반복한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전력·석유공사·가스공사 등 다른 공기업도 여전한 낙하산 인사가 이뤄지는 등 크게 다르지 않았다.

한수원과 한전기술은 작년 6월 1급 이상 간부 전원이 원전 비리에 대해 책임을 지겠다며 사표를 제출했다.

한전기술은 지난달 31일 처·실장 등 간부급 인사를 단행했다. 이 회사는 원전에 어떤 부품이 쓰일지, 그 제품이 제대로 설치되는지 검증·확인하는 일을 담당한다. 하지만 지난해 직원들이 원전 제어 케이블 품질 서류를 위조하는 데 가담한 혐의로 구속 기소됐다. 비리를 감독해야 할 공기업이 비리에 가담한 것이다. 이 사건으로 당시 안승규 사장이 해임됐고, 1급 이상 간부 69명은 일괄 사표를 제출했다. 하지만 이번 인사가 단행된 지금까지 사표가 수리된 사람은 단 한 명도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 한수원도 마찬가지였다. 1급 이상 간부 179명이 사표를 냈지만 1일자 인사에서 물러난 사람은 단 한 명도 없었다. 일괄 사표는 '소나기만 피하고 보자'는 식의 전형적인 생색내기용 '쇼'였던 셈이다.


같은 날 인사를 한 한수원의 경우 '원전 마피아'라는 비난을 피하기 위해 이번 인사에서 외부 인사를 주요 보직에 영입했다고 강조했다. 한울(울진) 원전본부장 자리에 삼성엔지니어링 부사장 출신인 손병복(57)씨를, 홍보실장에는 스타벅스코리아에서 홍보·사회공헌부장을 한 박찬희(57)씨를 영입했다. 하지만 손씨는 삼성중공업과 삼성엔지니어링을 거치며 재무팀·경영지원실 등에서 오래 근무해 원전과는 전혀 무관한 사람이다. 작년 말 영입 당시에는 고문으로 일선에서 물러나 있었다. 한수원은 지난해 2월에도 삼성물산 상무 출신을 구매사업단장으로, 전무 출신을 품질보증실장으로 각각 영입한 바 있다. 두 사람도 삼성물산 현직 임원이 아니라 은퇴한 상태로 있다가 한수원이 영입한 케이스였다. 홍보실장으로 영입된 박씨는 월마트코리아 등 유통업계에 오래 몸담았고, 사회공헌 분야를 주로 맡았다. 이번에 영입된 두 사람 모두 원전과 전혀 관련 없는 분야에 있던 사람이어서 원전 사업을 혁신할 적임인지 의문이라는 지적을 받고 있다.

공기업의 낙하산 인사는 여전했다. 한국전력이 지난달 19일 상임감사로 임명한 안홍렬 변호사는 '낙하산'이란 지적을 받고 있다. 검사 출신이지만 10여년 전부터 활발하게 정치 활동을 했다는 것이다. 17대 대선 당시 한나라당 경선 과정에서 박근혜 후보의 서울 선거대책본부장을 맡았고, 지난해에는 총선에 출마했다. 지난 31일 한국서부발전이 상임감사로 임명한 이송규 전 대한기술사회장도 비슷한 사례다. 17대 대선 당시 박근혜 캠프 직능총괄본부에 포함됐다.

정부 정책에 코드를 맞추는 보여주기식 인사도 여전했다. 한전 자회사 발전 공기업 사이에서는 창조경제·동반성장을 연상케 하는 이름의 조직 신설이 잇따르고 있다. 광물자원공사는 4일 조직 개편을 통해 동반성장팀을 새로 꾸렸고, 중부발전은 11월 창의경영팀을 만들었다. 남부발전은 지난 8월 창조경제혁신팀을 사장 직속으로 배치했다.

최근 공기업 인사에서 여성 인력 중용도 두드러진 특징이다. 산업부 산하 공기업의 여성 직원 비중이 전체 인력의 10~15% 안팎에 그치고 있는 점을 감안하면 큰 틀에서 바람직하다는 평가다. 하지만 새해 전후 석유공사·한전기술·가스공사 등 공기업들이 일제히 '사상 최초' '역사상 처음'과 같은 수식어를 붙이고 있는 것을 두고는 뒷말도 많다. 여성 대통령 시대를 의식한 인사 아니냐는 것이다.

특히 석유공사는 1일 보도자료를 내고 "1979년 창립 이래 첫 여성 처장을 배출했다"며 "정부가 여성 인재 10만 양성을 추진하고 있는 상황에서, 공사가 공기업으로서 양성평등을 실현하며 조직 내 의사결정 과정의 다양성을 보장하고 투명 경영에 앞장선다는 데에 그 의미가 크다"고 자평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