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록버스터 법칙

2014. 1. 20. 19:46C.E.O 경영 자료

[經-財 북리뷰] 블록버스터 법칙

  • 연선옥 기자
  • 조선비즈 입력 : 2014.01.19 15:49 | 수정 : 2014.01.19 15:52

    블록버스터 법칙.
    블록버스터 법칙.

    애니타 엘버스 지음|이종인 옮김|세종서적|439쪽|1만7000원

    2012년 영화 '어벤져스'를 내놓으며 한창 주가를 높인 영화사 월트디즈니는 같은 해 영화 '존 카터'로 대재앙을 맞았다. 2억5000만달러의 제작비가 들어간 ‘존 카터’가 제작비 만큼의 적자를 내며 그 해 가장 큰 실패작으로 기록됐기 때문이다. 충격의 강도는 낮았지만 월트디즈니의 이런 경험은 다음 해에도 반복됐다. 당대 최고의 흥행 배우 조니 뎁을 내세운 영화 '론 레인저'가 흥행에 참패해 영화 '아이언맨 3'로 벌어들인 수익을 적자를 메우는 데 쓰는 상황이 됐다.

    월트디즈니 실적이 한 해에만도 이런 정신 없는 롤러코스터를 타는 이유는 한 편의 영화, 이른바 ‘블록버스터’에 자금과 노력을 집중했기 때문이다. 앨런 혼 월트디즈니 회장 스스로도 ‘블록버스터 전략’의 단점에 대해 "한번 실패하면 아주 거덜 날 정도로 참패를 맛본다는 점"이라고 말했을 정도다. 그런데 사실 영화 시장에서는 제작비 10억달러가 투입된 영화든 10달러가 투입된 영화든 제작비와 상관없이 똑같은 관람료를 받는다. 그래서 일부 합리적인 경영자를 자청하는 사람이라면 흥행을 예측할 수 없는 영화 한편에 막대한 제작비를 쏟아 붓는 ‘도박’보다 저예산으로 영화를 제작해 리스크를 줄이는 것이 수익률을 높일 수 있다고 주장할는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블록버스터 법칙’의 저자 애니타 엘버트 하버드대 교수는 엔터테인먼트 사업에 있어서 성공하는 가장 좋은 방법은 블록버스터 전략이라고 주장한다. 영화 제작사뿐 아니라 출판사와 텔레비전 쇼 제작 회사, 음반회사, 비디오 게임 제작사가 성공하는 가장 확실한 방법은 될 성싶은 블록버스터에 집중하고 '2류 작품'에는 성의 표시만 하는 전략이라는 것이다. 이 책은 엔터테인먼트 업계에서 '리스크-회피 전략'은 결코 블록버스터 전략을 이길 수 없고 블록버스터 전략이 곧 고수익을 낸다는 증거들을 대거 제시하고 있다.

    저자의 말을 인용해보면 블록버스터 전략을 외면하는 회사는 성공 가능성이 높은 새 작품을 얻을 수 있는 기회를 스스로 포기하는 것과 같다. 이런 영화사에는 가장 좋은 시나리오가 들어올 가능성이 거의 없고, 재능 있는 인재를 잡기도 어렵다. 즉 대형 작품(블록버스터)은 가장 높은 매출과 수익을 올리고, 회사에 활력을 불어넣는 동시에 브랜드 인지도를 높이며 장래 히트작들을 유도한다. 모든 엔터테인먼트 산업에서 강력한 조직을 구축하는 것은 다음 번 히트작을 만드는 핵심 사항이다.

    저자는 디지털 기술이 발전하는 미래 사회에서도 블록버스터 전략은 유효하다고 주장한다. 기술 발전으로 해적 행위가 많은 콘텐츠 제작자들을 위협하고 있고 더 낮은 가격으로 콘텐츠를 즐기려는 소비자가 늘어나고 있지만 수요가 아주 큰 작품만 제작비와 마케팅 비용을 회수할 수 있고 나머지 인기 없는 제품은 길바닥에 버려지는 현실은 변하지 않는다. 오히려 블록버스터가 시장을 지배하고 저예산 콘텐츠보다 블록버스터가 더 많은 수익을 내는 양극화 현상은 심화되고 있다.

    책 제목만 보면 엔터테인먼트 업계만의 지침서 같지만 승자독식 시장에서 경쟁하는 모든 기업 경영자들에게 일독을 권한다. ‘평균’만으로는 생존하기 어렵고 ‘규모의 경제’를 통해 소비자에게 호소하는 엔터테인먼트 산업의 특징이 다른 경제 부문으로 널리 전파되고 있기 때문이다. 해마다 1200만달러의 란제리 패션쇼를 열어 180개국에 중계하는 ‘빅토리아스시크릿’과 스카이다이버가 지구 표면에서 38km 올라간 공중 캡슐에서 뛰어내리는 스턴트를 벌인 에너지 음료 브랜드 '레드불 스트레이토스'는 웬만한 엔터테인먼트 업체보다 더 멋진 ‘블록버스터 전략’을 펼치고 있는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