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3조 해외시장 날릴 판

2014. 2. 2. 20:41C.E.O 경영 자료

173조 해외시장 날릴 판

 

중소 SI업체 키운다고 대기업 공공입찰 막더니…

 

삼성SDS·LG CNS 등 소프트웨어산업촉진법 탓

 

작년 국내 수주 실적 없어 전자정부시장 진출 길 막혀
입력시간 : 2014.02.02 16:08
정부가 중소 시스템통합(SI)업체를 육성하기 위해 만든 소프트웨어산업촉진법이 효과는커녕 엉뚱한 부작용을 만들어내고 있다. 정부는 대기업의 수주 독식을 막아 중소업체를 키운다는 차원에서 대형 SI업체들의 공공 발주물량 입찰을 금지시켰는데 이 때문에 대기업들이 연간 1,600억달러(한화 173조원)에 이르는 해외 전자정부 시장에 진출할 수 없는 기막힌 일이 일어나고 있는 것이다.

2일 안전행정부에 따르면 소프트웨어산업촉진법이 시행된 지난해 1월 이후 1년 동안 삼성SDS와 LG CNS, SK C&C 등 대형 SI업체는 정부 발주 공공물량 수주실적이 전무했다. 정부가 중소 SI업체 육성을 위해 대기업의 입찰을 완전 차단해버렸기 때문이다. 이로 인해 대기업 SI업체들은 관련 부서를 축소하거나 인력을 재배치하는 등 국내에서 정부조달 업무를 사실상 중단했다. 한 대기업 SI업체 관계자는 "공공물량을 수주할 수 없는데 사업부서를 계속 유지할 이유가 없지 않느냐"며 "해당 인력을 계열사 SI업무로 돌리거나 다른 부서로 전환 배치했다"고 말했다.

문제는 국내 규제 때문에 해외 전자정부 시장 진출 길도 막히게 됐다는 점이다. 대기업 SI업체들이 해외 시장에 진출하려면 우선 국내 시장에서 레퍼런스(실적)가 있어야 하는데 정부 규제로 실적이 없다 보니 해외에 나가려고 해도 갈 수가 없는 상황이 된 것이다.

법 시행 이전까지만 해도 정부가 발주한 공공물량을 바탕으로 대형 SI업체들은 해외 시장에서 상당한 성과를 냈었다. 지난해 우리나라의 전자정부 수출규모는 4억2,000만달러로 지난 2004년의 5만달러와 비교하면 10년 새 무려 8,000배나 급증했다. 2004년 이후 누적 수출액으로는 13억달러에 달한다. 이 같은 성과는 정부가 전자정부 수출을 위해 전방위 세일즈에 나선 데도 원인이 있지만 삼성SDS나 LG CNS, SK C&C 등과 같은 대기업 SI업체들이 지난 20여년간 정부와 호흡을 맞춰가며 전자정부 시스템을 구축하고 운용 노하우를 쌓았기 때문에 가능했다.

그러나 지난해부터 대기업의 공공물량 입찰이 완전 차단되면서 이들이 국내에서 실적을 쌓는 것이 불가능하게 됐다. 정부 관계자는 "국내 공공물량 참여가 완전히 차단된 국내 대기업들이 이제 해외에 진출하고 싶어도 하지 못하는 지경이 됐다"며 "자국에서 실적이 없는 업체를 해외 나라에서 써주겠느냐"고 토로했다.

시장조사 전문업체인 가트너에 따르면 2010년 기준 해외 전자정부 시장규모는 1,608억달러에 달한다. 이 시장을 놓고 시스템을 구축하는 IBM은 물론 SI컨설팅을 전문으로 하는 액센추어·딜로이트·PWC 등 글로벌 업체들은 갈수록 경쟁력을 키워가고 있는데 국내에서는 법 때문에 해외 시장 진출 길이 원천적으로 차단되고 있는 셈이다. 정부가 국내 대형 SI업체에 공공물량을 통해 실적을 쌓도록 유도해 경쟁력을 키우고 이를 통해 해외 시장에서 돈을 벌어오게끔 유도해야 하는데 중소 SI업체 육성이라는 명분 때문에 더 큰 실익을 놓치고 있다는 것이다. 대형 SI업체를 키워 해외 시장에 내보내면 중소업체들도 하청을 맡아 같이 참여하면서 윈윈할 수 있는데 오히려 중소 SI업체를 육성하기 위한 법이 이를 가로막는 대못 규제 역할을 하는 아이러니한 상황이 된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