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 2. 14. 19:57ㆍ사회 문화 연예 스포츠
北, 南 진정성 요구에 '통큰 양보'..왜 그랬나
연합뉴스 입력 2014.02.14 19
냉랭했던 남북관계 개선 돌파구 마련에 만족한 듯
(서울=연합뉴스) 최선영 기자 = 북한이 남북 고위급 접촉에서 남북관계 개선 의지에 대한 진정성을 '행동'으로 보여줘 주목된다.
북한은 그동안의 완강한 입장에서 물러나 남북관계 정상화를 위한 적극성을 보이면서 남측의 요구에 통 크게 양보하는 모습을 보인 것으로 평가된다.
북한은 이번 접촉에서 한미 합동군사연습 기간에 이산가족 상봉을 절대로 할 수 없다던 입장을 사실상 완전히 접었고 '자유민주주의체제의 언론 통제 한계'를 받아들였다.
특히 그동안 '대결을 위한 정책'이라며 비난해온 박근혜 대통령의 '한반도 프로세스'의 기본 취지에는 이해도 표시했다고 한다.
북측은 이번 접촉에서 남측에 많은 양보를 했다고 생각하고 이를 '통큰 용단'이라고 표현했을 정도다.
남북 고위급 접촉 우리 측 수석대표인 김규현 청와대 국가안보실 1차장은 14일 브리핑에서 북측이 남측의 "우리 대통령의 마음이시니 믿어라"라는 설득에 "대통령이 신뢰를 중시하신다니까 그 말을 믿겠다"며 "통큰 양보"라는 표현을 썼다고 말했다.
북한 입장에서는 꽉 막힌 남북관계의 물꼬를 틀 수 있는 계기를 마련했다는 것 외에는 말그대로 남측에 통 큰 양보를 한 셈이다.
김규현 1차장에 따르면 북측이 이번 접촉에서 자신들이 통 큰 양보를 했으니 "앞으로 잘해보자"고 말한데서도 북측의 속내가 드러난다.
북측은 애당초 이번 접촉을 통해 북한의 진정성을 의심하며 냉랭했던 우리 정부와 대화의 물꼬를 트고 남북관계의 돌파구를 마련하는 데 중점을 뒀음을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어떻게 보면 북한은 이번 접촉을 통해 지난달 국방위원회 명의의 '중대제안'을 통해 줄기차게 요구해온 한미군사훈련 중단 등의 강경 입장에서 물러날 수 있는 명분을 찾으려고 한 것으로 보인다.
북한이 이처럼 남측에 진정성을 보이면서 남북관계 개선에 적극성을 보이는 것은 장성택 처형 이후 우방인 중국을 비롯해 국제사회의 전방위적인 고립과 압박이 강화되면서 김정은 체제의 안정이 급선무로 나섰기 때문으로 보인다.
장성택 숙청으로 불안해진 민심을 달래고 1인지배 체제를 안정시키기 위해서는 경제난 해소가 급선무이고 이를 위해서는 외자유치가 발등에 떨어진 불이다.
특히 포전담당제와 같은 내부적인 개혁조치를 취하고 있고 경제개발구를 통한 개방조치도 취하고 있는 상황에서 정세 관리가 그 어느 때보다 필요한 상황이다.
여기에다 우리 정부의 외교로 대북문제에서 정부와 주변국의 협력이 강화된 상황에서 남북관계를 먼저 풀어야만 하는 환경에 처해있다.
결국 북한은 이번 접촉과 향후 지속적인 접촉을 통해 남북관계를 정상화하면서 중국, 미국, 일본 등 주변국과의 관계를 복원시켜 나갈 것으로 예상된다.
장용석 서울대 통일평화연구원 선임연구원은 "북한 입장에서는 이번 접촉에서 실질적으로 얻어가는 것이 없다고 할 정도로 많은 양보를 했다"며 "북한은 당장의 실익을 못 얻었지만 남북이 앞으로 대화를 지속하고 관계개선을 위해 노력하기로 한 것만으로도 대내적으로 악화된 이미지 개선과 정세관리에 도움이 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chsy@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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