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황의 역설…비싼식품만 잘팔린다

2014. 3. 14. 20:07사회 문화 연예 스포츠

 

불황의 역설…비싼식품만 잘팔린다

매일경제

계속되는 불황에 경기회복 전망이 불투명하고 미래에 대한 불안이 더욱 커지면서 자신과 가족의 안위를 최우선으로 여기는 '코쿤족'이 소비시장을 지배하고 있다. 코쿤족(cocoon族)은 누에고치(cocoon)처럼 자신을 보호하기 위해 움츠러드는 현대인을 의미한다. 이들은 장기침체로 스트레스가 높아진 만큼 이를 치유할 수 있는 힐링과 웰빙에 더 집착하는 모습을 보이는데, 그 결과 불황에도 프리미엄을 내세운 값비싼 먹거리가 일반 상품보다 더 잘 팔리는 역설이 이어지고 있다.

13일 롯데마트에 따르면 올 들어 주스와 햄 등 주요 먹거리 전반에 거쳐 일반 제품 매출은 작년보다 감소한 반면, 이보다 최고 6배 비싼 프리미엄 상품 판매는 급증한 것으로 나타났다.

우선 지난 1월부터 현재까지 일반 냉장주스 매출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34.1%나 줄었지만 착즙방식의 유기농 냉장주스는 반대로 24.3% 늘었다. 유기농 주스가 일반 주스보다 거의 3배 더 비싼데도 영양소 손실이 일반 제품 대비 적은 '건강식'이라는 생각에 찾는 손길이 부쩍 몰린 것이다. 실제로 일반 주스와 유기농 주스를 각각 대표하는 '콜드'와 '플로리다 내추럴 주스'의 100㎖ 가격을 따져보면 368.4원과 1010.6원으로 플로리다 내추럴 주스가 2.7배나 더 비싸다.

대구살 등 다른 생선살이 주원료인 일반맛살도 '진짜 게살'을 넣어 고가인 고급맛살에 밀렸다. 같은 기간 고급맛살과 일반맛살은 각각 10.7%, -15.4%씩 매출이 늘거나 줄어 희비가 갈렸다.

참기름도 마찬가지다. 미얀마 등에서 만드는 주요 대기업 제품 매출은 53.1%나 폭락한 가운데 이보다 3배 더 비싼 국산 참기름은 무려 6배나 판매가 늘었다.

한 장당 값을 따지면 일반 조미김(-5.6%)보다 6배 고가인 즉석구이 돌김(67.6%), 흔히 '김밥용 햄'으로 알려진 일반 사각형햄(-37.7%)과 훈제해서 만든 고급음식인 베이컨(9.7%) 역시 비슷한 결과가 나왔다.

이런 분위기는 이미 지난해부터 감지됐다. 작년 롯데마트에서 웰빙을 강조한 '저염 간장' 매출은 전년 대비 150% 성장했고 천연 수산 조미료 역시 37.1%나 뛰었다. 일반 간장과 기존 가공 조미료가 각각 3%, 17.8%씩 매출이 꺾인 것과는 정반대다.

프리미엄 먹거리만 취급하는 백화점 식품관도 코쿤족 덕을 톡톡히 보고 있다.

올해 들어 롯데백화점 식품관의 채소와 과일 매출은 작년보다 6%, 소고기ㆍ돼지고기 등 축산 매출은 5.8% 늘어 같은 기간 백화점 전체 매출 성장세(5.7%)를 웃돌았다. 여기서 파는 채소는 절반 이상이 친환경 농산물이고 소고기는 무조건 1등급 이상만 판매한다. 수입소스와 과자 등이 대부분인 가공식품 코너 매출도 9.4%나 뛰었다.

신세계백화점 역시 식품관에서 팔린 신선ㆍ가공식품 매출이 4.8% 늘었는데, 이 기간 2.2% 오르는 데 그친 백화점 전체 매출보다 배 이상 뛰어오른 셈이다.

건강을 위해서라면 돈을 아끼지 않는 코쿤족들의 소비행태는 최근 국내뿐 아니라 전 세계에서 비슷하게 나타나고 있다.

■ <용어 설명>

▷코쿤족:누애고치(코쿤) 속에 웅크리고 있는 애벌레처럼 위험한 외부 세상을 피해 안전한 것을 추구하는 현대인을 의미한다. 유기농 식품을 사고 비싼 취미에 열광하는 등의 소비행태를 보이는 게 특징이다.

[김태성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