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TX 착공 발표에 ‘찬반’ 다시 불붙어…타협없는 평행선
2014. 3. 31. 21:36ㆍC.E.O 경영 자료
GTX 착공 발표에 ‘찬반’ 다시 불붙어…타협없는 평행선
[한겨레] [지역 쏙] 5년만에 본궤도 오른 수도권광역급행철도
수도권 교통난 해결을 위해 경기도가 정부에 건의한 수도권광역급행철도(GTX) 사업 일부가 5년 만에 예비 타당성 조사를 통과했다. 지티엑스가 수도권 교통문제를 획기적으로 해결할 것이라는 기대감과 함께 서울 집중화를 심화시킬 것이라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경기도 고양시의 거리 곳곳에는 지난달부터 정치권이 앞다퉈 내건 ‘GTX 일산~동탄 구간 타당성 심사 통과! 본격 추진!’이란 펼침막이 수십장 나붙었다. 경기침체로 오랫동안 주목받지 못했던 고양 일산 킨텍스 주변 지역과 한류월드 조성사업, 택지개발지구에 대한 분양 문의가 잇따르는 등 부동산 시장도 지티엑스에 대한 기대감으로 들썩이기 시작했다.
6·4 지방선거 예비후보들 사이에선 지티엑스 유치나 노선 등을 둘러싼 공방이 벌어지는가 하면, 경기도 순환철도망인 경기하나철도(G1X)나 무상버스 공약을 제시하는 등 수도권 교통문제가 지방선거의 주요 의제로 떠오르고 있다.
수도권광역급행철도(GTX: Great Train Express)는 수도권 교통난을 해결하기 위해 경기도가 2009년 정부에 건의한 평균속도 시속 100㎞ 철도다. 11조8229억원을 들여 3개 노선을 만들며 일반 지하철보다 2배가량 깊은 지하 40~50m 공간을 달린다. 2011년 정부의 2차 국가철도망 구축계획에 3개 노선이 반영됐으며, 박근혜 대통령의 대선 공약에도 포함됐다. 김문수 경기도지사는 2010년 지방선거에서 지티엑스를 2012년 착공해 2016년까지 완공하겠다고 공약해 당선된 바 있다.
정부가 고양 일산 킨텍스~서울 삼성역 구간을 우선 추진하겠다고 발표한 지티엑스 사업에 대한 기대와 우려가 교차하고 있다. 지티엑스가 수도권 교통문제를 획기적으로 해결하고 수도권의 경쟁력을 높여줄 것이라는 기대감 속에, 이 사업이 경제적 타당성이 낮고 서울 집중화와 지역 편중을 심화시킬 것이라는 우려의 목소리도 만만찮다.
국토교통부는 지난달 28일 지티엑스 노선 가운데, 경제적 타당성이 확보된 A노선(일산~삼성 36.4㎞)은 즉시 추진하고, B노선(송도~청량리 48.7㎞)과 C노선(금정~의정부 45.8㎞)은 재기획 및 보완 과정을 거쳐 예비 타당성 조사를 재추진하겠다고 발표했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이 2년 넘게 걸려 실시한 예비 타당성 조사 결과를 보면, A노선만 비용 대비 편익 비율(B/C)이 1.33으로 경제성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으며, B와 C노선은 각각 0.33, 0.66에 그쳤다. 3개 노선 동시 추진은 0.84로 나타났다. 보통 비용-편익 비율이 1이 넘어야 사업을 진행할 수 있다.
국토부는 예비 타당성 조사에서 탈락한 B노선 대신 인천시가 제안한 송도~당아래(부천)~강남~잠실 노선(54.6㎞)에 대한 예비 타당성 조사를 다시 추진하기로 했다. 이 노선은 서울시가 애초 제안했던 D노선(당아래~잠실)을 활용해 청량리가 아닌 강남을 잇는 방안이다.
3개노선 중 A노선 먼저추진
“수도권 교통문제 획기적 해결”
국토부·장거리 통근자들 반겨
경기도의회 “경제성 낮은데다
한 곳만 개통땐 교통격차 확대…
동시 착공 안하면 백지화해야”
김경욱 국토교통부 철도국장은 27일 “A노선의 기본계획 용역과 함께 B, C노선에 대한 노선 조정 등 수요 확보와 비용 절감 방안을 1년 동안 보완해 예비 타당성 조사를 다시 진행할 방침이다. 3개 노선 동시 추진이 아니라 시차를 두고 단계적으로 사업을 진행하므로 국가재정부담에 크게 영향을 주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국토부는 이르면 5월부터 일산~삼성 노선에 대한 기본계획 수립과 타당성 조사, 민자 적격성 조사를 할 계획이다. 예정대로 기본계획과 설계가 진행되고 예산이 반영될 경우 2016년께 착공해 2022년 개통이 가능할 것으로 국토부는 보고 있다. 이 구간이 개통되면 현재 83분 걸리는 일산~삼성 구간이 22분으로 단축되고, 기존 케이티엑스 노선을 함께 사용하는 삼성~동탄(37.3㎞) 구간은 66분에서 18분으로 단축돼 경기 고양에서 동탄까지 73.7㎞를 40분에 갈 수 있다고 국토부는 설명했다.
수도권의 장거리 통근자들이 지티엑스 개통을 반긴다. 일산에 사는 회사원 김유호(53)씨는 “서울 강남으로 출근해보지 않은 사람은 제가 날마다 겪는 교통지옥을 잘 모른다”고 말했다. 지하철로 일산에서 서울 시내를 종단해 강남으로 가는 데 1시간30분 이상이 걸린다.
현재 수도권에서 하루 1시간 이상 장거리 통근자는 260만명에 이르는 것으로 조사됐다. 서울과 경기도를 오가는 차량 가운데 승용차가 60%를 차지하며, 이 중 80% 이상이 나홀로 차량이다. 정부는 지티엑스 3개 노선이 개통되면 승용차 통행이 59만대 줄어들 것으로 예상했다.
박병선 경기도 지티엑스 과장은 “수도권의 도로는 임계점에 다다라 출퇴근 전쟁을 해결하는 데 광역급행철도 말고는 다른 대안이 없다. 3개 노선이 모두 개통되면 예상되는 문제점을 최소화하고 경기도 남북을 30~40분대에 오가는 수도권 교통혁명 효과를 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이러한 장밋빛 전망과 달리 경기도의회는 지티엑스의 경제성이 낮아 승객이 적어 적자투성이가 된 용인·의정부 경전철처럼 애물단지가 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일부 구간만 개통 땐 교통소외지역과의 격차를 가속화시킬 것이라는 비판도 나온다.
의정부에 사는 이상훈(51)씨는 “경제성 분석을 명목으로 A라인만 우선 착공하면 지역 불균형이 더욱 심화된다. 동시 착공하지 않으려면 사업을 백지화하는 편이 낫다”고 말했다. 인천 시민 이광재(45)씨는 “정부와 인천시가 송도에 유엔 녹색기후기금(GCF) 사무국을 유치하면서 송도~청량리 지티엑스 우선착공을 공약해놓고 사업을 연기한 것은 유엔과 인천 시민에 대한 기만”이라고 반발했다.
2010년부터 지난해까지 ‘지티엑스 검증 특별위원회’를 꾸려 검증에 나선 경기도의회는 지난해 10월 펴낸 활동보고서에서, 사업비 확보가 불투명한 상태에서 무리하게 사업을 추진하지 말 것을 제안했다. 경기도의회는 수요예측과 관련해 ‘승용차 수요를 지티엑스가 흡수할지 미지수이며, 환승이 불편하고 접근성이 떨어져 실제 시간절약 효과는 적을 것’으로 예상했다.
경기도의회는 이어 명확한 사업 추진을 하려면 국토부와 경기·서울·인천시가 협의체를 꾸려 국책사업으로 3개 노선을 동시에 착공하는 게 필요하다고 밝혔다. 이밖에 사고에 대비한 안전대책 미비와 지역 편중 및 기존 수혜지역의 중복혜택, 투자 대비 효과 저조, 경기도의 베드타운화 및 서울 집중 교통체계 심화, 수요 대비 수익성 결여, 다른 광역철도사업 지연 같은 문제점이 지적됐다. 경기도의회 지티엑스 검증특위 위원장을 지낸 오완석 경기도의원(새정치민주연합·수원)은 “지티엑스를 정치논리로 추진하게 되면 교통문제는 개선되지 않고 세금 낭비와 수익자 부담은 늘고 버스 등 대중교통 체계까지 망가지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고 말했다.
교통문제 전문가로 꼽히는 이상성 경기도의원(정의당·고양)은 “지티엑스는 20조원 가까이 투자해 20만~30만명을 실어 나르며 연간 수천억원의 적자가 발생하는 고비용 저효율 시스템으로, 제2의 4대강 사업이라 부를 만하다. 정부도 그걸 알기 때문에 2년 동안 고민했는데 대통령의 공약이라 안 할 수 없어 투자 대비 효과가 좋을 것으로 예상되는 구간만 추진하고 나머지는 사실상 포기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지티엑스에 투입될 예산으로 기존 간선철도를 개선해 미국 뉴욕이나 프랑스 파리처럼 급행철도 시스템을 만들고, 경기북부 교통소외지역의 철도 인프라를 조성하는 일이 더 시급하다”고 덧붙였다.
전문가들은 제기되는 지티엑스 문제점에 대한 효율적인 대책 마련을 주문했다. 최기주 아주대 교수(환경건설교통공학부)는 “버스·전철 등과 환승 체계를 잘 구축하고 속도를 빠르게 해야 수요가 창출된다. 영국의 광역급행철도인 크로스레일처럼 연계교통을 동시 추진해야 한다”고 말했다. 박재홍 수원대 교수(도시·부동산개발학과)는 “지티엑스가 건설되면 역세권과 주변지역 연계개발로 자족기능을 갖춘 광역도시 생활권이 들어서게 되므로 수도권 공간구조 변화에 대한 도시계획 차원의 대응전략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고양/박경만 기자 mani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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