홈쇼핑은 `납품업체의 무덤`…툭하면 계약 파기·뒷돈 거래

2014. 4. 2. 20:30이슈 뉴스스크랩

홈쇼핑은 `납품업체의 무덤`…툭하면 계약 파기·뒷돈 거래

 

 

◆ 복마전 홈쇼핑 (上) ◆

매일경제
# 건강보조식품을 만드는 A사는 지난해 중순 TV홈쇼핑업체 B사와 납품 협의를 했다. B사는 A사에 제품 1만개를 만들어 납품하면 4~5회 방송을 내보내주겠다고 철석같이 약속했다. A사는 계약서를 작성하지 않은 상태에서 납품하는 게 불안했지만 B사는 일단 제품부터 보내라고 했다. '을(乙)' 입장에서 어쩔 수 없이 B사 요구에 따랐다. 하지만 첫 방송이 나간 후 B사는 돌변했다. 시청자들의 반응이 시원찮다며 추가 방송을 취소해 납품했던 제품은 고스란히 반품으로 돌아왔다.

# 홈쇼핑업체에 납품하는 한 대기업은 프라임타임대에 방송할 때 방송비용으로 7000만원을 내고, 일반 수수료 명목으로 판매액의 최대 35%를 추가로 홈쇼핑 업체에 내고 있다. 이 업체 관계자는 "홈쇼핑사에서 광고비 명목으로 2000만~3000만원을 더 내라고 하더라"며 "광고비까지 요구하니 당황스러웠지만 안 내면 불이익을 받으니까 낼 수밖에 없다"며 "협상은 없다. 그냥 하라는 대로만 해야 한다"며 씁쓸하게 말했다.

TV홈쇼핑업체들이 방송을 무기로 납품업체에 구두계약, 리베이트, 방송시간 편성에 따른 웃돈 지급, 직급에 따른 단계별 로비 등을 요구하며 슈퍼갑(甲)으로 군림하고 있다. 이로 인해 홈쇼핑 시장은 비리 사슬로 얽혀 있는 '복마전' 양상을 보이고 있다.

최근 무더기로 구속된 롯데홈쇼핑 전ㆍ현직 임직원들은 방송 출연을 조건으로 수억 원을 받아 챙긴 혐의를 받고 있다.

A사 사례처럼 홈쇼핑업체들이 제품을 출시하는 데 있어서 선입고(구두계약)를 해야 하는데, 판매가 부진하면 반품 처리되기 때문에 재고 소진을 위한 추가 방송과 선입고 물량 조절을 위해 로비가 필수적인 구조가 되는 셈이다. 납품사와 홈쇼핑을 연결시켜주는 벤더업체(상품공급업체)와 홈쇼핑업체의 유착도 비리의 온상으로 꼽힌다.

한 중소업체 대표는 "벤더가 홈쇼핑 임직원들을 접대하고 뒷돈 찔러주며 관리하다가 그만두고 나오면 일정 기간 뒤를 봐준다. 그래서 홈쇼핑 현업에 있는 직원들도 벤더를 버리지 못한다"고 말했다.

[김주영 기자 / 장원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