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들, 교육부 눈치 속 마지못해 '학점포기제' 폐지
2014. 4. 11. 21:15ㆍ사회 문화 연예 스포츠
대학들, 교육부 눈치 속 마지못해 '학점포기제' 폐지
폐지키로 학칙 변경하고도 유예기간 둬 마지막 '포기' 허용 편법도
(서울=뉴스1) 사건팀 =
대학가의 '학점세탁' 도구라는 지적을 받아온 학점포기제도를 가급적 폐지할 것을 골자로 한 교육부와 한국대학교육협의회(이하 대교협)의 지침을 대부분의 서울시내 주요 대학이 '울며 겨자 먹기' 식으로 받아들이면서 학생들의 반발을 사고 있다.
일부 학교는 교육부 등의 눈치를 보면서 학점포기제를 폐지키로 했으면서도 학생들의 반발을 의식해 폐지 시점을 유예하고 그 기간 동안에는 오히려 학점 포기 신청 요건을 완화해주는 편법 마저 동원하고 있다.
뉴스1이 서울 시내 30개 4년제 대학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애초부터 학점포기제를 실시하지 않고 있는 12개 학교를 제외한 나머지 대학 가운데 13곳이 교육부와 대교협의 지침대로 학점포기제를 폐지하기로 했다.
성균관대, 세종대 등 2개 대학은 학점포기제 폐지 여부를 결정하지 못한 채 고심하고 있고 경희대, 한성대, 성공회대 등 3개 대학은 교육부 지침에도 불구, 학점포기제를 유지키로 했다.
이렇게 학교에 따라 들쭉날쭉한 부분이 있어 학점포기제를 폐지하는 학교 학생들이 '상대적 불이익'을 이유로 더 크게 반발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게 됐다.
대교협은 지난해 12월 각 대학에 취업을 위해 F학점이 표기되지 않는 이른바 '취업용 성적표'를 무분별하게 발급하는 일을 막기 위해 '학생성적 관리 개선 방안'을 마련, 3월말까지 교육부로 제출하라는 공문을 내려보낸 바 있다.
이에 따라 일부 대학들은 학점포기제 폐지 방침을 정하고 이를 위한 학내 절차에 착수했으나 폐지를 결정하고도 학생들의 반발과 타 대학들의 움직임을 의식해 올해 1학기부터 전면적으로 학점포기제 폐지를 시행하지 않고 '유예제도'를 뒀다.
이화여대는 지난 2일 대학 홈페이지를 통해 "대학평의원회의 심의와 교무회의 의결을 거쳐 학점 포기제가 2014년 4월1일자로 폐지됐다"고 공지했다.
그러나 실제로는 1년간 유예기간을 둬 오는 9월과 내년 2월, 각각 3일간 두 차례에 걸쳐 학점 포기 신청을 받기로 하면서 오히려 기존의 학점 포기 신청 요건도 완화하기로 했다.
즉 이전까지는 6학기 이상 이수한 재학생만 학점포기 신청이 가능했지만 유예 기간에는 휴학생을 포함한 재적생들이 1회에 한해 6학점까지 자신의 학점과 수강내역을 지울 수 있게 된 것이다.
학점포기제 폐지를 앞두고 마지막으로 되레 학점 포기의 문턱을 한층 낮춰준 셈이다.
이화여대 관계자는 11일 "교육부가 올 1학기부터 학점포기제를 폐지하라는 공문까지 보내왔지만 학생들의 피해를 최소화하고자 두 차례 더 학점 포기 신청 기간을 운영한다"고 설명했다.
한양대도 올해 1학기부터 수강하는 과목에 대해서는 학점포기제도를 폐지했다. 하지만 2013년 2학기까지 들었던 과목들에 한해서는 2018학년도 2학기까지, 무려 5년간 유예기간을 두고 학점을 포기할 수 있도록 했다.
이와 관련해 교육부 관계자는 "각 대학에 강제할 권한은 없다. 대학협의체를 통해 자체적으로 개선하라고 권고한 사항"이라며 "각 대학의 폐지 여부에 대한 자료를 취합한 뒤 개선사항을 살펴보고 성적 관리 개선을 위한 다음 단계를 추진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다음 단계에 대한 구체적인 계획은 아직 없다"고 했다.
대교협 관계자 역시 "교육부에 자료를 취합해 전달할 뿐 별다른 입장은 없다"고 선을 그었다.
교육부와 대교협이 이처럼 표면적으로는 대학 측에 강제하지 않는다는 점을 내세우는데도 대학들이 학생들의 눈총을 받아가며 학점포기제를 폐지하려는 이유는 교육부의 정부재정지원제한대학 평가지표에서 '학사관리 및 교육과정'의 반영비율이 늘어난 점이 큰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교육부는 대학평가 지표에서 학사관리 및 교육과정의 반영비율을 지난해 10%에서 12.5%로 늘렸다. 대학평가에서 낮은 점수를 받는 대학은 정부와 지방자치단체이 시행하는 재정지원 사업에 참여할 수 없다.
이에 대학들은 '취업률이 높아야 명문대'라는 인식 탓에 학생들에게 취업에 도움이 되는 '좋은' 성적표를 안겨주고 싶다가도, 학점포기제를 유지하면 교육부의 눈 밖에 나 재정적인 타격을 입지 않을까 싶어 눈치싸움을 하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올해 봄학기부터 학점포기제 폐지에 들어간 고려대, 숙명여대, 성신여대, 숭실대 등은 학점포기제도의 부정적인 면과 다른 학생의 수강권을 폐지의 명분으로 삼고 학생들을 설득하고 있다.
고려대 관계자는 "교과부의 정부지원재정에서 불이익을 받을 수 있다는 불안감과 무관하지 않다"고 인정하면서도 "학점포기제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가 있었고 이를 고칠 필요성이 있다고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학생들은 학점포기제 폐지 자체 뿐만 아니라 대학들의 들쭉날쭉한 움직임에 반발하고 있다.
이화여대 총학생회는 "학생 입장에서 절박한 마음으로 이용하고 있는 학점포기제도를 '비교육적'이라고 규정하고 대안을 제시하지 않는 것은 무책임한 일"이라고 주장하면서 학교 측에 폐지 철회를 요구하고 있다.
이화여대 심리학과에 재학 중인 A(20)씨는 "안전망이 사라진 기분이다. 상대평가 체제에서는 아무리 열심히 해도 학점이 낮게 나올 수도 있다"며 아쉬움을 나타냈다. 학점포기제를 폐지하려면 상대평가 체제 완화나 절대평가제 도입 등의 대안이 마련돼야 한다는 것이다.
고려대 경제학과에서 공부하고 있는 B(25)씨는 "예전에 학교 성적이 취업과 큰 상관이 없을 때 대학 다녔던 사람들이 학점포기제를 추진하려는 것 아니냐"며 "자기들은 쉽게 취업해놓고 이제 와서 우리를 괴롭히려는 심보가 짜증난다"고 말했다.
같은 대학 사회학과에 다니는 C(22)씨는 "교육적으로 옳지 않다는 점에 대해서는 일정 부분 동감하나 당장 학생들이 어떤 불이익을 받는지에 대한 고민과 학생을 설득하려는 과정이 없었던 게 가장 큰 문제다"고 지적했다.
이어 "학점포기는 필요하다. 수업을 듣다보면 정말 본인과 맞지 않는 과목이 한두과목씩 있을 수 있다"며 "수업 선택권이 제대로 보장되지 않는 상황에서 철회할 기회마저 박탈하는 건 매우 불합리하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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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소재 주요 대학들이 학점 세탁의 온상으로 지목된 '학점포기제'를 폐지할 것으로 보이면서 고 스펙 경쟁에 시달리는 학생들의 반발을 살 것으로 보인다. 사진은 서울 시내의 대학교에서 한 졸업생이 졸업식 후 채용 게시판을 보고 있는 모습. 2013.8.30/뉴스1 © News1 안은나 기자2013.8.30/뉴스1 © News1 안은나 기자 |
대학가의 '학점세탁' 도구라는 지적을 받아온 학점포기제도를 가급적 폐지할 것을 골자로 한 교육부와 한국대학교육협의회(이하 대교협)의 지침을 대부분의 서울시내 주요 대학이 '울며 겨자 먹기' 식으로 받아들이면서 학생들의 반발을 사고 있다.
일부 학교는 교육부 등의 눈치를 보면서 학점포기제를 폐지키로 했으면서도 학생들의 반발을 의식해 폐지 시점을 유예하고 그 기간 동안에는 오히려 학점 포기 신청 요건을 완화해주는 편법 마저 동원하고 있다.
뉴스1이 서울 시내 30개 4년제 대학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애초부터 학점포기제를 실시하지 않고 있는 12개 학교를 제외한 나머지 대학 가운데 13곳이 교육부와 대교협의 지침대로 학점포기제를 폐지하기로 했다.
성균관대, 세종대 등 2개 대학은 학점포기제 폐지 여부를 결정하지 못한 채 고심하고 있고 경희대, 한성대, 성공회대 등 3개 대학은 교육부 지침에도 불구, 학점포기제를 유지키로 했다.
이렇게 학교에 따라 들쭉날쭉한 부분이 있어 학점포기제를 폐지하는 학교 학생들이 '상대적 불이익'을 이유로 더 크게 반발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게 됐다.
대교협은 지난해 12월 각 대학에 취업을 위해 F학점이 표기되지 않는 이른바 '취업용 성적표'를 무분별하게 발급하는 일을 막기 위해 '학생성적 관리 개선 방안'을 마련, 3월말까지 교육부로 제출하라는 공문을 내려보낸 바 있다.
이에 따라 일부 대학들은 학점포기제 폐지 방침을 정하고 이를 위한 학내 절차에 착수했으나 폐지를 결정하고도 학생들의 반발과 타 대학들의 움직임을 의식해 올해 1학기부터 전면적으로 학점포기제 폐지를 시행하지 않고 '유예제도'를 뒀다.
이화여대는 지난 2일 대학 홈페이지를 통해 "대학평의원회의 심의와 교무회의 의결을 거쳐 학점 포기제가 2014년 4월1일자로 폐지됐다"고 공지했다.
그러나 실제로는 1년간 유예기간을 둬 오는 9월과 내년 2월, 각각 3일간 두 차례에 걸쳐 학점 포기 신청을 받기로 하면서 오히려 기존의 학점 포기 신청 요건도 완화하기로 했다.
즉 이전까지는 6학기 이상 이수한 재학생만 학점포기 신청이 가능했지만 유예 기간에는 휴학생을 포함한 재적생들이 1회에 한해 6학점까지 자신의 학점과 수강내역을 지울 수 있게 된 것이다.
학점포기제 폐지를 앞두고 마지막으로 되레 학점 포기의 문턱을 한층 낮춰준 셈이다.
이화여대 관계자는 11일 "교육부가 올 1학기부터 학점포기제를 폐지하라는 공문까지 보내왔지만 학생들의 피해를 최소화하고자 두 차례 더 학점 포기 신청 기간을 운영한다"고 설명했다.
한양대도 올해 1학기부터 수강하는 과목에 대해서는 학점포기제도를 폐지했다. 하지만 2013년 2학기까지 들었던 과목들에 한해서는 2018학년도 2학기까지, 무려 5년간 유예기간을 두고 학점을 포기할 수 있도록 했다.
이와 관련해 교육부 관계자는 "각 대학에 강제할 권한은 없다. 대학협의체를 통해 자체적으로 개선하라고 권고한 사항"이라며 "각 대학의 폐지 여부에 대한 자료를 취합한 뒤 개선사항을 살펴보고 성적 관리 개선을 위한 다음 단계를 추진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다음 단계에 대한 구체적인 계획은 아직 없다"고 했다.
대교협 관계자 역시 "교육부에 자료를 취합해 전달할 뿐 별다른 입장은 없다"고 선을 그었다.
교육부와 대교협이 이처럼 표면적으로는 대학 측에 강제하지 않는다는 점을 내세우는데도 대학들이 학생들의 눈총을 받아가며 학점포기제를 폐지하려는 이유는 교육부의 정부재정지원제한대학 평가지표에서 '학사관리 및 교육과정'의 반영비율이 늘어난 점이 큰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교육부는 대학평가 지표에서 학사관리 및 교육과정의 반영비율을 지난해 10%에서 12.5%로 늘렸다. 대학평가에서 낮은 점수를 받는 대학은 정부와 지방자치단체이 시행하는 재정지원 사업에 참여할 수 없다.
이에 대학들은 '취업률이 높아야 명문대'라는 인식 탓에 학생들에게 취업에 도움이 되는 '좋은' 성적표를 안겨주고 싶다가도, 학점포기제를 유지하면 교육부의 눈 밖에 나 재정적인 타격을 입지 않을까 싶어 눈치싸움을 하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올해 봄학기부터 학점포기제 폐지에 들어간 고려대, 숙명여대, 성신여대, 숭실대 등은 학점포기제도의 부정적인 면과 다른 학생의 수강권을 폐지의 명분으로 삼고 학생들을 설득하고 있다.
고려대 관계자는 "교과부의 정부지원재정에서 불이익을 받을 수 있다는 불안감과 무관하지 않다"고 인정하면서도 "학점포기제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가 있었고 이를 고칠 필요성이 있다고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학생들은 학점포기제 폐지 자체 뿐만 아니라 대학들의 들쭉날쭉한 움직임에 반발하고 있다.
이화여대 총학생회는 "학생 입장에서 절박한 마음으로 이용하고 있는 학점포기제도를 '비교육적'이라고 규정하고 대안을 제시하지 않는 것은 무책임한 일"이라고 주장하면서 학교 측에 폐지 철회를 요구하고 있다.
이화여대 심리학과에 재학 중인 A(20)씨는 "안전망이 사라진 기분이다. 상대평가 체제에서는 아무리 열심히 해도 학점이 낮게 나올 수도 있다"며 아쉬움을 나타냈다. 학점포기제를 폐지하려면 상대평가 체제 완화나 절대평가제 도입 등의 대안이 마련돼야 한다는 것이다.
고려대 경제학과에서 공부하고 있는 B(25)씨는 "예전에 학교 성적이 취업과 큰 상관이 없을 때 대학 다녔던 사람들이 학점포기제를 추진하려는 것 아니냐"며 "자기들은 쉽게 취업해놓고 이제 와서 우리를 괴롭히려는 심보가 짜증난다"고 말했다.
같은 대학 사회학과에 다니는 C(22)씨는 "교육적으로 옳지 않다는 점에 대해서는 일정 부분 동감하나 당장 학생들이 어떤 불이익을 받는지에 대한 고민과 학생을 설득하려는 과정이 없었던 게 가장 큰 문제다"고 지적했다.
이어 "학점포기는 필요하다. 수업을 듣다보면 정말 본인과 맞지 않는 과목이 한두과목씩 있을 수 있다"며 "수업 선택권이 제대로 보장되지 않는 상황에서 철회할 기회마저 박탈하는 건 매우 불합리하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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