쌀쌀한 봄바람 불지만… 발길 끊이지 않는 안산 분향소

2014. 5. 5. 19:52사회 문화 연예 스포츠

쌀쌀한 봄바람 불지만… 발길 끊이지 않는 안산 분향소

[세월호 참사] 연휴 셋째날에도 조문 이어져

(안산=뉴스1) 문창석 기자 =

뉴스1

2일 안산 단원구 화랑유원지에 마련된 세월호 사고 희생자 안산 정부 합동 분향소에는 조문객의 발길이 끊임없이 이어지고 있다. 2014.5.2/뉴스1 © News1 사진공동취재단


5월이지만 날선 바람이 불어 한 어린이가 콜록거렸다. 마스크를 다시 고쳐 쓴 꼬마는 할머니의 주름진 손을 양손으로 꼭 잡았다. 날은 맑았지만 할머니의 표정은 주위 사람들처럼 어두웠다.

할머니는 분향소에 들어가기 전 손자의 가슴에 '근조(謹弔)' 리본을 달아줬다. 아이는 "할머니, 이건 뭐라고 써있는 거야?"라고 물었다. 할머니는 "슬퍼한다는 뜻"이라고 대답해줬다.

아이는 다시 천진한 표정으로 물었다. "뭘 슬퍼한다는 거야?" 뭔가 대답하려던 할머니는 말문이 막힌 듯 잠시 가만히 있다가 쥐어짜내듯 말했다. "우리 동네 형들 누나들이 많이 죽은 게 슬픈 거야." 그는 손자의 손을 이끌고 힘없이 발걸음을 옮겼다.

어린이날인 5일 오전에도 경기 안산시 화랑유원지에 마련된 세월호 침몰 희생자 합동 분향소에는 사람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았다. 연휴 셋째날이지만 가족 단위로 분향소를 찾은 인파가 몰려 시민들은 입장을 위해 길게 줄을 서기도 했다.

분향소에 들어가기 전부터 눈물을 훌쩍이는 여성 조문객들이 눈에 많이 띄었다. 몇몇 어린이들은 그런 어머니의 손을 잡고 나들이를 나온 듯 밝은 표정을 지었지만 대부분 아이들의 표정은 부모들과 똑같이 침울했다.

추모곡이 짙게 흐르는 분향소 안은 엄숙했다. 시민들은 저마다 흰 국화 한 송이씩을 받아들었다. 헌화를 할 차례를 기다리며 희생자들의 넋을 위로하는 메시지를 방명록에 적었다. 방명록 한 권 사이마다 눈물을 닦기 위한 티슈가 한 상자씩 놓여있었다.

100여명이 한 줄로 길게 서 희생자들 앞에 섰다. 영정사진에 조금씩 다가갈 때마다 조문객들의 눈시울도 더욱 붉어졌다. 한 조문객은 "저렇게 어린 아이들이"라는 말을 반복하며 발을 굴렀다.

"내 아가. 우리 손자 어디갔어. 아이고 세상에." 조문객 중 여성 3명이 한 학생의 영정 사진 앞에서 발걸음을 멈추고 오열했다. 할머니인 듯한 조문객이 구슬프게 울자 헌화 차례를 기다리며 이를 지켜보던 다른 조문객들도 눈물을 훔쳤다.

"헌화하십시오. 일동 고인께 묵념." 헌화를 마친 조문객들은 아이들의 영정사진을 천천히 돌아보며 눈물을 흘렸다. 어린 아들을 안은 아버지와 딸의 손을 잡은 어머니가 울자 아이들도 표정이 어두워졌다.

분향소 출구 밖에는 책상 위에 티슈 3상자가 마련돼있었다. 조문객들의 절반은 티슈를 뽑아 눈물을 훔치기에 바빴다.

이날 경기 수원에서 중학생 딸과 다섯 살된 아들, 두 살난 아기와 함께 분향소를 찾은 임모(39·여)씨는 "아이들이 더이상 이런 세상에 살지 않는 나라가 됐으면 하는 마음에 찾았다"고 말했다.

담담하게 말하는 어머니 옆에 선 중학생 딸은 훌쩍였고 다섯 살난 아들의 뺨에도 눈물이 흘렀다. 유모차에 있는 아기만 따스한 햇볕이 기분 좋은 듯 웃고 있었다.

뉴스1

세월호 침몰 사고 19일째인 4일 오전 경기 안산 화랑유원지에 마련된 세월호 사고 희생자 정부 합동분향소에서 조문을 마친 한 시민이 눈물을 흘리고 있다. 2014.5.4/뉴스1 © News1 민경석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