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참사> "살아남은 게 부끄러워 숨은 줄 알았는데.."

2014. 5. 5. 20:13C.E.O 경영 자료

<세월호참사> "살아남은 게 부끄러워 숨은 줄 알았는데.."

단원고 이지혜 교사, 5층 객실 아닌 4층서 제자들과 함께 발견 연합뉴스 | 입력 2014.05.05 16:31 | 수정 2014.05.05 17:29

 

 

단원고 이지혜 교사, 5층 객실 아닌 4층서 제자들과 함께 발견

(안산=연합뉴스) 특별취재팀 = "조금만 아파도 병원에 갈 정도로 겁이 많았는데 학생들에게 달려가면서 얼마나 무서웠을까…"

여객선 '세월호'가 침몰한 지 20일째인 5일 고려대학교 안산병원 장례식장에 마련된 단원고 2학년 7반 담임 이지혜(31·여) 교사 빈소에서 여동생 지은씨는 끝내 말을 잇지 못했다.

가족들은 사고 직후부터 이 교사의 시신이 발견된 지난 3일 오후까지 이 교사가 무사히 돌아올 것이라는 희망을 버리지 못했다.

세월호 객실 배치도를 통해 이 교사가 배에서 가장 위층이고 탈출에 유리한 5층에 묵었다는 사실을 확인했기 때문이다.

구조된 학생들도 "선생님은 5층에서 주무셔서 거기 계속 계셨다면 살아계실테니까 너무 걱정말라"며 이 교사 가족을 위로해왔다.

보름이 지나도록 아무런 소식이 없자 가족들은 "선생님으로서 혼자 살아남은 게 부끄러워 섬 같은 곳에 숨었나 보다"라고 서로를 위안하면서 희망의 끈을 놓지 않았다.

그러나 이 교사는 사고 18일째인 지난 3일 오후 가라앉은 세월호의 4층 중앙 부분에서 구명조끼도 없이 차갑게 식은 몸으로 발견됐다.

이 교사가 발견된 4층 중앙 부분은 양옆으로 계단이 있어 7반 학생들이 배정받은 객실이 위치한 선수보다 배를 탈출하기 쉬운 곳이다.

앞서 7반 반장인 이모 군의 시신이 이곳에서 나왔고 이 교사에 이어 7반 학생들의 시신이 잇따라 같은 곳에서 수습됐다.

스승의 길을 걸어온 언니의 모습을 보고 자신도 초등학교 교사가 됐다는 여동생 지은씨는 "배가 기울자 언니가 5층에서 내려와 학생들과 함께 계단 쪽으로 대피하다가 미처 빠져나오지 못한 것 같다"며 "학생에게 양보했는지 구명조끼도 입지 않은 모습이 잊히지 않는다"고 울먹였다.

교사의 빈소 앞에는 제자들이 보내온 조화가 줄지어 서 있었다.

단원고 5회 졸업생들은 '부디 따뜻한 곳에서 아름다운 별이 되기를'이라고 적힌 조화로 스승의 명복을 빌었다.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