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온난화 뛰어넘고 FTA타고 해외식품 몰려와

2014. 5. 6. 20:01C.E.O 경영 자료

지구온난화 뛰어넘고 FTA타고 해외식품 몰려와

 

 

◆ 식탁의 세계화 (上) ◆

매일경제


임영호 이마트 수입과일 바이어는 지난해 11월 열흘간 지구 한 바퀴를 도는 출장을 다녀왔다. 석류와 포도를 구하러 미국과 페루, 칠레, 프랑스를 거쳐 다시 한국으로 돌아오는 일정에 비행기만 11번 탔다. 결국 포도를 구해온 곳은 2010년 구리광산 사고로 광부들이 단체로 매몰됐다 구조된 칠레의 '아타카마' 지역. 1년에 한 번도 비가 오지 않는 때도 있다는 세계에서 가장 건조한 사막지역이다. 물기 한 방울 없는 땅에서 재배하는 포도 당도는 매우 높았다.

이렇게 칠레와 페루 등 남미지역에서 포도를 들여온 덕에 여름과일인 포도를 한겨울에도 사 먹을 수 있게 됐다.

한국의 식탁이 바뀌고 있다. 국내산으로만 꾸려지던 식단은 이제 옛말이다. 비싼 김장철에 중국산 채소 일부, 미국산과 호주산 쇠고기 정도를 수입하는 시대를 지나 이제는 수천 ㎞ 떨어진 남미와 북미, 멀리 아프리카 과일과 생선ㆍ견과까지 지구 반 바퀴를 돌아 한국 식탁에 오른다. 너무 비싸거나 자취를 감춘 식자재를 대체하고, 해외에서만 먹을 수 있는 별미 식재료가 식탁을 다채롭고 풍성하게 만들고 있다.

'고급 식재료의 상징' 랍스터는 북미지역에서 비행기로 바로 들여오면서 새우만큼 흔해졌다. 미국 동부 메인주에서 일요일에 잡아올린 랍스터는 불과 나흘 만에 한국 매장에서 펄떡이는 활 랍스터로 팔린다. 미국 랍스터 수확량의 90% 이상을 담당하는 메인주에서 잡힌 랍스터 세 마리 중 한 마리가 한국에서 소비되고 있다.

지구 온난화로 수온이 올라가면서 어장 환경이 급변하고 있는 수산물은 해외 의존도가 특히 높다. 물고기들은 수온이 0.1도만 올라도 방향을 바꿀 정도로 예민해 수산물이 기후 영향을 제일 많이 받고 있다. 한 대형마트 관계자는 "2010년 이후 국내에 갈치 어획량이 급감하자 세네갈 갈치가 부상했다"고 전했다. 세네갈 현지에서는 잘 먹지 않기 때문에 싸게 들여올 수 있는데, 이 때문에 세네갈 갈치가 국내산 갈치보다 싸다는 것이다.

덕분에 '한철 먹거리'가 '사철 먹거리'로 변하기도 한다. 국산 양식 새우만 나올 때는 9월 초~10월 중순 한 달간만 먹을 수 있었던 새우는 수입산 덕분에 연중 즐기는 품목이 됐다.

가자미(미국)나 코다리(러시아), 열빙어(캐나다)도 반건조 상태로 들여와 제철이 없어졌다.

자유무역협정(FTA) 체결 국가가 계속 늘어나면서 수입 문턱이 낮아진 식품들도 많아졌다. 대표적인 것이 포도 비수기인 1~5월 중 수입되는 칠레 포도다. FTA 발효 이후 칠레 포도 수입량은 10년간 9000t에서 4만7000t으로 5배 늘었다.

웰빙과 유기농 먹거리, 기호식품 등에 아낌없이 소비하는 사람들이 늘면서 산지가 다변화되는 경우도 흔하다. '물도 골라 먹는' 사람들 때문에 생수도 의외로 수입량이 많다. 지난해 관세청이 발표한 10대 소비재 수입동향에 따르면 생수는 2011년부터 3년간 매년 평균 69.2%씩 수입량이 늘었다. '에비앙' '피지워터' '산 펠레그리뇽' 등을 판매하는 백화점 생수바가 생기고, 해외 고급 생수 전문 인터넷쇼핑몰이 등장하는 등 판매처도 다양해졌다.

다이어트에 효능이 있다는 마테차는 미국과 일본, 싱가포르에서 수입되면서 지난해 중량 기준 수입량이 5년 전보다 856%나 급증했다. 달콤한 디저트를 찾는 사람들이 늘면서 코코아는 지난해 600만달러어치나 수입됐다. 5년 전보다 배 이상 증가한 숫자다. 관세청은 "웰빙과 다이어트에 대한 관심이 높아져 차(茶)류 수입이 해마다 늘어난다"고 했다.

해외를 여행하거나 유학하면서 외국 문화를 접한 사람들이 많아지면서 외국산 향신료도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게 됐다. 이름도 생소한 인도 심황부터 베트남 계피와 터키 월계수 잎, 마다가스카르산 정향까지 나무껍질과 잎, 씨앗, 꽃류를 가리지 않는다.

[기획취재팀 = 김주영 팀장 / 이유진 기자 / 김태성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