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침몰 참사] "세월호 안전문제 1년 전부터 지적.. 정부가 방조했다"

2014. 5. 9. 21:40이슈 뉴스스크랩

[세월호 침몰 참사] "세월호 안전문제 1년 전부터 지적.. 정부가 방조했다"

국민일보 | 입력

 

 

세월호 안전문제는 해운업계에서 1년 전부터 줄기차게 논란이 돼 왔고 해양수산부와 해양경찰도 인지하고 있었지만 이를 무시했다는 증언이 나왔다.

30여년간 여객선사 대표로 제주를 오가는 대형 카페리선 등을 운영해 온 김모(68)씨는 국민일보와 인터뷰를 갖고 이 같은 사실을 밝혔다. 김씨는 자신이 운영하는 해운업체의 타격을 우려해 익명을 요구했다.

김씨는 8일 "청해진해운이 지난해 3월 15일 세월호를 인천∼제주 항로에 첫 취항시킨 이후 화물과적 등을 일삼아 다른 여객선사 대표와 선원들이 안전사고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많았다"고 말했다.

그는 "당시 화물과적 등을 단속해야 할 해수부와 해경은 다른 여객선 대표와 선장, 선원 등의 안전을 우려하는 지적을 무시했다"고 털어놨다.

김씨는 "이번 사고 후 판단해 보니 청해진해운이 해수부와 해경을 무마시키며 화물과적과 무질서한 여객관리 등을 일삼은 것 같다"고 분석했다.

이번 참사와 관련해 김씨는 "세월호는 당초 복원력보다 스피드 위주로 만들어진 여객선"이라며 "길이와 폭 등을 감안할 때 화물을 많이 실으면 복원력이 현저하게 떨어진다는 사실을 해운업계 관계자들은 구입 초기부터 알고 있었다"고 말했다.

해운업계에서는 여객선을 구입할 때 복원력∼엔진·기관∼스피드 순으로 점검해 구입한다는 것이다. 김씨는 "청해진해운이 복원력이 부족한 세월호를 헐값에 구입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의혹을 제기했다.

2012년 10월 청해진해운이 구입해 2013년 3월 15일 인천∼제주 노선에 취항한 세월호는 6825t급으로 길이 146m, 폭 22m다. 일본이 1994년 건조해 18년간 운항하다 팔았다. 청해진해운은 구입 후 승객 117명을 더 수용할 수 있도록 증축해 정원을 921명으로 늘렸다. 한국선급(KR)은 배 자체 무게가 187t 증가해 평형수를 당초 650t에서 1700t 싣도록 조건부 승인했다. 배 무게중심이 50㎝ 이상 올라가 복원력 하락을 우려했기 때문이다.

세월호의 경우 화물을 많이 싣기 위해 평형수를 적게 넣을 수밖에 없다는 것이 김씨의 설명이다. 여객선 출발 직전 관계기관이 검사해야 하지만 이뤄지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흰색과 파란색 페인트 경계부분이 바다에 많이 잠길 정도로 과적하면 육안으로도 확인되지만 이마저도 무시되곤 한다는 설명이다.

김씨에 따르면 특히 선수 쪽은 화물을 실으면 절대 안 되는 곳이다. 복원력이 급격히 떨어지기 때문이다. 선수가 항상 선미보다 높아야 복원력이 유지되고 안전하다. 그러나 세월호은 선수 쪽에 컨테이너를 많이 싣고 다녔고 이번 사고 때도 마찬가지였다.

세월호는 운항 초기부터 조타실과 선수 사이에 컨테이너를 100개 이상 실어 선사 관계자들 사이에 '무법 여객선'이라고 불리기도 했다. 김씨는 "있을 수 없는 불법행위를 버젓이 자행해도 아무도 단속하지 않아 의아하게 여겼다"고 말했다. 그는 "세월호는 화물을 3∼4배 많이 싣고 다녀도 적발이 안 되는 것으로 업계에 파다하게 소문 나 있었다"고 말했다.

그는 고박(선박 내 화물고정)도 문제로 지적했다. 세월호를 비롯한 여객선의 경우 항운노조에서 고박을 맡아서 한다. 그러나 세월호의 경우 운영비를 아끼기 위해 직접 고박을 하거나 인건비가 싼 업체에 맡겼을 가능성을 제기했다.

그는 구명벌의 경우 한국선급이 수수료를 받고 민간업체에 위탁해 점검하는데 구명벌 1개를 편 뒤 다시 접는 데 운영비가 많이 든다는 이유로 서류상 검사만 했다는 의혹도 제기했다.

김씨는 "해수부와 해경 등이 선원교육과 안전점검 등을 서류상 형식적으로 하고 있다"고 말했다.

여객선사마다 해수부와 해경 퇴임 간부 출신들이 대거 포진해 불법과 형식적 안전점검 등을 사실상 주도하고 있다는 것이다. 해운업계에서는 해수부와 해경 출신 인사를 채용하면 연봉을 최소 6000만원을 줘야 하는 것이 관행인 것으로 전해졌다. 인건비 때문에 해수부와 해경 출신 인사들을 채용하지 못한 여객선사들은 안전점검과 교육, 정기·수시검사 등에서 각종 불이익을 당한다고 한다. 이들을 채용하지 않은 여객선사들은 '미운 오리새끼'가 돼 폐업하는 경우도 허다하다는 것이 김씨의 설명이다.

부산=윤봉학 기자 bhyoo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