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프로젝트’ 김장훈 “잊혀지려 하는 지금, 시작한다”

2014. 6. 5. 21:56사회 문화 연예 스포츠

‘세월호 프로젝트’ 김장훈 “잊혀지려 하는 지금, 시작한다”

일간스포츠

가수 김장훈이 5일 오후 2시께 경기도 안산 '세월호 희생자 합동분향소'를 찾아 조문했다. 그는 분향소를 찾기 전 본지와의 전화통화에서 "서서히 세월호가 잊혀지려 한다. 이대로 그냥 잊혀지면 세월호 같은 사건은 또다시 일어날 수밖에 없다"면서 "잊혀지려 할 때가 시작할 때다. 정부차원에서 많은 일을 해주길 기대했는데 아직 부족하다. 그냥 앉아있을 수 없어 내가 할 수 있는 하기로 했다"고 힘주어 말했다. 그는 "가장 먼저 세월호 사건의 아픔을 치료하기 위해 민간차원의 트라우마 힐링 조직을 만들어 가겠다"고 밝혔다.

-안산분향소를 찾았는데.

"분향소를 찾아 희생자들의 넋을 위로한 뒤 세월호와 관련한 계획들을 실행하려고 한다. 단원고 피해 학생들, 그리고 유가족들을 만나 얘기를 듣고 실질적으로 어떤 도움을 줄 지 고민하고 있다."

-왜 지금, 세월호 관련 행보를 시작하는 건가.

"살면서 이렇게 힘들고 가슴 아픈 일은 처음이었다. 세월호 사건이 발생한 서너차례 밖에 외출을 하지 못할 정도로 힘들었다. 처음엔 이제 조용히 가수로 지낼 생각이었다. 정부에서 잘 해결하겠지란 희망이 있었지만 그렇지 못하더라. 또 지방선거가 치러지면서 사람들에게 세월호 사건이 서서히 잊혀지기 시작했다. 지금, 이렇게 사람들의 기억 속에 잊혀질 때가 내가 나설 때라고 생각했다. 이전까지 기부활동을 하고 독도활동도 했지만 단 한 번도 '내가 아니면 안된다'는 생각을 한 적이 없다. 하지만 이번엔 내가 아니면 안된다는 생각이 들더라. 어떤 부분이든, 이 나라에서 희망이란 걸 만들고 발견하고 싶은 마음뿐이다."

-어떤 일들을 해나갈 계획인가.

"세월호에서 생존한 단원고 학생들이 심각한 트라우마에 시달리고 있다. 샤워도 못할 만큼 공포에 시달리고 있다는 얘기를 듣고 내가 나서야 겠다는 생각밖에 안들었다. 도움을 주고싶어 나도 트라우마 치료 전문가들로부터 교육을 받아왔다. 아이들이 적극적으로 치료를 받을 수 있도록 내가 곁에서 돕고 싶다. 아이들을 만나 같이 수다 떨고 밥먹고 내 얘기를 해주면서 '혼자가 아니다'란 위로를 주고 싶다. "

-세월호 프로젝트의 목표는 뭔가.

"정부관계자들과도 몇몇 접촉했지만, 현실적인 문제해결과는 거리가 멀더라. 우선은 피해자, 생존자들의 상처를 치유해 줄 트라우마 힐링 조직을 만들고 싶다. 이번 한번으로 끝나는 게 아니라 민간차원에서 지속 가능한 NGO 형태의 트라우마 힐링 시스템을 갖고 싶다. 계속 유지되는 게 중요하기 때문에 신중하게 각계의 도움을 받아 구체적인 실행방안을 찾을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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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 또 가수로서 활동을 뒤로 밀리는 건가.

"당초 가을께 싱글을 내고 활동에 박차를 가할 생각이었다. 또 남경 독도아트쇼, 아프리카 유소년 축구단 초청 등 계획한 일들이 많았다. 그런데 머리로는 아무리 음악 생각을 해도, 가슴은 모두 세월호로 향해 있다. 가슴 속 울분을 달래지 않으면 노래도 부를 수 없겠다는 생각이 들더라. 다른 일은 다 뒤로 미루고 세월호를 위해 뛰고 싶다. 이대로 이 사건이 잊혀지지 않도록, 같은 아픔이 되풀이 되지 않도록 내가 할 수 있는 모든 노력을 하고 싶다. "

이경란 기자 ran@joongang.co.kr

사진=임현동 기자 hyundong30@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