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거 끝 이제부터 논공행상…神도 모르는 지방 官피아

2014. 6. 6. 21:17사회 문화 연예 스포츠

[토요 FOCUS] 선거 끝 이제부터 논공행상…神도 모르는 지방 官피아

매일경제

중앙정부 관피아(관료+마피아) 못지않게 비전문가가 요직을 독차지하는 '지방 관피아' 득세 사례는 지방 공기업 곳곳에서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다.

안전 문제 등으로 전문성이 요구되는 부산교통공사. 국가 공기업에서 부산시 산하 공기업으로 이관된 이후 사장 자리를 모두 부산시 퇴직 관료 출신이 독식했다. 2006년 부산지하철이 '부산교통공단' 시대를 마감하고 지방 공기업인 '부산교통공사'로 새로 태어나면서 초대 사장에 김구현 전 부산시 행정부시장이 임명됐고 2009년에는 김 사장 후임으로 안준태 전 행정부시장이 자리를 이어받았다. 이어 2012년 이후 현재까지 배태수 전 부산시의회 사무처장이 사장 자리를 지키고 있다.

이 세 사람은 임명될 때마다 부산지하철 노조와 부산 시민단체들이 '낙하산 인사'라며 거세게 반발했다. 부산교통공사의 경우 사장은 물론 주요 임원들도 대부분 부산시 퇴직 관료 출신이어서 쏠림 현상이 심각하다.

부산지하철 노조 관계자는 "부산시장의 입김에 따른 낙하산 인사다 보니 전문성이 떨어지는 관료들이 오는 게 가장 큰 문제"라고 지적했다. 2012년 전동차 짝퉁 부품 구입 등에서 드러난 것처럼 제대로 된 감사가 이뤄지지 않아 안전이 최우선인 지하철에 대한 시민의 불안을 가중시켰고 직원들 사기까지 실추시켰다는 게 노조 측 주장이다.

부산시 산하 7개 공사ㆍ공단 기관장 중 6명은 부산시 공무원 출신이다. 또한 부산시 산하 공기업 임원 16명 중 공무원 출신은 12명(75%)이나 돼 산하기관이 퇴직 공무원의 '자리 보존용'이라는 비판이 끊이지 않는다.

강운태 광주시장은 2010년 지방선거에서 선거대책본부장을 맡았던 이호준 씨를 광주도시철도공사 사장으로 임명했다. 이 사장은 광주시 자치행정국장, 시의회 사무처장을 역임했던 고위 관료 출신이다. 이윤자 광주여성재단 대표, 류동국 광주테크노파크 원장도 대표적인 사례다. 이 대표는 캠프에서 중역을 맡았고 류 원장은 강 시장의 보좌관 출신으로 광주테크노파크 원장에 연임됐다.

이들 대부분은 각 기관에서 정한 임원추천위원회를 거치지만 특정 인사를 정해놓고 임추위는 사실상 '거수기' 역할을 하고 있다는 불만이 끊이지 않고 있다. 한 지방자치단체 관계자는 "심지어 후보 수가 부족해 기관장 낙점을 받은 사람이 후보를 데려오기도 한다"고 말했다.

대구도시철도공사는 1995년 공사 출범 이후 지금까지 사장 9명 모두 대구시 간부 공무원이 독식하고 있다. 초대 신태수 사장을 시작으로 2ㆍ6ㆍ7대 사장은 시 기획관리실장 출신이고 3ㆍ8ㆍ9대 사장은 부구청장을 한 뒤 옮겨왔다. 또 4ㆍ5대 사장은 시 국장 출신 공무원이다.

지난 2월 지방선거에 출마하기 위해 사퇴한 류한국 전 사장 후임으로 취임한 홍승활 현 사장도 시 안전행정국장 출신이다. 대구도시철도공사는 2012년 849억원의 적자를 기록했지만 지난해 말 임직원 1992명에게 성과급 121억원을 지급해 방만경영 논란에 휩싸이기도 했다. 대구도시철도공사 경영전무와 시설관리공단 전무를 비롯해 대구시교통연수원장, 대구시체육회 사무처장 등도 시 간부 공무원들이 차지하고 있다.

경북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도 산하 출자ㆍ출연기관 33곳 가운데 지방선거 출마로 공석인 경북관광공사 등 4곳을 제외하면 29곳의 대표 중 13명이 도 고위 공무원 출신이다. 특히 도 산하기관 가운데 노른자위라고 할 수 있는 경북도개발공사 사장은 도 정무부시장을 지낸 김영재 사장이 올해로 4년째 맡고 있다. 경북도개발공사는 지난달 감사원으로부터 골프장 사업을 무리하게 추진하다가 예산을 낭비하고 사내근로복지기금을 과다 출연해 주의 조치를 받기도 했다.

이 같은 문제가 계속 불거지자 지방의회가 견제 장치 마련에 나서고 있다. 대구시의회는 최근 '출자ㆍ출연기관 통합임원추천위원회 설치 및 운영 조례안'을 제정해 일부 내용을 보완하고 있다. 조례안은 50~70명으로 통합임추위를 구성해 출자ㆍ출연기관에서 위원회 개최를 요청할 경우 즉시 9명 이상으로 소위원회를 구성해 후보자를 추천하고 집행부의 입김을 최소화하자는 게 골자다.

[최승진 기자 / 부산 = 박동민 기자 / 광주 = 박진주 기자 / 대구 = 우성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