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40년만에 초경질원유 수출 허용…"석유시장 흔들 것"(

2014. 6. 25. 20:02지구촌 소식

美 40년만에 초경질원유 수출 허용…"석유시장 흔들 것"(종합)

  • 정선미 기자
  •  

    입력 : 2014.06.25 18:18 | 수정 : 2014.06.25 18:35

    미국 내 콘덴세이트 저장소 모습/블룸버그
    미국 내 콘덴세이트 저장소 모습/블룸버그

    미국 정부가 40년 만에 초경질원유 수출을 허용했다. 그동안 에너지 안보를 이유로 원유 수출을 제한해온 미국 정부가 빗장을 일부 푼 것이라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은 24일(현지시각) 보도했다.

    초경질원유 수출 허용 소식은 세계 석유 시장을 흔들고, 결국 가격 하락세로 이어질 것이라고 미국 경제지 쿼츠지는 전망했다.

    이날 뉴욕 WTI가격은 상승하고 런던 브렌트유 가격은 하락하고 있다. 25일 뉴욕상업거래소(NYMEX)에서 거래되는 WTI 8월 인도분 선물은 전날보다 1.47달러 오른 배럴당 107.50달러에 거래되고 있다. 반면 런던 ICE 선물거래소에서 거래되는 브렌트유 8월 인도분 선물은 51센트 내린 배럴당 113.95달러에 거래중이다.

    ◆ 미 상무부, 초경질원유 수출 허용…이르면 8월부터

    WSJ는 소식통을 인용, 미 상무부가 에너지 회사인 ‘파이오니어 내추럴 리소시스’와 ‘엔터프라이스 프로덕트 파트너스’에 대해 초경질원유인 콘덴세이트 수출을 허가했다고 전했다. 콘덴세이트는 천연가스에서 나오는 액체 상태의 원유로 휘발유, 경유 등을 만드는 원료가 된다.

    두 회사는 이르면 8월부터 소규모 초경질원유 수출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고 소식통은 밝혔다. 브루킹스연구소는 내년부터 미국의 하루 초경질원유 수출량이 최대 70만 배럴에 이를 것으로 추산했다.

    WSJ는 이번 사례를 통해 다른 에너지 회사들도 초경질원유 수출 허가를 받을 수 있게 될 가능성이 커졌다고 전했다.

    ◆ 석유 파동 계기로 원유 수출 제한

    미국은 지난 1970년대 중동발 석유 파동을 계기로 원유 수출을 제한했다. 에너지 안보를 위해서다. 당시 산유국인 아랍권 국가들은 미국을 비롯한 서방국들이 중동전쟁에서 이스라엘을 지원했다는 이유로 이들 국가에 대한 석유 수출을 금지했다. 이 때문에 유가가 4배로 뛰었다. 미국에서는 석유 배급제를 실시하기도 했다.

    이런 상황을 되풀이 하지 않기 위해 미국은 1975년 에너지정책보호법을 제정했다. 이 법에 따라 미국 내에서 생산한 원유 중 극히 일부만 캐나다에 수출할 수 있고, 나머지는 내수용으로만 쓸 수 있게 됐다. 다만 휘발유 등 정제 연료는 수출이 가능했다.

    ◆ 셰일 개발로 초경질원유 생산량 급증…업체 규제 완화 요청

    최근 들어 미국 전역에서 셰일 에너지 개발이 본격화하면서 초경질원유 생산량이 급증했다. 미 에너지정보청에 따르면 지난 2011년~2013년 미국 일일 석유 생산량은 180만배럴 늘었다. 이 중 96%가 경질·초경질 원유다.

    석유 전문가들은 셰일 에너지 회사의 일일 석유 생산량인 300만배럴의 상당 부분이 초경질 원유일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공급 과잉 때문에 초경질원유의 배럴당 가격은 10달러 이상 떨어져 서부 텍사스산 원유(WTI) 가격을 밑돌게 됐다. 에너지 회사들은 초경질원유 적정 가격 유지를 위해 수출 규제를 완화해줄 것을 미 정부에 요청했다.

    ◆ 장기적으로 원유 수출 규제 완화할 것

    이날 미 상무부는 초경질원유를 원유가 아니라 수출이 가능한 석유로 재규정했다고 이메일 성명을 통해 밝혔다. 따라서 일부 전문가들은 이번 초경질원유 수출 허가가 전체 원유 수출 금지 해제로 이어지지는 않을 수도 있다고 해석했다. 데이비드 골드윈 전 미 연방정부 에너지 프로그램 대표는 “이번 조치는 정부의 원유 수출 정책 변화를 의미하지는 않는다”고 뉴욕타임스(NYT)에 말했다.

    하지만 대다수 전문가는 미국이 장기적으로 수출 규제를 완화할 가능성이 크다고 전망했다. 릭 스푸너 CMC마켓 수석 애널리스트는 “시장의 원유 수출 규제 완화 요구가 점점 강해지고 있기 때문에 장기적으로는 미국이 규제를 완화할 것”이라고 블룸버그에 말했다.

    미 상원 에너지위원회 소속인 리사 머코스키 공화당 상원의원도 이날 성명을 통해 “상무부의 초경질원유 수출 허용 결정은 미국 에너지 환경의 새로운 현실을 반영한 첫 걸음”이라며 “미 정부는 원유 수출 금지 규정을 전면 철폐해야 한다”고 했다.
    조선비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