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택 용지, 없어서 못판다… 부동산 뜨거워지나

2014. 7. 1. 20:05건축 정보 자료실

주택 용지, 없어서 못판다… 부동산 뜨거워지나

  • 유하룡 기자
  • 조선비즈 입력 : 2014.07.01 03:06

    [제주 땅 1필지에 288개 업체 뛰어들어 '불티나는 경쟁']

    "재개발·재건축 거의 중단… 건설사 땅 확보 더 어려워져"

    -집 지을 땅을 확보하라
    LH 택지 판매 작년의 2배로 늘어… 경북 김천 387대1, 구리 갈매 120대1
    정부는 택지 공급 줄이는데 건설사들은 부동산 경기 낙관

    지난 4월 22일 건설업계에 깜짝 놀랄 만한 소식이 들려왔다. 제주 서귀포시 강정택지개발지구의 공동주택 용지 1필지(4만2000㎡)를 사기 위해 무려 288개 업체가 입찰에 뛰어든 것. 박성옥 한국토지주택공사(LH) 부장은 "어느 정도 규모를 갖춘 건설사라면 거의 다 참여했다"며 "상대적으로 인기가 낮은 중대형 주택을 지어야 하는 땅인데도 이렇게 과열(過熱)될 줄은 몰랐다"고 혀를 내둘렀다.

    올 들어 택지개발지구나 신도시의 집 지을 수 있는 택지(宅地)가 불티나게 팔리고 있다. 지난 2월 말 임대소득 과세 방침 발표 이후 주택시장이 또다시 주춤하지만 택지 시장은 예외다. 수도권과 지방을 가리지 않고 땅 매입 전쟁이 벌어지고 있다. 2010년 이후 쓸 만한 택지 공급이 갈수록 줄어드는 데다 건설사들이 하반기 이후 주택 경기를 긍정적으로 보기 때문이다.

    김승배 피데스개발 대표는 "정부의 규제 완화 정책이 지속되고 부동산 경기도 지금보다 나빠지지 않을 것으로 보는 건설사들이 많다"고 말했다.

    ◇아파트 용지 판매 100% 이상 급증

    택지 개발과 판매를 맡고 있는 LH는 요즘 쾌재를 부르고 있다. 택지 판매 실적이 당초 기대치를 뛰어넘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 5월 말까지 LH의 택지 판매 금액은 6조1515억원. 1년 전(3조3093억원)과 비교하면 배 가까이 늘었다.

    하늘에서 내려다본 경기 김포 한강신도시.
    하늘에서 내려다본 경기 김포 한강신도시. 최근 건설업계의 택지(宅地) 확보 전쟁이 치열해지면서 상대적으로 인기가 낮았던 경기 김포·파주·양주 등 수도권 서부와 북부권 신도시의 미분양됐던 공동주택 용지도 속속 팔려나가고 있다. /LH 제공

    아파트를 지을 수 있는 공동주택 용지 판매는 100% 이상 급신장했다. 지난해 5월까지 28필지, 1조7000억원어치가 팔렸지만 올해는 같은 기간 59필지, 3조7000억원어치가 판매됐다. 주택 경기 침체로 지난해 고작 6필지에 그쳤던 수도권 공동주택 용지 판매 실적도 올해는 벌써 29필지에 달한다. 오승환 LH 판매전략부장은 "공동주택 용지 판매는 아파트 분양 경기에 좌우된다"면서 "지방에서 시작된 분양 열기가 수도권까지 올라오면서 건설사들이 경쟁적으로 땅 매입에 나서고 있다"고 말했다.

    실제 최근 택지개발지구나 신도시의 아파트 용지는 없어서 못 팔 지경이다. 대부분 땅은 가격이 정해진 상태에서 추첨으로 낙찰자를 결정하는데 경쟁률이 수십 대 1을 넘는 게 다반사다. 지난 2월 경북 김천혁신도시 공동주택용지(3-1블록) 입찰 경쟁률은 387대 1, 구리 갈매지구는 120대 1의 경쟁률을 각각 기록했다. 일부 대형 건설사는 "땅을 사고 싶어도 못 산다"고 하소연할 정도다.

    김동수 한국주택협회 실장은 "회사 규모나 주택 건설 실적에 관계없이 똑같이 추첨 기회를 주다 보니 아무래도 숫자가 많은 중소 건설사들이 땅을 가져갈 확률이 높다"고 말했다. 공동주택 용지가 잘 팔리면서 단독주택 용지와 상업업무 용지 등도 지역마다 지난해보다 20~80% 정도 판매량이 늘었다.

    ◇건설업계, "주택경기 호전될 것"

    최근 택지 확보 전쟁 배경에는 기본적으로 건설업계가 향후 주택 경기를 낙관적으로 보는 시각이 깔려 있다. 공동주택지를 사서 아파트 분양까지는 인허가 기간 등을 감안해 최소 6개월~1년쯤 걸린다. 김신조 내외주건 대표는 "아파트 용지는 투자비가 최소 수백억원 이상 드는 만큼 건설사도 향후 주택 경기를 신중하게 판단해 결정한다"고 말했다.

    2008년 글로벌 금융 위기 이후 건설사들의 주택 사업 축소도 원인으로 지목된다.

    건설사들이 5~6년 동안 땅을 사지 않으면서 신규 주택 사업 물량이 고갈된 것. 건설업계 관계자는 “대형 건설사는 사업 포트폴리오 측면에서 주택 부분을 최소 10~20% 정도는 유지해야 하는데 10% 이하로 떨어진 경우가 많다”면서 “택지개발지구나 신도시는 사업 위험이 상대적으로 낮아 대형사도 위험 부담이 적다”고 말했다.

    택지 공급 자체도 갈수록 줄어들고 있다. 정부는 금융 위기 이후 부동산 경기가 침체되면서 택지 공급을 축소했다. 2004년 이후 연간 4000만~6000만㎡에 달했던 택지 공급 물량은 2011년 이후 지난해까지 연간 1500만㎡ 안팎으로 대폭 줄었다. 올해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특히 최근 아파트 분양 수요가 늘어나고 있는 지방의 경우 2011년부터 3년간 택지 공급 물량이 1500만㎡에 그쳐 장기적으로 택지 공급 부족 사태도 우려된다.

    남희용 주택산업연구원장은 “주요한 택지 공급 수단이던 재개발·재건축 사업이 거의 중단되면서 건설사들이 땅을 확보하기 더 어려워졌다”면서 “택지지구나 신도시 땅 구입 경쟁은 당분간 지속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