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명 지르는 中企 "수출거래선 다 끊길 판"

2014. 7. 11. 20:32C.E.O 경영 자료

[세자릿수 환율시대 다가온다]①비명 지르는 中企 "수출거래선 다 끊길 판"

 

 

뉴시스

원·달러 환율이 하락을 거듭하면서 회복 조짐을 보이고 있는 한국경제의 수출 경쟁력의 발목을 잡고 있다. 환율하락과 수출기업의 매출액은 밀접한 관련을 가진다.

내수침체로 가뜩이나 어려움에 처한 상황에서 환율하락은 우리 경제에 엎친 데 덮친 꼴이다.

정부와 한국은행이 시장에 개입하고 있지만 당분간 환율 하락의 흐름을 막기는 역부족이라는 평가다.

일각에서는 내년 하반기에는 '1달러=1000원' 시대가 열릴 수 있다는 관측도 대두되고 있다.

뉴시스는 환율 세자릿수 시대, '환율공포'를 시리즈로 짚어봤다. <편집자주>

【서울=뉴시스】백영미 김민기 김용갑 기자 = 최근 원·달러 환율이 1010원을 밑돌았다. 원·달러 환율 1000원 선이 무너질 것이라는 전망에 힘이 실리고 있다.

내수 침체 속에서 세월호 참사로 소비 심리마저 위축된 가운데 환율 하락(원화가치 강세)흐름이 이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수출 중소기업들의 수출에 '빨간등'이 켜졌다. 환율이 떨어지면 제품 가격 상승으로 수출 경쟁력이 떨어질 수 밖에 없다.

◇수출 중소기업 손익분기점 환율 달러당 1038.1원

중소기업중앙회에 따르면 올해 수출 중소기업들의 평균 손익분기점 환율은 달러당 1038.1원. 업종별로 살펴보면 섬유·의류는 1031.6원, 전기·전자는 1018.1원으로 조사됐다.

특히 일본과 거래하는 중소기업들은 엔화 강세로 고전하던 데다 환율 하락의 직격탄을 맞으면서 설상가상의 상황에 처했다. 자동차·부품, 반도체 및 전기전자 부품업체 등이 대표적이다.

이들 기업들은 제품 수출 대금을 엔화로 받아 원화로 환전하는 방식으로 운영된다. 따라서 환율이 하락하면 기존 수출계약 물량에서 환차손이 발생, 채산성이 악화될 수 밖에 없다.

중소기업중앙회 관계자는 이와 관련, "기업이 자금에 여유가 있으면 환전 없이 어느 정도 굴러갈 수 있지만 자금이 바닥난 상태라면 손해를 보더라도 환전하는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서정훈 외환은행 경제연구팀 연구원은 "최근 환율 민감도가 커지면서 손익분기점이 1020원대로 내려갔다 다시 1010원대로 더 떨어졌다"며 "환율 하락 지속으로 중소기업은 손실을 감수하면서 수출해야 하는 상황"이라고 분석했다.

◇수출 중소기업 환율 세자릿 수 공포 내몰려도 '속수무책'

수출 중소기업들은 환율 세자릿 수 진입 공포에 떨고 있지만 환율 대응에는 속수무책이다.

자금이 여의치 않아 손해를 보지 않으려면 제품 가격을 올려야 하는데 수출 경쟁력 저하로 한계가 있는 데다 환율 하락 리스크에 대한 신속한 대응 체계 역시 갖추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중소기업중앙회 관계자는 "환율이 세자릿 수에 진입하면 제품 가격을 올리는 것으론 부족하다"며 "하지만 환율이 최저점에 도달했다고 판단해 환변동 보험에 가입하지 않거나 환율 변동을 적게 받는 환 헤지를 하지 않는 중소기업들이 많다. 이 때문에 환율이 더 떨어지면 환차손을 감수해야 하는 상황"이라고 우려했다.

서 연구원은 "환율이 손익분기점을 밑도는 시점에 와있다"며 "하지만 중소기업들은 원화강세(환율 하락)지속에 따른 손실 보전 체계를 거의 구축하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오정근 한국경제연구원 초빙연구위원은 "(중소기업은)환율 하락 지속에 따라 영업이익이 떨어지면서 수출할수록 오히려 손해를 보게 된다"며 "결국 대기업에 수출 납품물량이 밀리면서 고용이 불안해지고 내수 위축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내다봤다.

◇환율 하락 지속…"수출량 축소·생산기지 해외로 옮길 판"

서 연구원은 "환율 하락이 지속되면 중소 수출기업들은 제품의 수출 단가가 높아져 가격 경쟁력이 떨어질 수 밖에 없다"며 "거래선이 끊기거나 수출량이 줄어들 수 있는 위기에 놓여있다"고 우려했다.

전문가들은 지속적인 환율 하락으로 저성장이 장기화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내놓고 있다. 수출 중소기업이 환율 하락에 따른 채산성 악화를 견디지 못해 생산기지를 해외로 이전하면 국내 투자와 고용, 생산 위축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것.

오 연구위원은 "중소 수출기업은 현재로선 해외로 나가는 방법 외에 대책이 없는 실정"이라며 "현재 우리나라의 상황은 1980년대 엔고를 겪은 일본과 비슷하다"고 말했다.

LG경제연구원에 따르면 우리나라는 원자재 가격 하향 안정세, 해외 투자 증가 등 측면에서 1980년대 일본과 비슷하다.

오는 9월 유럽 중앙은행(ECB)의 장기대출프로그램(LTRO)으로 풀리는 자금 4조~5조원 가량이 국내에 유입되면 환율이 900원대 중반까지 떨어질 수 있다고 전문가들은 전망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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