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무 많은 선택지는 毒… 소비자는 간단한 걸 원한다

2014. 7. 31. 20:22C.E.O 경영 자료

[Weekly BIZ]너무 많은 선택지는 毒… 소비자는 간단한 걸 원한다

  • 여준상 동국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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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선비즈 입력 : 2014.07.26 03:10

    여준상 교수가 말하는 역발상 마케팅
    '종류 압축' 인앤아웃 버거, 햄버거 아니면 치즈버거, 메뉴 딱 2개
    '일관된 변화' 포르셰, 디자인 핵심 유지하면서 변화 지속'
    상품 逆세분화' BB크림, 기초·재생·자외선 차단 기능 하나로

    불황기에 왜 역발상(逆發想)을 이야기하는가. 기존 생각의 틀에 갇혀서는 다른 제품과 차별성을 추구하는 데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눈 높은 소비자를 설득하는 게 어려울 뿐 아니라 수많은 경쟁자가 쉽게 따라 할 수 있다.

    역발상이란 무엇인가? 기존 상식, 관행, 관습, 습관, 고정관념, 편견, 선입견을 넘어서는 것이다. A=B라는 공식이 A≠B 또는 A=C, D 등으로 변환할 수 있다는 점을 깨치는 것이다.

    캐나다 '태양의 서커스'는 동물이 등장하고 묘기를 부리는 기존 서커스 관행을 타파하고 뮤지컬과 연극적 요소를 합성해 연 9000억원이 넘는 매출을 올리는 메가 히트 상품으로 올라섰다. '동물 서커스'라는 고정관념을 탈출한 결과다. '역발상 경영(Contrarian Management)'의 저자 스미스&바텐은 "상식은 독이나 바이러스와 같은 존재이며, 이러한 상식에 대해서는 해독제나 바이러스 예방 백신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포르셰 차는 외양이 바뀌긴 했지만 큰 디자인 핵심은 그대로 유지하는‘일관성 있는 변화’를 추구한다.
    포르셰 차는 외양이 바뀌긴 했지만 큰 디자인 핵심은 그대로 유지하는 ‘일관성 있는 변화’ 를 추구한다./포르쉐코리아 제공

    최고의 마케터는 '현명한 모순'을 창조하는 사람

    역발상은 '모순'에서 출발한다. 모순은 두 사실이 서로 배척하여 양립할 수 없는 관계를 뜻하지만, 마케팅 측면에서는 모순 속에 진리가 담겨 있다. 명언(名言)이란 상식을 거슬러 모순적 표현으로 진리를 전달하는 수법이다. '살려고 하는 자는 죽을 것이요, 죽으려고 하는 자는 살 것이다'는 문장은 모순적 표현을 통해 진리를 드러낸다. '찬란한 슬픔'이나 '소리 없는 아우성' 같은 표현도 마찬가지다.

    모순은 소비자를 설득하는 데 가장 효과적인 수단이기도 하다. 최고의 마케터는 '현명한 모순을 창조하는 사람'이다. 이를 느끼기 위해 평소 '상쇄(trade-off)' 관계에 있는 것을 나란히 놓아보자. 아름다우면서 날렵한(beautiful fast), 우아하면서 힘 넘치는(elegant powerful), 강인하면서도 품격 있는(rugged luxury), 겸손한 프리미엄(humble premium), 정확하면서 신속한(accurate fast), 맛있으면서 몸에 좋은(delicious healthy)….

    이렇게 상쇄 관계에 있는 두 개념을 한 줄로 놓는 게 역발상의 시작이다.

    소비자는 이기적이다. 어느 하나를 얻기 위해 다른 하나를 포기하지 않는다. 예를 들어 몸에 좋다고 해서 맛없는 음식만 찾지는 않는다. 소비자들 마음속에는 상쇄가 없는 셈이다. 미국에 메서드(Method)란 친환경 세제 회사가 있다. 유명 디자이너 카림 라시드가 세제 병을 디자인해 유명한 곳이다. 이 회사는 친환경 제품의 고정관념을 깨고 강한 세척력과 함께 매력적 디자인과 향을 소비자에게 전달해 선풍을 일으켰다.

    역발상에서 또 다른 자세는 '이면(裏面)을 바라보고 모순(矛盾)을 만들라'는 것이다. 사람들이 싫어서 피하는 것에 긍정적 모순을 씌워 새롭게 탈바꿈시키는 것이다. 소음은 누구나 싫어하지만 착한 소음(good noise)이라면 인식이 달라질 것이다. 자동차 엔진 소리가 시끄럽다고 무조건 줄이기보다 즐거운 엔진 소리로 바꾼다면 사람들 반응은 바뀔 것이다.

    많을수록 좋을까?


    역발상을 활성화하기 위해 유념해야 할 요소는 다음과 같다. 정보는 많을수록 좋다? 그렇지 않다. 간결한 정보일수록 소비자는 쉽게 이해하고 거기에 빠져든다. 어느 정도까지는 정보나 자극이 많을수록 좋지만, 한계를 넘어서면 정보가 너무 많아 선택을 연기하거나 포기한다. 제품 정보가 많으면 오히려 구매를 미루면서 소비가 침체되는 상황이 곧잘 발생한다. 또한 과다 정보는 불필요한 비용을 발생시킨다.

    인앤아웃 버거는 딱 두 가지 메뉴로 햄버거 종류를 압축했다. 햄버거 아니면 치즈버거. 사이드 메뉴도 감자튀김과 음료수밖에 없다. 이런 메뉴 단순화는 소비자에게 쓸데없는 선택 고민을 덜어주고, 기업으로서는 높은 수준의 품질관리가 가능하다는 장점이 있다.

    변화에도 역발상이 개입한다. 변화는 기존 것을 포기하고 새로운 것을 만드는 것인가? 그렇지 않다. 브랜드 아우라와 전통은 '일관된 변화(consistent change)'를 통해 영생한다. 포르셰는 외양이 지속적으로 바뀌긴 했지만, 큰 디자인 핵심은 그대로 유지했다. 포르셰의 디자인 정책은 '바꿔라, 그러면서 바꾸지 마라(Change it, but do not change it)'이다

    세분화 역시 마찬가지다. 시장과 상품을 세분할수록 이익을 극대화할 수 있다고 보는 게 일반적이지만, 거꾸로 접근한 업체도 있다. 이른바 역(逆)세분화로, 국내 화장품 업체는 기초 화장품과 메이크업 베이스, 재생 크림, 자외선 차단제 기능을 하나로 묶은 간편한 BB크림을 출시해 인기를 끌었다.

    경쟁사 제품을 공격하는 게 전부인가? 그렇지 않다. 자사 제품을 미끼로 삼을 수도 있다. 더 큰 것을 잡기 위해, 내가 잡은 물고기를 미끼로 던질 수 있다. 고통스러워도 더 중요한 목표를 위해, 내가 만든 것을 희생시킬 수 있다. '더 못한 미끼(decoy)'를 넣으면 상대적으로 덜 못한 게 더 좋아 보인다.

    예전에 소니는 고가 고화질 TV를 내놓고 반응이 신통치 않자 초고가를 개발해 시장에 내놓으면서 이전 고가 TV가 상대적으로 싸다는 점을 부각해 판매 부진을 해소했다.

    음지(陰地)를 이용하라


    이면에 집중하라는 대목과도 일맥상통하지만, 음지에서도 소비의 의미를 찾을 수 있다. 피어싱, 문신, 코스프레, 갸루(진한 화장), 튜닝(개조), 그래피티(낙서), 피규어(모형) 등 이른바 정통 소비 패턴에서 벗어나 자기만의 소비 세계에 중독적으로 빠진 사람을 연구하는 것이다. 왜 그들은 여기에 빠지는가. 그들과 함께 빠져들어 가 보자. 무엇이 느껴지는지. 음지 소비를 양지로 끌어내 이해해 보면 새로운 마케팅 전략이 탄생할 수 있다.

    이들은 이런 행위를 하는 동안 '삼매경(탈자아)'에 잠기면서 스트레스에서 벗어나고, 작업이 끝나면 생산물로부터 자기 존재감을 느낀다. 누구에게도 간섭받지 않고 자기 멋대로 가꾸는 자유를 만끽한다. 경마나 도박 중독 이면에는 '기대 반 걱정 반(설렘)'의 매력, 확률 게임이 만들어내는 흡수력, 불확실성의 미학이 자리 잡고 있다. 타인의 반응을 통해 자기 존재를 확인하는 효과(타인 거울 효과·human mirroring)도 존재한다.

    소비자는 이성적 설득이 아니라 감정적 치유 대상


    소비자는 더는 이성적 설득 대상이 아니라 감정적 치유 대상으로 보는 역발상이 필요하다.

    인간은 끊임없이 타인과 감정 교환을 해야만 하는 '상시 감정 노동자'이다. 감정 교환 과정에서 공감에 실패하면 스트레스가 쌓인다. 그래서 누군가에게 쉽게 공감하고, 또 누군가로부터 쉽게 공감받기를 원한다. 앞으로 마케팅은 감정 스트레스가 많은 소비자를 다독이는 데 초점을 둬야 한다.


    여준상 동국대 교수
    여준상 동국대 교수

    역발상을 하려면 자신이 가진 믿음을 확증하는 정보만을 찾아서 받아들이려는 확증 편향(hypothesis confirmation bias)을 탈피해야 한다. 늘 해오던 자기중심적 사고에서 벗어나지 않으려 하는 게 인간의 속성이며, 새로운 것을 받아들이는 걸 늘 경계한다.

    '생각의 습관'은 거스르기 어렵지만, 거스르는 데 성공하면 강력한 차별화가 될 수 있다. 역발상을 하려면 예방 지향, 평가 지향, 유지 지향, 저차원 지향에서 벗어나야 한다. 향상 지향, 행동 지향, 변화 지향, 고차원 지향으로 도약해야 한다. 불확실성을 피하려 하지 말고 위험을 무릅쓰고라도 도전하며, 따지면서 시간 낭비 말고 바로 행동으로 옮기고, 가까운 곳에 초점을 두지 말고 멀리 내다보는 사고의 습관을 들이라는 의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