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검시 리포트] 유병언에 데인 경찰… 뒷북 변사대책
2014. 9. 14. 21:22ㆍ이슈 뉴스스크랩
[대한민국 검시 리포트] 유병언에 데인 경찰… 뒷북 변사대책
검시전문가 100% 현장 투입 등 관계기관과 협의 없이 일방 발표
실효성 낮아… 초동조치도 ‘재탕’
유병언 전 청해진해운 회장의 노숙자 오인 사건을 계기로 경찰은 지난 13일 “단 한 사람의 억울한 죽음도 없도록 하겠다”며 ‘변사사건 종합개선 대책’을 발표했다. 그러나 내용을 살펴보면 이미 시행하고 있거나 관계기관과 협의가 채 되지 않은 내용들이 주를 이룬다. 현장 문제점에 대응하는 실질적인 대책도 없어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 나온다.
대책의 골자는 변사 사건 중 타살 의심, 신원 미확인, 아동학대 사망 등 사회적 이목 집중이 예상되는 사건을 중점관리 대상으로 정해 별도 대응한다는 것이다. 타살 흔적을 잘 숨긴 사건이나 신원이 확인된 변사자에 대한 수사 허점은 여전할 수밖에 없다.
또 중점관리 변사사건에 검시 전문인력을 100% 현장에 투입하겠다는 내용은 “실현 가능성이 거의 없다”는 지적이 나온다. 경찰은 이를 위해 현장 출동이 가능한 ‘검안의 인력풀’을 구축했다고 밝혔다. 여기에는 국내에 있는 법의학자를 모두 합친 50여명이 포함된다.
법의학계에서는 이에 대해 ‘인력풀에 대해 결정된 사항이 없고, 인력풀이 만들어져도 경찰 구상대로 현장에 나갈 수 없다’는 입장이다. 대한법의학회 관계자는 “경찰청과 두 차례 회의를 했지만 구체적으로 정한 것은 없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국립과학수사연구원에서는 부검하기도 바쁘고, 대학 법의학교실에서는 부검·연구·강의를 해야 하는데 경찰 전화에 바로바로 나갈 수는 없지 않으냐”고 말했다.
경찰이 국과수 법의관에게 태블릿 PC를 지급해 필요할 경우 화상통화를 통한 ‘원격 법의 자문’을 받겠다고 발표한 내용에 대해서도 국과수에서는 실효성이 없다는 이유로 반대한 것으로 알려졌다. “거기 좀 비춰주세요”하는 식으로는 현장 파악에 한계가 있다는 것이다.
이 외에 경찰은 변사현장 초동조치와 관련한 표준 업무처리 절차를 마련하기로 했다. 현장에서 필수조치가 빠지는 일을 막기 위해 체크리스트를 만들겠다는 것이다. 신원 확인의 객관성을 위해 소지품 확인, 관계자 조사, 지문 확인을 기본적으로 하고 DNA 감정 의뢰, 변사자 수배 등의 추가 절차도 진행하도록 했다. 그러나 이 같은 절차는 1991년부터 시행된 범죄수사규칙(경찰청 훈령) 등에 대부분 명시된 내용이다.
경찰이 전문인력이라며 증원 계획을 발표한 ‘경찰 검시관’의 경우 전문성에 대한 논란이 크다. 임상병리, 간호학 등을 전공한 검시관이 병리학 전문의 자격을 따고 법의병리 실무 경험을 쌓은 법의학자를 대체할 수는 없다는 지적도 나온다.
검시체제의 심각한 문제점인 일선 수사진의 부검 기피 풍토는 아예 빠져 있다. 취재를 종합하면 실무진에선 당직 중 변사상황이 발생하면 비번인데도 출근해서 부검에 참여하고 다시 서류 작성에 매달려야 하는 등의 이유로 변사체 부검을 왠만하면 피하려 한다는 것이다.
특별기획취재팀=박성준·김수미·오현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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