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다시 찾아온 슈퍼달러시대의 교훈
2014. 10. 6. 21:45ㆍC.E.O 경영 자료
또다시 찾아온 슈퍼달러시대의 교훈
소비회복이 이끈 미국 경제 “강세 ‘당분간’ 이어질 것” 한국도 배워야
‘슈퍼달러(달러 초강세)’로 인해 이머징 시장 전체가 불안한 모습이다. 게다가 달러와 미국 증시의 음의 상관관계도 약해지고 있다. 그만큼 한국증시의 미국증시와의 동조화 공식도 이미 실종상태다. 무엇이 기존 금융시장의 질서를 바꿔놓고 있는지 궁금할 따름이다. 하지만 그 이유는 명백하다. 소비 중심의 ‘정책’이 현재 미국 경제를 만들어가고 있는 것이다.
6일 코스피지수는 전 거래일 대비 0.39% 하락한 1968.39포인트를 기록했다. 지난 3일 다우지수가 1.24% 높은 상승률을 기록하며 17009.69포인트로 마감한 바에 비하면 실망스러운 수치다. 하지만 이러한 실망감은 이미 2년 전부터 시작됐다.
한국증시가 미국증시와 동조화 공식이 깨지기 시작한 시기는 지난 2012년. 이때부터 코스피 지수는 여전히 2000선 주변을 맴돌고 있으나 다우지수는 당시 1만3000포인트에서 어느새 1만7000포인트로 올라서며 확연히 차별화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소비가 깨버린 공식들
한국증시와 미국증시의 동조화 공식만 깨진 것이 아니다. 이 기간 동안 ‘달러강세=위험자산 매도’라는 공식도 어느새 사라지면서 대표 위험자산인 뉴욕증시가 가파르게 상승했다는 것도 달라진 점이다. 하지만 여전 공식도 존재한다. 바로 ‘달러강세=이머징 매도’다. 한국증시도 이를 결국 피하지 못하고 어렵게 올라선 코스피 2000포인트를 불과 3달도 안된 시기에 쉽게 내주고 말았다.
미국, 한국 증시와 원/달러 환율 추이 [출처: 한국거래소] 즉, 깨진 공식과 유지하고 있는 공식 모두가 ‘미국 증시 강세’로 통하는 국면이다. 이에 대해 전문가들은 미국 증시 강세의 원인으로 ‘셰일혁명’에 이은 ‘미국소비회복’을 꼽는다. 셰일혁명으로 인해 미국으로 몰려든 기업들과 이어진 일자리 창출 그리고 미국의 실업률 하락이 이를 뒷받침하는 증거다.
지난 3일(현지시간) 미국노동부는 9월 실업률이 5.9%를 기록, 전월 6.1% 대비 0.2% 하락했다고 밝혔다. 이와 함께 일자리창출 건수도 20만개 이상 늘어난 것으로 확인되면서 미국의 노동시장이 회복하고 있음을 시사했다. 물론 지난 2008년 미국발 금융위기이전 수준으로 회복한 수치는 아니지만 금융위기직후 10%대까지 치솟았던 것에 비하면 상당한 진전을 보인 셈이다. 일반적으로 노동시장이 회복할 경우 소비시장도 회복하는 경향이 있으며 이는 자연스럽게 기업들의 이익으로 반영된다.
지난 5일 영국경제지 파이낸셜타임즈(FT)는 미국 싱크테크연구소인 브루킹스와 공동으로 발표한 타이거지수(전 세계 23개 주요 선진국과 신흥국의 경기회복세를 점검하는 지표)를 통해 경제 회복이 지속되고 있는 유일한 국가는 미국임을 알렸다. 다만 일자리의 질적인 측면을 지적하며 임금과 인플레이션이 기대만큼 오르지 못함을 지적했다.
그러나 유럽, 일본, 중국은 물론 한국의 경제성장은 ‘멈췄다’고 표현했다. 즉, 미약하지만 미국의 소비회복이 미국 증시를 이끌었음은 물론 모든 공식을 변화시켰다.
‘슈퍼달러’ 얼마나 이어질까?
이제 시장의 초점은 ‘슈퍼달러’가 언제까지 이어질지 여부다. 특히 ‘원화강세=한국증시 상승’이라는 공식은 여전히 작용하고 있어 원화강세(슈퍼달러 완화)심리가 되살아나야 코스피 지수의 외국인 수급에 의한 상승을 기대할 수 있기 때문이다.
김윤서 KTB투자증권 연구원은 “단기 변곡점은 10월 FOMC회의가 될 것으로 전망한다”며 “연방준비제도(Fed)의 경기부양적 통화정책기조가 유지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라고 진단했다. 하지만 그는 “테이퍼링(양적완화축소) 종료 이후 전재될 연준의 통화정책 불확실성과 이를 배경으로 증폭되고 있는 외환시장 변동성이 문제”라고 지적했다.
유동성의 증대로 국내증시에 우호적환경이 조성될 것으로 예상되지만 불확실성이 증폭되고 있어 단기적으로 코스피지수의 의미 있는 반등은 기대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풍부한 달러를 배경으로 글로벌 증시의 하방경직성이 유지되고 있는 상황에서 외국인 투자자들의 수급이 각 국 증시에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또한 이들의 심리를 가장 크게 흔들고 있는 것이 Fed로 미국의 통화정책을 주목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한 증권사 연구원은 “달러강세 기조가 완화될 것으로 예상된다는 견해도 있지만 쉽지는 않을 것”이라며 “그 말은 소비가 이끈 미국의 선순환 경제구조가 끊긴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연말 소비시즌이 다가오면서 미국의 소비는 더 큰 폭으로 증대할 가능성이 높아 적어도 올해까지는 지속될 것으로 예상되며 그 이후에도 미국의 성장 동력은 쉽게 식지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미국의 소비회복이 다시 미국의 증시를 이끌고 글로벌 경제와 디커플링 현상이 당분간 지속될 수 있다는 것이다. 결국 소비가 기업들의 실적을 올리고 기업들의 실적은 다시 증시에 반영되기 마련이다. 향후 소비여력을 가늠할 수 있는 실업률을 볼 때, 미국의 소비가 얼마나 살아날지 여부와 국내 기업들이 이를 얼마나 소화하는가에 따라 국내 증시도 궁극적으로 ‘탄력’ 장세에 들어설 수 있다.
문정희 KB투자증권 연구원은 “달러 강세가 심화되는 가운데 당분간 외환변동성 확대는 지속될 것”이라며 “이번 달 말까지 FOMC회의 등 굵직한 이벤트들이 대기하고 있다”고 말했다. 다만 그는 “미국의 질적인 고용 개선이 제한적이기에 급격한 금리인상 우려는 제한적”이라고 전했다.
한편, 한 증권사 연구원은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낮춘다고 해도 실효성이 있을지 의문”이라며 “원/달러 환율도 다시 1060원대로 오른 상황으로 금리인하 시 국내증시에서 추가자금 유출이 발생할 가능성이 높다”고 진단했다. 그는 이어 “반대로 금리를 인상하거나 혹은 동결할 경우에도 뾰족하게 대응할 방법은 없는 상황으로 통화정책은 마비상태나 다름없다”고 평가했다.
이성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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