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경도 기업도 못살리는 `40년묵은 환경법`

2014. 10. 25. 20:58이슈 뉴스스크랩

환경도 기업도 못살리는 `40년묵은 환경법`

 

매일경제

국내 두부ㆍ도금ㆍ염색공장의 수질 오염물질 배출 기준에서 생물학적 산소요구량(COD) 기준은 70ppm으로 동일하다. 수질 오염 가능성이 낮은 식품 생산 공장과 악성 폐수 배출업체가 똑같은 배출 기준을 적용받고 있는 촌극이 벌어지고 있는 것이다. 수도권에 건축 폐기물 업체를 설립하려면 대기, 폐수, 폐기물 등 9개 개별법 인허가 신청 서류가 73개에 달한다. 민간 발전 A업체 대표는 "시간과 비용도 문제지만 대부분 중복된 서류가 많다"며 "이게 다 40년 넘은 환경법 때문"이라고 불만을 토로했다.

1971년 도입된 배출시설 설치허가제에 대한 근본적 개혁과 새로운 제도 도입 요구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환경부는 이 같은 재계 의견과 통합환경관리제도(환통법) 도입을 위한 제2차 BAT 국제워크숍을 24일 개최했다. 국내외 전문가, 산업계, 전문기관, 비정부기구 등 200여 명이 참석했다. 이 제도는 6개 법령에 9개로 분산ㆍ중복된 환경오염시설의 인허가 절차를 통합해 간소화하는 것으로 환경부가 2017년 도입을 위해 이 같은 공론화 과정을 거치고 있다.

정연만 환경부 차관은 "현행 환경관리는 업종별ㆍ시대별 특성을 반영하지 못한 고비용, 저효율 구조로 정착됐다"며 "새로운 제도는 기술 기반 허가체계를 마련하고 비정상적 규제를 정상화해 환경 개선과 산업경쟁력을 동시에 추구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국내 환경법 체계는 1970년대 공해방지법과 환경보전법 제정으로 현대적 모습을 갖췄고 1990년에 대기 수질 소음 등 다수의 법 체계로 나뉘었으나 그 근간은 바뀌지 않았다. 1개의 사업장에 최대 10개의 인허가가 필요하고 업종 특성과 상관없는 획일적 규제가 문제로 제기돼왔다. 또 1970년대에 한 번 허가를 받은 이후에는 계속 환경 오염방지 설치 의무가 면제되는 경우가 많아 일부 기업의 '환경 무임승차'가 심각한 수준으로 나타났다. 환경부가 2012~2013년 특정수질 유해물질 배출 실태를 조사한 결과, 조사대상 379개 업체 중 209개소(55.1%)가 무허가 유해물질을 몰래 배출한 것으로 드러났다.

환경부는 이 같은 환경 파괴를 막기 위해 환통법의 근간으로 최적가용기법(BATㆍ해당 업계에서 사용 중인 기술 중 환경성과 경제성이 우수한 기술)을 도입할 예정이다. 이날 발표자로 나선 금한승 허가제도선진화추진단 과장은 "환경 기준이 무조건 높아지는 게 아니라 환경 보호와 기업 부담이 적절하게 조화되는 규제기준을 마련하겠다는 취지"라며 "실제 작년에 시범 적용해보니 인허가 비용 등이 크게 줄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지방자치단체 환경부로 나눠 받던 각종 환경 관련 지도ㆍ점검도 단일화돼 기업 부담이 준다"고 덧붙였다.

BAT를 적용하는 환통법은 이미 다른 나라에선 일반화된 법이다.

[문일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