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이비부머, 경기부양의 '족쇄' 아니면 '제물'

2014. 11. 5. 20:43C.E.O 경영 자료

베이비부머, 경기부양의 '족쇄' 아니면 '제물'

2002년 465조원→2014년 6월 말 기준 1040조원… 2배 이상↑
정부 규제완화·한은 기준금리 인하로 증가세 더 빨라져
세계일보 | 김슬기 | 입력 2014.11.05 16:07 | 수정 2014.11.05 16:

 

베이비부머 세대(55-63년생, 51~59세)의 은퇴가 가속화함에 따라 최근의 정부 부양책이 오히려 '부채 증가'와 '소비 위축'를 불러올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은퇴를 시작한 베이비부머세대들의 경우 사업등을 하기 위해 부채를 늘릴 수밖에 없어 정책적으로 완화된 대출을 적극 활용할 가능성이 크다. 하지만 그에 비해 높은 소득을 올릴 가능성은 낮아 기대한 만큼의 소비가 이뤄지기 어려운 것이 현실. 정부와 당국의 부양책이 빛을 잃을 수 있는 대목이다.

결국 정부의 야심찬 가계부채 확대를 통한 부양책은 베이비부머들의 불량은퇴라는 부작용을 불러올 가능성이 크고, 이는 곧 가계부채 임계점 초과로 이어져 내년 경제회복에 큰 걸림돌이 될 수도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 우려되는 베이비부머 세대 대출 증가

지난달 30일 한국은행이 발표한 '금융안정보고서'에 따르면 전체 금융권 주택담보대출에서 50대와 60대 이상 차주의 비중은 2009년 말 각각 26.9%, 15.1%에서 2014년 3월 말 현재 31.0%, 19.7%로 증가했다.

한국은행은 베이비부머 세대의 은퇴가 본격화되고 있음을 감안하면, 이들의 자영업 진출 가능성과 맞물려 사업자금 마련 필요성 등으로 은행 주택담보대출 수요가 확대될 가능성이 큰 것으로 봤다.

또한 정책적으로도 가계부채가 늘어날 여지가 있다. 국내 은행은 지난 2014년 2월의 '가계부채 구조개선 촉진 방안'에 의거해 2014년 말까지 고정금리 대출 비중을 20%까지, 그리고 2017년 말까지는 40%까지 상향조정할 예정이다.

하지만 2014년 6월 말 현재 고정금리 비중은 17.9% 수준으로 이어서 기존 변동금리대출을 줄이지 않은 채 고정금리 대출을 늘릴 수 있다.

그러나 그간 나타난 은퇴 연령층의 소득 증가율 등을 감안하면, 향후 이들의 채무 상환능력저하로 인해 가계대출의 일부 부실화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보인다. 실제 50대 및 60세 이상 주택담보대출 차주의 소득 증가율은 50세 미만 차주들과 달리 2010년 이후 대부분 주택담보대출 증가율을 밑돌고 있어, 재무건전성이 열악해지면 가계부채의 질을 장담할 수 없게 된다.

김영일 KDI 금융경제연구부장은 "단기적으로 규제완화는 고금리 차입을 제1금융권으로 전환 효과가 있겠지만 장기적으로는 LTV 비율이 높은 대출이 증가하게 되면 은행권의 손실흡수능력이 떨어질 것"이라고 우려했다.

뿐만 아니라 김 연구부장은 "베이비부머의 창업 또한 현 자영업 경기가 그다지 좋지 않기 때문에 내년도 경기까지 안 좋을 경우 연령층 채무불이행이 높아지면서 소비여력은 줄어들 수 있다"고 밝혔다.

현재 베이비부머의 처분가능소득 대비 금융부채 비율은 김현미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이 한은 국정감사 때 받은 자료에 따르면 2011년 157.4%, 2012년 159.3%, 2013년 160.7%로 매해 증가했다.

◆ 소비감소를 부르는 가계부채 임계치

전문가들은 부채와 소비는 일정부분 정의 상관관계가 있다고 말한다. 현재 소득보다 소비를 더 많이 해야 할 경우 부채를 만든다는 것이다.

하지만 문제는 부채가 일정부분 이상을 넘어서면 부채를 늘리는 게 아니라 소비를 아예 줄여버린다는 점이다. 이를 임계치라고 한다면 한국경제는 임계치에 이미 가까워지고 있다.

박성욱 한국금융연구원 연구위원은 지난달 29일 열린 '2014년 금융동향과 2015년 전망' 세미나에서 "취약계층의 소득 및 재무 상황 등을 감안할 때 가계부채 문제는 당분간 실물경기 성장에 상당한 부담으로 작용할 전망이다"라고 밝힌 바 있다.

기준금리 인하로 대출금리는 하락했지만 전체 가계부채 규모는 늘어나 가계의 원리금상환부담은 줄어들지 않을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실제 이주열 한은 총재 역시 지난 27일 국정감사 종합감사에서 "가계부채가 소비를 제약하는 임계수준에 가까이 가고 있는 게 아니냐는 우려가 있다"고 말하기도 했다.

또 다른 한은 관계자는 "빚이 많으면 소비 제약이 있을 수 밖에 없고 소득증가율에 비해 부채증가율이 더 빠르게 늘고 있는 것이 문제이긴 하다"고 말했다.

하지만 정부의 태도는 안일하기만 하다. 최경환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27일 국정감사 종합감사에서 "현재 가계부채는 감내할만한 수준"이라고 밝혔고 기획재정부 관계자 역시 "정부 차원에서 관리는 계속적으로 하고 있으며 소득 증대 방안이나 소비 여력 확충을 위해 정책을 만들고 있다"는 입장만 반복했다.

현재 내수부문에 비해 수출부문 증가세가 상대적으로 크게 둔화되고 있고 내년도 정부예산안 중 기초연금, 생계급여 등 복지예산 증액과 확장적 예산편성 효과 등을 제외하면 경기회복 모멘텀이 충분하지 않은 상황이다.

특히 은퇴시장으로 대거 유출되는 베이비부머 가장들이 리스크를 안고 사업전선에 뛰어들 경우 불량 채무가 속출해 임계치 도달을 앞당길 가능성도 적지 않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김슬기 기자ssg14@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