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명거래금지법 시행 1주일..PB센터에선 무슨일이

2014. 12. 7. 20:33이슈 뉴스스크랩

차명거래금지법 시행 1주일..PB센터에선 무슨일이

자산가 “수억 증여세 내느니 벌금 물것”
차명거래 벌금 최대 5000만원…고소득층 버티기
매일경제 | 입력 2014.12.07 18:21

 

지난달 29일 차명거래금지법이 시행된 지 일주일. 중산층 이하 소비자들이 차명계좌를 서둘러 실명화하는 데 반해 수십억 원대 자산가들은 오히려 '느긋'한 분위기다. 이번 법은 탈세를 포함한 불법 차명계좌를 원칙적으로 금지해 그동안 관행적으로 자산을 여러 명의로 분산해 이체시켜 놨던 자산가들에게 타격을 입힐 것으로 예상됐다. 하지만 시중은행 PB센터는 오히려 잠잠한 분위기다.

A시중은행의 한 PB는 "차명계좌에 예치한 금액이 비교적 적은 분들이 오히려 차명거래금지법에 대해 많이 물어보고 실명으로 전환했다"며 "금액이 수십억 원대인 자산가들은 처벌 수준이 경미하고 국세청 세금조사 가능성이 낮다는 점을 확인한 뒤 차명계좌를 유지하는 쪽을 택한 사람이 많았다"고 전했다.

일부 자산가들이 차명계좌를 유지하는 이유는 적발 시 물게 되는 벌금이 적기 때문이다. 세금 회피를 위한 차명거래는 최대 징역 5년 또는 벌금 5000만원의 형사처벌을 받게 돼 있다. 대부분 자산가들은 수억 원대 차명거래를 했다면 당국에 적발되더라도 벌금형 수준의 처벌에 그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B시중은행의 다른 PB는 "재벌 수준의 대규모 차명거래가 아니라면 보통 1000만원 내외 벌금형을 받을 것으로 예상한다"며 "벌금형도 전과기록으로 남기 때문에 대부분 자산가들이 꺼리겠지만 일부는 증여세 수억 원을 내기보다 벌금 1000만원을 받는 게 낫다고 여긴다"고 전했다. 차명거래 목적이 상대적으로 모호한 경우 계좌가 적발되면 보유 목적을 밝혀야 한다.

만약 증여임을 인정하면 그에 맞는 증여세를 낸다. 다만 일부 자산가들은 수억 원대의 증여세를 내기보다 차명계좌임을 밝히고 벌금 수천만 원을 내는 것이 유리하다고 본다는 얘기다. 명의자와 실소유자 간의 분쟁이 벌어지더라도 소정의 합의금으로 해결될 가능성이 높다.

상황이 이렇게 된 것은 차명거래금지법의 처벌 기준이 비교적 경미하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현행 부동산실명법은 등기를 낼 때 무조건 실명으로 내게 돼 있다. 만약 차명으로 등기를 냈을 경우 적발되면 징역 5년 이하 또는 벌금 2억원 이하 처벌을 받는다. 적발 시 부동산 명의신탁 약정은 무효에 해당하고 위반할 경우 부동산가액의 30%에 해당하는 금액에서 과징금도 부과된다. 끝까지 실명으로 전환하지 않으면 1년 10%, 2년 20%씩 이행강제금도 부과된다. 이에 비해 차명거래금지법은 차명거래 적발 시 실명 전환이 원칙이지만 이행강제금 등이 없다.

금융권 관계자는 "과세소득이 5억원 이상 되지 않는다면 현실적으로 국세청 세무조사 대상이 될 가능성이 적어 보인다"며 "법이 급하게 추진되면서 일반인들에게 법의 취지에 대한 설명이 충분히 되지 않은 것이 안타깝다"고 말했다.

[배미정 기자 / 김효성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