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이비박스' 설치 5년… 두고 간 아기 4명(2010년 서울) → 220명(올해)으로 늘어

2014. 12. 29. 22:18이슈 뉴스스크랩

'베이비박스' 설치 5년… 두고 간 아기 4명(2010년 서울) → 220명(올해)으로 늘어

서울 한 교회가 처음 설치

"아기 버리는 걸 조장" 對 "생명 살리는 역할" 맞서

조선일보

2011년 이종락 목사가 자신이 만든 베이비박스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이태경 기자

전국의 영아 유기(遺棄)가 서울의 '베이비박스'로 집중되고 있다. 아기가 아무데나 버려지는 것을 막아 생명을 살려온 게 베이비박스의 순기능이었지만, 베이비박스 설치 이후 유기 영아가 늘고 있어 영아 유기를 조장한다는 비판도 지속되고 있다. 베이비박스란 아기를 키울 수 없게 된 부모가 아기를 두고 갈 수 있도록 서울 관악구의 한 교회가 2009년 말 교회 벽에 만들어놓은 상자다. 이곳에 버려진 아기들은 교회 측이 한 달쯤 보호하며 구청과 협의해 입양처를 찾아보고, 입양처가 없으면 서울시 아동복지센터로 옮긴다. 아동복지센터는 아기들을 보호하다 시내 32개 보육원 중 자리가 빈 곳에 보낸다.

28일 서울시에 따르면, 올 한 해 서울의 베이비박스를 통해 유기된 영아는 220명이다. 올해 전체 서울시내 유기 영아 228명의 96.4%에 달하는 수치다. 2010년 4명이 베이비박스를 통해 유기된 데 비하면 50배 이상 급증한 셈이다. 2009년 12월 민간 종교단체가 베이비박스를 설치한 이후 서울시내 유기 영아는 2010년 20명, 2011년 43명, 2012년 79명으로 꾸준히 늘다가 작년 239명으로 급증했다. 반면 보건복지부가 매년 발행하는 보건복지통계연보에 따르면, 전국의 유기 영아는 2010년 191명, 2011년 218명, 2012년 235명, 2013년 285명으로 완만하게 증가하고 있다. 유기 영아가 전국적으로는 완만하게 늘고 있는 반면, 서울은 급증하고 있는 것이다. 이에 대해 전문가들은 "전국 각지의 구청이나 보육원에 버려지던 아이들이 베이비박스로 몰리고 있다"며 "'베이비박스에 아기를 맡기면 안심' 이라는 인식이 퍼진 것"이라 말한다.

5년 전 서울 관악구에 베이비박스를 설치한 주사랑공동체 이종락 목사도 "베이비박스는 생명을 살리는 역할을 하고 있다"며 그 순기능에 대해 설명했다. 이 목사는 "영아 유기가 증가한 것은 친부모의 출생신고를 의무화한 입양특례법 개정 때문"이라며 "나도 베이비박스 없는 사회가 되길 바라지만, 그전에 법을 국내 현실에 맞게 개선하는 게 우선"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베이비박스가 아기를 버릴 마음을 쉽게 갖도록 하는 측면이 있다는 비판도 줄어들지 않고 있다. 서울의 베이비박스를 본떠 지난 5월 설치된 경기도 군포시 베이비박스에도 설치 5개월 만에 아기 18명이 버려졌다. 숭실대 사회복지학과 노혜련 교수는 "베이비박스가 아기를 쉽게 버릴 수 있는 통로로 악용되고 있다"며 "유기된 아이들을 돌보기 위해 베이비박스를 설치했다는 의도는 존중하지만, 친부모가 아기를 버리기보다는 키울 수 있도록 지원책이 더 필요하다"고 말했다.

[김효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