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 1. 5. 21:30ㆍC.E.O 경영 자료
‘부채 함정’에 빠진 지구촌, 한국은 자유로울까?
[한겨레] 국제결제은행, ‘부채 함정’ 경고
고부채와 저금리·저성장의 악순환
신흥국 기업부채, 새로운 위기 진앙지로
우리나라 기업부채, GDP 300% 육박
한계기업 정리 못해 악성부채 늘어
중국 위협 맞물리며 리스크 가중
세계 금융위기에서 한가지 교훈을 찾는다면, 이른바 ‘디레버리징’(부채 감축)의 중요성이다. 미국 서브프라임 모기지(저신용 담보대출) 사태에서 드러나듯, 부채에 의존한 성장은 막대한 대가를 치르게 마련이다. 사실 우리나라의 외환위기도 마찬가지였다. 당시는 가계부채가 아니라 기업부채가 문제였지만 말이다.
이런 교훈은 그저 말장난에 지나지 않는 것일까? 세계 금융위기를 거치면서 부채 의존적인 경제성장의 취약성에 많은 관심이 쏠렸지만, 정작 지금도 부채가 늘고 있다. 세계 금융위기의 핵심 고리였던 가계부채는 선진국을 중심으로 많이 줄어들었지만, 대신에 경기부양 차원의 정부부채가 늘어난 것은 물론이고 기업부채가 급증하고 있는 탓이다. 그것도 이제는 선진국이 아니라 신흥국의 부채 증가가 문제다.
이러한 부채 증가에도 불구하고 오히려 세계경제의 중장기 성장 전망은 계속해서 하향 조정되는 추세다. 이런 맥락에서 세계 “중앙은행의 은행”으로 자임하는 국제결제은행(BIS)은 “부채 함정”의 위험을 경고한다. 그동안 부채에 의존해온 성장 과정에서 정작 자원운용의 왜곡으로 인해 경제성장의 잠재력이 훼손되고 있다는 지적이다. 실제로 한때 세계 부채 증가를 이끌었던 미국이나 유럽 등 선진국의 경우 노동생산성의 둔화가 이어지고 있다.
부채 함정은 고부채가 저금리와 저성장으로 이어지는 악순환을 의미한다. 우선, 부채가 늘면 이자 부담을 지탱하기 위해 저금리가 불가피해진다. 그리고 저금리 탓에 많은 돈이 풀리는데, 지금처럼 불확실성이 만연한 상황에서는 대부분이 기존 부채 상환이나 일종의 화폐퇴장으로 전용된다. 특히 후자의 경우 유동성 관리나 예비자금 확충을 위한 기업저축 증대가 대표적인 사례다. 즉, 생산적 투자가 아니라 대부분 비생산적 투자로 귀착되어온 것이다.
그 결과가 저성장의 장기화, 혹은 세계적 경제석학인 로런스 서머스가 제안한 “장기 정체”의 위험이다. 그는 이런 상황에서 정부나 중앙은행의 부양책이 대부분 부채 누적으로 귀결되어 반복적인 거품 혹은 금융불안만 양산하고 있다고 지적한다. 사실 세계 금융위기 이후 무려 6년 이상의 시간이 흐른 지금도 세계경제의 정상화는 요원한 반면, 국제 금융시장이 국지적 버블을 포함하여 널뛰기를 하고 있는 것도 그 때문이다.
특히 선진국에서 제대로 된 소화처를 찾지 못한 자금이 흘러들면서 신흥경제의 부채를 키우고 있는 점이 문제다. 최근 중국을 비롯하여 신흥경제에서 추세적인 성장 둔화와 수익성 및 효율성의 둔화에 시달리면서 구조조정의 필요성이 부각되는 것도 이런 연유에서다. 이런 가운데 일명 제16차 제네바 보고서(‘Deleveraging? What Deleveraging?’)는 부채위기의 새로운 진앙으로서 신흥경제의 기업부채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미국 연준의 출구전략, 즉 유동성 회수 향방에 촉각이 집중되면서 신흥시장이 요동치는 것도 그 탓인 셈이다.
우리네 사정도 크게 다르지 않다. 외환위기 당시 우리는 국내총생산(GDP) 대비 200%에 육박하는 막대한 기업부채로 인해 극심한 홍역을 치러야 했다. 하지만 기업부채가 이후에도 꾸준히 증가하여 이제는 300%에 육박한다. 외환위기 당시만 해도 1000조원에 미달했으나, 지금은 4000조원이 넘는다. 최근 국내에서 가계부채가 쟁점화되고 있지만, 실은 외환위기 당시 지디피 대비 60%를 조금 넘는 수준에서 현재 80%대 후반으로 올라선 정도다.
국제결제은행에 따르면, 세계 기업부채 평균은 지디피 대비 100%에도 미달한다. 나름대로 비교 기준의 차이가 있겠지만, 그만큼 국내 기업부채가 많다는 의미다. 반면 우리나라 가계부채는 신흥국에 비해서는 상당히 높지만, 선진국 평균을 조금 웃도는 정도에 그친다. 또 최근 국내 정부부채가 급증하고 있지만, 선진국은 물론 신흥국에 비해서도 아직 낮다.
부채 증가가 무조건 나쁜 건 아니다. 기업이나 경제 규모가 커지면서 부채가 느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문제는 부채의 구성 혹은 질이다. 국내에서도 한계기업 정리가 제대로 진행되지 못한 가운데 악성 부채만 늘고 있다. 또 실적이나 경영여건이 좋을 때는 모르지만, 그렇지 않으면 과잉부채가 족쇄로 작용하거나 위기 촉매제가 되곤 한다. 가뜩이나 중국발 경쟁 위협과 맞물려 국내 기업환경에 적신호가 온 상황에서 기업 리스크만 가중된 셈이다.
올해 세계경제는 부채위기의 가능성과 관련하여 고강도의 시험이 예상된다. 특히 연준의 출구전략에 따른 국제 자금흐름의 재편 과정에서 신흥시장의 기업부채가 집중 조명될 공산이 크다. 그동안 우리나라는 여러 차례 위기를 거치며 거시건전성을 개선하기 위해 노력해온 결과, 대외 충격에 대한 면역력을 꾸준히 키워왔다. 하지만 기업부채를 중심으로 민간 부문의 건전성에 대해서는 의구심이 상존한다. 가계부채도 대부분 임계점에 다가섰다는 게 중론이다. 혹시라도 부채를 키우는 전략의 위험성에 대해 비상한 관심이 요망된다.
장보형 하나금융경영연구소 경제연구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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