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치아픈 가계부채, 유럽 4개국 어떻게 줄였나…

2015. 2. 6. 19:33C.E.O 경영 자료

골치아픈 가계부채, 유럽 4개국 어떻게 줄였나…

 

[헤럴드경제=황혜진 기자]빚에 허덕이는 가계부채 한계가구 137만구. 가처분소득에서 원리상환액 비율이 40%가 넘는 가계부채 고위험군 234만 가구. 1000조원이 넘는 가계부채에 몸살을 앓고 있는 2015년 한국의 현주소다.

가계부채가 한국경제의 시한폭탄이 되고 있다. 돈을 풀어서 경기를 부양하고 수출기업을 돕는 환율전쟁에서 한국만 유독 금리인하 카드를 놓고 고민만 하는 것도 가계부채가 발목을 잡고 있기 때문이다. 가계부채가 한은의 통화정책의 운신폭 마저 가둬놓고 있는 꼴이다.

그렇다면 2000년대 말 우리와 비슷한 가계부채 위기를 겪은 유럽 4개국(아이슬란드ㆍ영국ㆍ스페인ㆍ네덜란드)은 어떻게 가계부채의 암울한 터널을 벗어났을까. 짧지만 굵게 가계부채 터널을 벗어난 아이슬란드와 영국, 반면 늑장대응에 때를 놓치고 지금도 가계부채 발목에 잡힌 스페인과 네덜란드의 사례를 통해 우리나라에 필요한 해결책을 모색해 봤다.

▶조기대응ㆍ부채감면 vs 늑장대응ㆍ위험불감증 =경기침체에 빠진 유럽국가 중에서도 견고한 경제성장을 하고 있는 몇 안되는 나라로 꼽히는 아이슬란드와 영국 역시 수 년전까지만해도 가계부채 발 경제위기에 봉착했었다. 하지만 두 나라 모두 조기대응과 부채감면 등 적극적인 가계부채 정책을 내놓으며 1~2년만에 위기를 극복했다. 더욱이 구조개선과정에서 가계부채비율이 하락해 이후 소득증가 상황이 되자 소비진작으로 이어지며 성장의 밑거름이 되고 있다.

아이슬란드는 1990년대 중반 금융시장 자유화 등으로 은행의 해외 차입을 통한 대출이 늘어나면서 가계부채가 급증했다. 절대적인 규모, 늘어나는 속도와 함께 가계부채 대부분이 환율에 연동돼있다는 점은 치명타였다. 금융위기 이후 통화가치가 급락하면서 환율과 연동된 가계부채가 심각한 문제를 야기했다.

하지만 아이슬란드 정부는 일사분란했다. 부동산가격 하락으로 주택담보대출의 부실화가 진행되자 곧바로 담보물 압류를 금지하고 환율 연동 부채의 원리금 지급규모를 위기 이전 수준으로 동결했다. 한 달 뒤엔 부채구조조정 프로그램도 실시해 가계대출 원리금 상환액이 고용상황과 임금 수준이 반영되는 지수와 연동되도록 해 가계의 상환 부담을 줄였다. 1년 뒤엔 추가대책으로 채무자와 채권자간 자발적 채무부담 경감협상을 유도했고 단계적으로 빚을 갚을 능력이 있는 가계를 엄격히 평가해 채무감면 조치를 시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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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 역시 정부의 신규주택담보대출 상품 출시와 주택가격 상승에 따른 부동산 투기수요가 몰리면서 주택담보대출, 신용대출이 2008년까지 가파르게 증가했다. 이후 글로벌 금융위기로 주택가격이 폭락하며 가계부채 폭탄이 터졌다. 자산가치는 하락하는데 실업률 상승에 따라 소득이 감소하면서 내수위축과 성장률 하락이 뚜렷했다. 당시 GDP성장률은 2008년 2/4분기 이후 5분기 연속 마이너스를 기록했다.

영국 정부도 조기에 적극적으로 해결에 나섰다. 2009년 초 주택압류 가능성이 높은 가계를 대상으로 주택가치를 초과하는 대출금액을 정부가 대신 부담해주거나 해당주택을 정부가 매입한 뒤 가계에 임대해줘 가계붕괴를 막았다. 취약계층에 대해서는 이자지급액의 일부분을 보조해줬다.

반면 가계부채 위험에 대해 안일한 인식을 가지고 있던 스페인과 네덜란드는 이후 유로존의 문제아로 전락했다. “아직은 문제가 아니다”라고 판단해 대책마련이 늦었고 직접적으로 나서기 보다 금융기관에 자발적인 채무조정을 유도했다. 결과적으론 효과적으로 가계부채를 감축하지 못했다.

특히 가계의 대출 원리금 부담을 경감시키기보다 대출증가 억제에 초점을 맞췄다. 상환능력이 없는 부채가계는 또 다시 빚을 내서 갚아아 하는 악순환이 이어졌다. 결과적으로 가계부채는 증가했다. 그 영향으로 두 국가의 주택가격은 더 떨어지면서 소비도 동반감소하며 수년째 경제침체의 고리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우리의 선택은? =신제윤 금융위원장은 지난 5일 국회 정무위원회 전체회의에 출석해 “가계부채는 가장 큰 고민 중 하나”라며 “자영업자나 노인, 상호금융 등 취약 부분이 특히 우려스러운 만큼 4월전에는 관련한 조치를 국회에 보고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만큼 가계부채 문제를 심각하게 바라보고 있다는 것이다. 금융위가 단기ㆍ변동금리 대출을 장기ㆍ고정금리로 전환하려는 것도 이와 맥을 같이한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시기적으론 적절하지만 방식에 대해서는 보다 면밀한 정책구상이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박영준 하나금융경영연구소 연구위원은 “지난해 하반기부터 가계부채가 급속도로 늘어난 만큼 현재 정부의 대책은 적절한 것으로 생각된다”면서도 내용과 방향에 대해서는 정부의 정책에 이견을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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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부채를 줄이려면 대출규모를 줄이거나 소득을 늘려야 하는데 이런 근본적인 대책은 전혀 없다“면서 “한쪽에서는 부동산규제를 풀어 가계부채를 늘리고 있어 과연 효과적으로 가계부채가 줄어들지 의문이다. 담보가치가 떨어지지 않는 수준에서 가계부채의 증가속도를 일정 수준으로 억제할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한은이 지난 3일 공개한 금통위 의사록에 따르면 한 금통위원도 “정부의 가계부채 구조개선 대책이 가계의 대출상환 불능 위험을 줄이는 데는 효과가 있을지 모르지만, 자칫 가계부채의 총량을 늘릴 수 있다”고 지적했다. 정부 정책이 가계부채의 상환 구조만 바꾸는 것이지 총량이나 증가 속도를 줄이지는 못할 것이란 우려다.

한 전문가는 이와 관련 “가계부채 탕감은 도덕적해이를 키울수 있기 때문에 반드시 갚을 수 있는 능력이 있는 가계에만 선별적으로 이뤄져야 한다”며 “무조건적인 금융사 압박을 통한 가계부채 탕감은 신용대출 위축으로 나타날 수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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