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 불안한 한국인.. 쓸 돈 아끼고 현금 쌓아둔다

2015. 2. 27. 20:43C.E.O 경영 자료

 

미래 불안한 한국인.. 쓸 돈 아끼고 현금 쌓아둔다

 

가계당 월평균 흑자액 작년 94만7000원 '최대'
투자처 없어 쌓아두는 기업 사내유보금과 달리 고용불안 등 불확실성에 현금 확보해놓는 상황

파이낸셜뉴스
가계가 불확실한 미래에 대비해 소비를 줄이는 대신 현금성 자산 보유를 늘리고 있다.

가계의 월평균 소득 대비 흑자액 비중을 보면 지난 2005년부터 18~19%를 유지해왔지만 2012년 이후부터는 20%를 넘으며 지속적으로 비중이 커지는 상황이다. 흑자액은 가계의 가처분 소득에서 지출을 빼고 남은 돈이다.

내수 활성화를 위해 민간소비가 핵심인 상황에서 위축된 소비를 늘릴 수 있는 정책적 지원이 요구되고 있다.

■여력 있지만…

26일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해 가계당 월평균 흑자액은 94만7000원으로 사상 최대치를 기록했다. 이를 월평균 소득 대비로 환산하면 22%에 이른다.

지난 2005년부터 2011년까지 월평균 소득에서 흑자액이 차지하는 비중은 18~19%로 큰 변화가 없었다. 하지만 2012년 21%, 2013년 21.6%, 지난해 22%로 늘어났다. 이는 소득이 늘어나는 속도에 비해 흑자액이 증가하는 속도가 더 빠르기 때문이다.

가계의 월평균 소득을 보면 지난 2005년 289만8000원에서 지난해 430만2000원으로 48.4% 늘어났다. 반면 같은 기간 흑자액은 53만2000원에서 94만7000원으로 78% 늘어났다. 소득이 늘고 있지만 더 빠른 속도로 흑자액이 늘고 있는 것이다.

이처럼 가계가 사용하지 않고 소비를 유보하고 있는 자금은 기업의 사내유보금과는 성질이 다르다. 소비를 늘리지 않는다는 점에서는 두 가지가 동일하지만 사내유보금은 마땅한 투자처가 없어서 투자를 주저하는 것이고, 이른바 '가계유보금'은 미래에 대한 불안감에 소비를 하지 않는다는 점에서 차이가 있다.

최배근 건국대 교수는 "가계가 소비를 줄인다는 것은 미래 불확실성, 즉 경제 상황을 비관적으로 본다는 것"이라며 "소비는 심리가 중요하다. 고용이 불안하고 임금인상도 사실상 0% 수준인 상황에서 가계가 현금과 같은 가용성 소득을 최대한 확보하려 하는 것은 당연하다"고 지적했다.

김민정 현대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경기가 살아나지 않으니 소비심리가 위축되는 것"이라며 "고령층은 최근 급격하게 소비를 줄이고 있는데 이는 수입이 한정적인 상황에서 고령화사회로 진입하면서 미래에 대한 불안감이 커져서다. 중산층은 전세자금 등 비싼 주거비를 부담하기 위해 쓸 돈을 아끼다보니 소비가 줄어드는 경향이 있다"고 설명했다.

■결국, '일자리'가 답

국내총생산(GDP)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는 가계 중심의 민간소비가 침체된다는 것은 디플레이션 압력이 커지고, 이는 물가를 떨어뜨리는 악순환으로 연결될 가능성이 높다.

전문가들은 가계가 유보하고 있는 소비를 이끌어낼 수 있는 정책적 지원을 강조하고 있다. 이와 관련, 핵심은 안정적인 일자리 창출이라고 지적했다.

가계 입장에서는 양질의 일자리를 바탕으로 매달 또는 매년 예측 가능한 수익이 안정적으로 발생한다면 불안감을 지우고 소비에 나설 수 있다. 특히 소비성향이 높은 청년층이 일자리를 가질 경우 가계 소비를 늘릴 수 있는 여력이 더 클 것으로 보인다.

최성근 현대경제연구원 선임연구원은 "가계소득 증대를 위해서는 일자리 창출 등 다양한 지원책을 확대해야 한다"며 "고부가가치화 추진으로 기업의 생산성 향상 지원이나 투자여건 개선 등을 통해 기업소득이 가계소득으로 자연스럽게 환류될 수 있도록 유도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가계부채를 줄이려는 노력이 중요하다는 지적도 있다. 지난해 9월 말 현재 가계부채 총량은 1089조원이다. 아무리 저금리 상황이라고는 하지만 대출로 발생하는 막대한 이자비용은 가계 입장에서 쉽사리 소비에 나설 수 없게 만드는 핵심 원인이 되고 있다.

coddy@fnnews.com 예병정 기자
파이낸셜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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