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 2. 28. 20:58ㆍC.E.O 경영 자료
입력 : 2015.02.28 03:03
[송경모의 '드러커式 세상읽기']
- ▲ 송경모 미라위즈 대표·피터 드러커 연구가
'목표에 의한 경영(Management by Objectives·이하 MBO)'이란 말이 있다. 조직 전체의 공동 목표와 그에 따르는 부서별 다양한 목표 체계를 도입하고, 그 성과를 주기적으로 점검하자는 것이다. 흔히 목표 관리제라고 부른다.
드러커가 1954년 최초로 MBO의 원리를 제시한 뒤 경영학계 유행어가 되었다. 1970년대 미국 닉슨 행정부에서 공공기관 업무에 도입했고, 한국에선 1997년 이후 지방자치단체와 공공 부문에서도 채택했다. 실행 과정에서 수많은 시행착오가 있었지만, 조직원들의 관료적 태도를 목표와 성과 지향적으로 바꾸는 데 상당한 기여를 했다.
드러커가 처음 이 사상을 설파했던 당시의 이름은 '목표에 의한 경영과 자기통제(self-control)'였다. 목표를 외부에서 정해주는 것이 아니라 조직의 공동 목표에 부합하도록 각 부서 조직원들이 스스로 정하게 하자는 취지였다. 물론 이때 상사와 부하 사이에 협의가 반드시 필요하다.
통용되는 번역어 '목표 관리제'에서 '관리'라는 단어에는 자율과 실천이 아니라 타율과 통제의 느낌이 있다. 그러나 MBO의 근본 취지는 사람이 권력으로 사람을 통제하는 것이 아니라 목표가 '자발적으로' 사람을 움직이도록 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러므로 '목표 관리제'보다는 '목표 중심 경영' 또는 '목표 지향 경영'이라는 번역이 더 적합할지 모르겠다.
드러커는 석공의 우화를 들어 MBO의 본질이 '자율'에 이어 '기여'에 있음을 짤막하게 표현했다. 왜 돌을 쪼느냐는 질문에, 한 사람은 "먹고살려고", 다음 사람은 "가장 멋진 솜씨로 돌을 쪼는 사람이 되려고", 마지막 사람은 "성당을 짓기 위해"라고 대답했다. 이 셋은 각각 '노동자', '전문가', '경영자'라고 불린다. 경영자는 성당을 짓기 위해 필요한 석재를 만드는 것이지, 스스로 자신의 솜씨에 도취해서가 아니다.
목표가 달라지면 일하는 방식이 달라진다. 하지만 많은 사람이 일을 하면서 목표를 종종 잊는다.
특히 후대의 전문가들이 MBO를 절차화하면서 원래 취지로부터 멀어지는 경향이 생겼다. 흔히 드러나는 몇 가지 사례를 들어 보자.
첫째, 많은 경영자가 MBO를 통제 수단으로 사용한다. 주로 목표를 상부의 입맛에 맞게 설정한 뒤 하위 부서에 부과함으로써 자율보다 타율의 원리가 지배하게 된다. 그토록 피하고자 했던 관료제가 오히려 강화된다.
둘째, 무수히 열거된 핵심성과지표(KPI)의 숲 속에서 정작 중요한 목표가 무엇인지 잊기 쉽다. 마치 만능의 초인을 요구하는 것 같다. 우선순위가 불분명하다. 특히 실적 건수 등 수량화 지표는 의도하지 않은 숫자 맞추기 행동으로 끝날 가능성이 높다.
셋째, 평가 지표를 아무리 잘 설계해도 실제 평가는 정치적, 인적 요소로 흐르는 경우가 많다. MBO는 단지 서류 작업으로만 존재하게 된다. 직원들에게는 단지 복잡한 서류 업무만 추가되었을 뿐, 도대체 목표라는 게 있기나 했는지 처음에도 나중에도 알지 못한다.
이런 이유 때문에 MBO를 가리켜 비현실적이라고 비판하는 사람이 많다. 그렇다면 MBO를 이상적으로 구현하는 기업이 과연 있었을까? 드러커는 과연 그 사례를 들기라도 했는가? 불행하게도 없다. 드러커는 그의 저서 도처에서 초창기의 시어스로벅, IBM, 포드, GM 등 수많은 기업의 성공적인 경영 사례를 설명했지만, 그 어느 것도 MBO의 성공 사례로 거명하지는 않았다. 그래서 MBO는 이상인 것이다. 즉 현실이 아니다.
이런 이유로 많은 사람이 드러커를 이상주의자라고 오해한다. 그러나 이상은 현실이 아니라는 이유로 포기할 대상이 결코 아니라, 끊임없이 바라보아야 할 지점이다.
드러커는 MBO를 결코 '기법'으로 제시한 것이 아니었다. 처음엔 '철학'이라 했고, 나중에는 '헌법의 원리'라고까지 말했다. MBO가 추구하는 것은 법 아래의 자유(freedom under the law)였다. 무조건의 권한 위임이 아니라 철저하게 목표에 의해 인도되는 자유였다.
오늘날 천차만별의 MBO와 성과 평가 지침서 속에서 갈피를 잡을 수 없을지 모른다. 이때 만 권의 책을 덮어두고 오직 한 가지 질문만을 끊임없이 던져 보면 어떨까. '나는 지금 도대체 무엇에 기여하기 위해 이 일을 하고 있는가?'
CEO를 포함한 모두가 이 근본 질문을 항상 화두처럼 품어야만 한다. 이런 질문 없이 단지 기계적으로 도입한 MBO와 성과 평가는 또 다른 관료주의가 되어 조직을 속박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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