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언론은 기업이 지배한다고 해도 지나친 말이 아니다. 자본권력은 광고로 언론을 우회 지배할 뿐만 아니라 직접적으로 주요 언론기업의 지분을 확보하고 실질적으로 지배하고 있다. 미디어오늘이 한국언론진흥재단의 ‘2014년 한국언론연감’과 각 언론사의 금융감독원 전자공시 감사보고서 등의 자료를 교차 확인해 분석한 결과 주요 전국·지역 단위 신문과 방송, 인터넷 매체 97%에 기업이 주주로 참여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 가운데 11개 언론사의 지분은 삼성과 현대자동차, SK, CJ, 포스코 등 재벌 대기업 계열사들이 많게는 20%까지 지분을 확보하고 있었다.
한국언론진흥재단 연감에는 11개 전국지와 8개 지역지, 8개 경제지, 2개 IT전문지, 3개 스포츠지, 2개 무료신문, 5개 인터넷신문, 3개 지상파방송사, 11개 지역민영방송사, 18개 지역MBC, 5개 보도 및 종합편성채널 등 총 77개 언론사의 2013년 12월 31일 기준 주주와 지분현황이 집계돼 있다. 일부 지분 현황을 공개하지 않은 언론사들은 미디어오늘이 직접 취재해 확인했다. 미디어오늘은 이렇게 수집한 자료를 바탕으로 주요 언론사 주주 및 지분율의 특징을 짚어봤다.
먼저 기업이 최대 주주로 참여하고 있는 언론사는 총 16곳이다. 아시아경제 대주주인 방송송출 서비스 기업 KMH의 지분율은 2012년 42.08%에서 2013년 87.81%로 2배 가량 높아졌다. KMH가 아시아경제의 기존 주주였던 KB저축은행, 한국산업은행, 신보뉴챌린지, 제일2저축은행 등이 보유한 지분을 사들이면서 최대 주주가 됐다. 전자신문에서는 이티네트웍스가 26.18%로 가장 많은 지분을 가지고 있고, 특히 지분 16.28%를 사모펀드 운용사인 스틱인베스먼트가 보유하고 있는 것도 눈길을 끈다. 한국일보의 경우 장재구 외 특수관계자들이 주식 100%를 보유하고 있다가 지난해 11월 동화그룹에 인수돼 동화기업이 60%, 동화엠파크가 40%를 양분하고 있다.
지역으로 가면 기업이 최대주주인 언론사가 더 많다. 강원일보는 강원흥업이 32.43%로 지배주주고, 영남일보 지분 49.19%는 운강건설이 보유하고 있다. 기업이 1대 주주인 11개 지역민영방송사의 경우 건설회사의 참여가 눈에 띈다. G1 강원민방 대주주는 29.68%를 가진 대양이다. 경기방송 대주주는 지분 39.82%를 가진 호주건설, 광주방송 대주주는 지분 16.59%를 가진 호반건설이다. 청주방송은 두진 외 2인이 35.72%를 보유하고 있다. SBS를 계열사로 거느리고 있는 태영그룹 계열사 태영건설이 강원민방의 지분 7%와 부산 민영방송사 KNN의 지분 6.3%를 가지고 있다.
공정거래위원회가 지정한 자산규모 5억원 이상의 63개 ‘상호출자제한 기업집단’(2014년 기준)도 적지 않게 언론사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포스코가 서울신문 지분 19.4%를, CJ그룹 계열사인 CJ올리브영이 중앙일보 주식 17.59%를, 현대자동차가 한국경제 지분 20.55%를 보유하고 있다. 한국경제는 SK텔레콤이 13.8%, 제일모직이 5.97% 등 전국경제인연합회 회원사들이 지분을 분산 소유하고 있다. 디지틀조선일보는 지분 7.79%가 SK텔레콤 소유고 삼성그룹 계열사 삼성SDS가 동아닷컴 지분 18.99%를, 또 다른 계열사인 제일기획이 한경닷컴 지분 5%를 확보하고 있다.
방송사 가운데서는 미래에셋의 계열사인 미래에셋자산운용이 SBS 지분 7.34%를 가지고 있고, 또 다른 계열사인 미래에셋생명보험은 YTN 지분 14.98%를 보유하고 있다. YTN 지분 19.95%을 가지고 있는 KT&G도 상호출자제한 기업이다. GS그룹 계열사인 GS글로벌도 대구MBC 지분 8.33%을 가지고 있다. G1 강원민방과 KNN 지분을 가지고 있는 태영건설이 속해있는 태영그룹 역시 상호출자제한 기업이다. 강원민방 지분을 각각 5%씩 보유한 대림산업은 대림그룹 계열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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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요 언론사 지분 구조. | ||
사주와 친인척이 주요 지분을 보유하고 있는 사실상 가족 소유 언론사와 특정 종교재단에 의해 운영되는 언론사도 적지 않다. 조선일보는 대표적인 ‘족벌언론’으로 평가받고 있다. 2013년 감사보고서에서는 주요주주로 방상훈 사장(30.3%)만을 언급하고 있지만 2010년 감사보고서를 보면 방상훈 조선일보 사장이 30.03%, 방 사장의 사촌인 방성훈 스포츠조선 사장이 21.88%, 방 사장의 친동생인 방용훈 코리아나호텔 사장이 10.57%, 방 사장의 장남 방준오 조선일보 경영기획실 이사대우가 7.7% 등 방씨 일가가 지분 70.18%를 가지고 있었던 것으로 나타난다. 이밖에도 방일영문화재단이 15%, 조선일보 국장·임원 모임인 조중회가 7.74%를 보유하고 있다. 나머지 7.08% 지분의 행방이 확인되지 않고 있는 상태다. 스포츠조선 지분은 방성훈 외 특수관계인이 100% 보유하고 있다.
디지털조선일보의 경우 2012년까지는 방상훈 사장과 부인인 윤순명씨, 차남 방정오 TV조선 상무, 방용훈 코리아나호텔 사장, 방우영 조선일보 명예회장과 부인인 이선영씨 모두 주주로 이름을 올렸다. 하지만 2013년 주주명단에는 이 가운데 방정오 상무만 확인되고 있다. 그밖에 스포츠조선도 디지털조선일보 지분 10.51%를 가지고 있다.
동아일보 지분은 설립자 김성수의 호를 따서 만들고 김재호 동아일보 사장이 이사로 있는 인촌기념회가 24.14%, 김 사장이 22.21%를, 김 사장의 동생인 김재열 제일기획 스포츠사업총괄 사장이 7.7%를, 동아일보 김병관 회장의 동생인 김병건 전 동아일보 부사장이 6.79%를 보유해 역시 족벌 언론의 지배구조를 갖췄다. 순수하게 김씨 일가가 보유한 지분만 36.7%에 이른다. 김재호 사장과 김재열 사장은 동아닷컴 지분도 각각 16.21%, 6.48% 보유하고 있다.
중앙일보 지분은 중앙미디어네트워크와 홍석현 회장이 각각 32.86%와 29.75%씩 보유하고 있다. 홍 회장은 2012년 29.4%에서 2013년 29.75%로 지분율이 0.35% 높아졌는데 모친인 김윤남씨가 사망하면서 김씨의 지분 0.35%가 합쳐진 것으로 보인다.
조선·동아의 경우 사주의 가족들도 일정 부분 지분을 가지고 있지만 중앙일보는 홍 회장에게 집중돼 있다는 게 특징이다. 홍 회장의 형제들인 홍석조 BGH리테일 대표, 홍석준 보광창업투자 회장, 홍석규 보광그룹 회장, 홍라영 삼성미술관 리움 총괄부관장의 지분을 다 합쳐도 1%가 넘지 않는다. 제이큐브 인터렉티브(조인스닷컴)는 중앙일보사와 중앙미디어네트워크가 지분 55.18%를 확보하고 있다. 홍석현 회장의 지분 13.65%가 2013년 없어진 대신 2012년 8.55%였던 홍 회장의 장남 홍정도 중앙일보·JTBC 공동대표의 지분이 2013년에는 30.95%로 훌쩍 뛰었다.
서울경제는 여전히 장재구 회장을 비롯한 장씨 일가의 소유다. 장 회장이 36.92%를 비롯해 동생 장재민 미주 한국일보 회장이 27.7%, 장재근 전 한국일보 부회장이 4.52%, 누나 장일희씨가 4.62%를 가지고 있다. 대전일보도 설립자 남정섭 전 회장의 아들인 남재두 회장과 손자인 남정호 씨가 지분 81.71%를 가지고 있다. 무가지인 메트로의 지분은 남궁호 회장과 누나 남궁욱강이 각각 47.8%와 16.75% 보유하고 있다.
비영리법인이 주식을 100% 보유하고 있는 언론사도 몇 군데 있다. 국민일보 주식은 조용기 순복음교회 원로목사와 그의 아들 조민제 국민일보 회장이 이사로 있는 국민문화재단이 보유하고 있다. 대구 지역신문인 매일신문 지분 99.32%은 대구교구 천주교유지재단이, 부산일보 지분은 박정희 전 대통령이 부산 지역 유력가 김지태씨의 재산을 몰수해 만든 정수장학회가 가지고 있다. 공영방송사인 KBS 지분은 정부가 100% 가지고 있고, MBC 지분은 방송문화진흥회와 정수장학회가 각각 70%와 30%를 나눠가지고 있다.
우리사주조합이 의미 있는 지분을 가진 언론사는 문화일보와 한겨레 서울신문 등 3곳 정도다. 경향신문은 자가주식과 임직원 주식이 70%를 넘는다.
조선일보는 2010년 12월, 한국일보는 2014년 12월 기준. 그래픽 작업 이우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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