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도에 없는 길 간다더니…논평만 하는 崔부총리

2015. 3. 8. 21:30이슈 뉴스스크랩

[기자수첩]지도에 없는 길 간다더니…논평만 하는 崔부총리

 

[이데일리 문영재 기자] “증세·복지 논란 땐 국회에 공을 넘기더니, 이번엔 기업에 부담을 지우는 모습입니다.”

최근 저녁 자리에서 만난 국회의원 보좌진이 최경환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의 ‘최저임금 인상’ 발언을 두고 한 말이다.

최 부총리는 한 강연에서 디플레이션(경기 침체 속 물가 하락)을 우려하며 “내수를 살리기 위해선 최저임금을 빠르게 인상할 수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그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주요국 가운데 내수진작을 위해 임금 인상을 유도하고 있는 미국과 일본 등을 사례로 들기도 했다.

실제로 오바마 미 대통령은 시간당 7.25달러인 최저임금을 40% 올리는 방안을 추진 중이며, 아베 일본 총리는 법인세를 내리는 대신 기업들이 임금을 올리라고 촉구했다. 임금결정을 노사자율에 맡겼던 독일도 올해부터 시간당 8.5유로의 최저임금을 적용 중이다.

임금인상이 어느 정도 내수진작에 도움이 될 수 있다. 그러나 한국은 미국·일본 등 선진국보다 임금인상 효과가 제한적일 것이란 의견도 적지 않다. 수출 의존도가 높은 우리 경제 구조상 임금인상을 통해 가계소득이 늘어도 내수활성화에 대한 기여도는 작을 것이란 이유에서다.

임금을 올려줄 주체인 기업 사정도 어렵긴 마찬가지다. 경기 부진에 따른 주요 대기업의 지난해 영업이익은 크게 줄었다. 영업이익으로 이자도 못 갚는 기업이 전체의 30.5%나 됐다. 자영업자의 24.4%는 최저임금 수준도 벌지 못할 정도로 취약하다.

최 부총리는 지난해 7월 취임하면서 “저성장의 함정에서 벗어나기 위해 모든 정책수단을 총동원하겠다”면서 “‘지도에도 없는 길’을 가겠다”고 호언장담했다.

그 이후 금리를 내리고 부동산규제를 풀었지만, 경제에 활기를 불어넣지 못했고, 결국 ‘디플레의 공포’를 우려하는 상황에 몰렸다.

정책 실패 얘기가 공공연히 나도는 지금 최 부총리는 경제 논평하는 식의 말이 아니라 백방으로 뛰면서 가시적인 정책 성과물을 내놔야 한다. 뒷짐을 지고 국회나 기업이 답을 내주기만을 기다리기에는 지금 상황이 그렇게 한가하지 않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