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이재민 43% "살아있는게 힘들다"…23만명 피난생활

2015. 3. 10. 20:36지구촌 소식

 

 

日이재민 43% "살아있는게 힘들다"…23만명 피난생활

매일경제
2011년 3·11 대지진 당시 미야기현 나토리시에 살던 한 30대 직장인은 쓰나미가 몰려올 당시 가족과 함께 무사히 대피했다. 지진이 터진 이듬해 그는 결혼을 하고, 집도 복구했으며, 직장에서도 승진하는 등 정상적인 삶으로 돌아오면서 대지진의 악몽에서 벗어났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그는 지난해부터 갑자기 불면증이 찾아왔고, 호흡곤란 증상에 시달려 결국 병원을 찾아야 했다. 1년 동안 주치의에게 상담을 받으면서 치료를 받던 그는 지난 1월 쓰나미 당시 대피했던 초등학교를 찾았다. 이 남성은 주치의에게 대피했던 학교 건물 2층에서 쓰나미에 휩쓸려 사라진 사람들을 보면서 이들을 구하지 못했다는 죄의식에 시달려왔다고 처음으로 털어놓으며 눈물을 글썽였다. 3년이 지난 후에야 외상후증후군(PTSD)이 나타난 것이다.

그의 주치의는 "지난해 9월부터 이런 환자들이 다시 늘고 있다"며 "살아남은 죄책감이 뒤늦게 우울증으로 나타나는 사례가 많아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일본 공영방송인 NHK는 와세다대과 함께 대지진 피해자 1만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한 결과를 토대로 최근 방송한 '동일본 대지진 4년 이재민 1만명의 목소리'를 통해 대지진 4년이 지났지만 이 직장인처럼 여전히 많은 이재민이 아물지 않는 고통에 시달리고 있다고 전했다.

대지진 당시 상흔이 점점 심해지는 이재민들은 물론 그동안 억눌러왔던 감정이 뒤늦게 분출돼 힘들어하는 이들도 적지 않다.

NHK 조사에 따르면 '살아 있는 것이 힘들다고 느낀 적이 있다'고 답한 이들이 43.5%에 달했고, 3명 가운데 1명(32.5%)은 대지진 이후 새로운 병이 생겼다고 응답했다. 대지진 4년이 지났지만 여전히 22만9000여 명이 피난 생활을 하고 있고, 임시 가설주택에 살고 있는 이재민도 9만명에 달하며 육체적·정신적 후유증이 적지 않게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물론 대지진 4년 동안 일본은 놀랄 만한 속도로 부흥에 나서고 있다는 평가도 적지 않다. 부흥청에 따르면 수도시설(완료율 95%), 재해폐기물 처리(99%), 하수도(99%), 하천대책(99%), 철도교통망(91%) 등 상당수 인프라는 복구됐다.

대지진 4년을 맞이하면서 원전을 둘러싼 논쟁은 더욱 가열되고 있다. 아베 신조 정권은 민주당 시절의 원전 폐기 정책 대신 재가동을 선택했다. 이미 가고시마 센다이원전 1·2호기와 다카하마원전 3·4호기가 안전기준을 통과하고 재가동을 준비하고 있다.

하지만 원전에 대한 불안감이 가시지 않고 있는 상황에서 원전 재가동을 반대하는 목소리는 점점 높아지고 있다.

지난 주말만 해도 도쿄에서는 2만명 이상이 참가하는 원전 반대 시위가 벌어졌다.

고이즈미 준이치로 전 총리는 대지진 4주년을 하루 앞둔 10일 아사히신문에 호소카와 모리히로 전 총리와 함께 "3·11을 잊지 않는다. 자연에너지가 비약의 힘"이라는 전면 광고를 실으며 탈원전 운동을 이어갔다. 고이즈미 총리는 11일 후쿠시마현을 찾아 직접 강연에 나설 예정이다.

[도쿄 = 황형규 특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