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잃어버린 20년' 日 실패에서 교훈 찾는 中 정부

2015. 3. 9. 21:15지구촌 소식

'잃어버린 20년' 日 실패에서 교훈 찾는 中 정부

금리 자유·통화국제화·자본시장 개방에서 日 사례 적극 참조

 

(상하이·도쿄 로이터=뉴스1) 최종일 기자 = 중국이 경제적으로 일본을 반면교사 삼고 있다. 리세션(경기후퇴)과 디플레이션으로 점철된 '잃어버린 20년'을 반복하지 않고 세계 2위 경제 대국의 위치를 유지하겠다는 의도에서다.

중국 정부와 당국과 가까운 복수의 소식통들에 따르면 중국은 일본 정부가 30년 전에 단행한 자본 흐름과 엔화 자유화 조치가 1990년대 초반에 일본에서 버블(거품) 형성과 붕괴를 촉발시킨 핵심 요인으로 파악하고 중국 경제가 나아갈 방향에서 교훈을 찾으려고 하고 있다.

중국 당국과 직접적으로 접촉하는 한 소식통은 "이들은 일본의 성공에는 전혀 관심이 없다. 이들의 최대 관심사는 일본의 실책이다"며 "일본과 중국 경제는 많은 유사점을 갖고 있다. 그래서 경험으로부터 배워야 할 것이 상당히 많다고 보고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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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의 정책당국과 정부 씽크탱크의 애널리스트들은 일본과 다른 국가들의 경험에 정통하며, 2012년 센카쿠(중국명 댜오위다오) 열도를 둘러싼 영유권 갈등으로 중일 관계가 크게 악화된 이후에도 정부와 민간 차원의 2차원 커뮤니케이션은 지속됐다고 소식통들은 설명했다.

특히 중국의 성장세가 둔화되고 디플레이션 조짐이 나타나면서 일본에 대한 관심은 세부적인 정책 내용을 중심으로 훨씬 더 커졌다. 중국은 지난 5일 개막한 13기 전국인민대표대회(전인대) 정부 업무보고에서 올해 성장률 목표를 "7% 안팎"으로 설정했다. 이는 24년래 최저인 지난해 7.4%를 밑도는 수준이다.

◇"잃어버린 20년"

중국은 지난 수십년 동안 일본이 추진한 3가지 핵심 금융 개혁을 추진하고 있다. 금리 자유와 통화 국제화, 자본시장 개방이 그것이다. 이들 개혁 조치는 경제 발전에 기여할 수 있지만 잘못된 방향으로 가면 큰 반향을 초래한다.

중국의 정책당국은 일본과 서방국가 간 맺은 1985년 플라자 합의가 1980년대와 1990년대에 엔화 강세 추세를 가속화시켰고 자본 시장 개방을 유발했으며, 결국에는 일본의 '잃어버린 20'년을 촉발시킨 것으로 보고 있다고 소식통들은 전했다.

합의 이후로 엔화는 급등했고 자동차 등 주요 수출 품목은 큰 타격을 받아 생산지 해외 이전 추세는 강화됐다. 이로 인해 성장세가 악영향을 받아 일본은행(BOJ)은 통화완화를 추진했다.

하지만 통화완화에 따른 유동성의 상당 부분은 자본시장 자유화를 따라 유입된 투기성 핫(hot)머니와 함께 증시와 부동산, 그리고 다른 자산시장으로 들어가 레버리징을 통해 팽창됐다.

기우치 다카히데(木內登英) 일본은행(BOJ) 통화정책 위원은 "중국은 일본의 경험에서 이미 교훈을 얻고 있다. 성장이 둔화될 때에도, 중국 당국은 금융 불균형을 증가시키는 정책 조치를 취하지 않고 있다. 이것은 무척 현명한 처사이다"고 평가했다.

그는 자산 버블이 형성되고 있을 때에도 일본은 통화긴축을 추진할 수 없었다고 전하면서, 그것이 미국에 미칠 여파 때문이었다고 설명했다. 기우치는 "일본의 경험 중 하나는 (국제 관계를 고려하기 보다는) 국내 경제 안정을 달성하는 것이 정책당국자에겐 최우선 순위이다"고 강조했다.

◇은행권 통합

중국은 일본의 과거를 상기시키는 또 다른 도전 과제도 안고 있다. 부동산 시장은 정부가 과열을 막기 위해 긴축에 나서고 또 공급이 과잉됐기 때문에 냉각됐다. 이는 성장세 둔화와 맞물려 은행권에서의 불량채권 비중이 급증하고 지방정부가 자금조달에서 추가 타격을 입을 수 있다는 우려를 자아내고 있다.

이와 관련해 소식통들은 중국 규제당국이 일본이 은행 파산에 어떻게 대처했는지로 들여다보고 있다고 말했다. 이는 중국 당국이 금리가 자유화되면 구분지워진 은행권 간에 통합을 준비하고 있다는 신호일 수 있다. 또 다른 상하이 소재 소식통은 "중국 당국이 다른 곳보다 일본을 참조하는 것은 말이 된다. 금융시스템이 무척 유사하기 때문이다"고 말했다.

일본처럼 중국의 기업들은 필요한 자금을 조달할 때에 회사채나 주식을 발행하기보다는 은행권 대출에 과도하게 의존하고 있다. 또 중국은 은행 부문을 과도하게 규제하고 있다. 일례로 은행들이 지점을 낼 수 있는 수와 지역을 제한하고 있는데 일본에서도 1970년대와 1980년대에 이와 유사했다.

한 소식통은 "일본이 1970년대와 1980년대 추진한 은행권 통합은 강한 은행들이 취약한 곳들을 구제하는 방침의 결과였다. 이로 인해 은행들은 네트워크를 확장할 수 있었다. 이 같은 흐름이 중국에서도 발생할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