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냥빚 갚는 '사과의 법칙'

2015. 3. 13. 21:58C.E.O 경영 자료

천냥빚 갚는 '사과의 법칙'

 

[이갑수 INR 대표] 기업이든 개인이든 사과만 제대로 해도 위기를 얼마든지 완화할 수 있다. 위기상황에서 죽느냐 다시 살아나느냐는 어쩌면 '사과'라는 두 글자에 달려 있다 해도 지나치지 않다. 다행히 최근에 위기관리를 기업의 생존차원의 문제로 인식하고 있어 사과도 진일보하는 경향이 있다.

'저는 네 아이의 아빠로서 부모들이 무엇을 원하는지 잘 알고 있습니다. 안전한 장난감일 것입니다.(중략) 최근 납 성분이 함유된 페인트는 부모들의 최고 관심사일 것입니다. 저는 마텔이 현재 적절한 조치를 취하고 있음을 부모님들이 분명히 알아주었으면 합니다. 한 사람의 부모로서, 추가적인 문제가 발견 된다면, 작은 문제라도 그냥 넘어가지 않고 고객들에게 최대한 빨리 그리고 널리 알려서 부모님들이 적절한 행동을 취할 수 있도록 돕겠습니다.'

세계 최대의 장난감 기업 마텔(Mattel)의 CEO인 로버트 에커트가 2007년 9월에 리콜을 실시하면서 월스트리트 저널에 발표한 사과문의 일부이다. 아기를 가진 부모의 마음으로 작성되고 부모들의 감동을 불러 일으켰다고 회자되는 사과문이다. 기업이 위기상황의 초기에 행하는 사과가 이해관계자나 공중들이 그 기업에 대한 평판에 얼마나 중요한 영향을 미치는지의 좋은 사례는 대한항공의 '땅콩 회항'이다. 대한항공은 사건이 불거진 초기에 사과라는 단어는 사용했다. 하지만 사과문을 보는 사람들에게는 자기 합리화는 물론 본질을 호도하는 느낌을 줘 비판에 직면했다.

CBSi-더스쿠프
기업의 사과에서 가장 중요한 건 '타이밍'이다. 위기를 맞은 기업들이 최소한 24시간안에 사과와 관련한 행동을 취하지 않고 책임소재와 사과의 수위 등을 놓고 뜸을 들이다가 골든타임을 놓치는 경우를 종종 보게 된다. 따라서 위기 초기에 사건의 원인이나 책임 소재와 관계없이 피해자나 이해 당사자에게 최소한의 유감과 위로를 표명하는 것이야말로 가정 먼저 취해야 할 원칙이다. 그렇다고 유감 표명이 법적 책임의 인정을 의미하지 않는다. 그런 점에서 2008년 "제품에서 쥐머리로 추정되는 이물질이 발견됐다"는 관계 당국의 발표 3일 후에야 사과문을 내놓은 모 식품회사의 사례는 타이밍을 놓친 대표적 사례다.

반면 2013년 논문표절 이슈가 불거졌을 때 영화배우 김혜수가 깔끔하게 사과해 논란을 종식한 건 골든타임을 실기 하지 않은 좋은 예로 꼽을 만하다. 당시 논문 표절에 휘말린 당사자들이 사과조차 하고 있지 않을 때 김혜수 기획사는 불과 1시간 만에 문제가 있음을 인정했다. 김혜수 역시 다음날 열린 드라마 제작발표 자리에서 직접 고개를 숙여 논란을 반전시켰다.

둘째로 중요한 건 사과문의 메시지다. 사과문은 간결하고 명료해야 한다. 바람직한 사과문일수록 위기가 발생한 상황을 간단하지만 적확하게 적시하고 있다. 책임을 언급과 동시에 위로와 유감을 표명하고, 피해 보상이나 복구 의지 그리고 사후 재발 방지책을 표명한다. 행여 사과문에서 변명이나 국한 해명을 늘어놓으면 역효과만 불러일으킬 뿐이다. 조건부 사과나 변명성 사과는 불필요하다는 거다. 지난해 발생한 세균이나 대장균 파동 때 일부 식품기업이 발표한 사과문의 경우, 어떤 잘못으로 사과를 하는지가 분명치 않아 논란을 빚었다. 억울한 감정을 사과문에 노출하는 등 문제점도 많았다.

마지막으로 사과의 주체를 명확히 해야 한다. 그 주체가 기업 대표인지 임직원 일동인지 아니면 개인인지를 종합적으로 판단해 정해야 한다. 사과문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사실에 대한 솔직한 공개와 진정성의 표현이다. 기업이든 개인이든 사과만 제대로 해도 위기는 얼마든지 완화할 수 있다. 위기상황에서 죽느냐 다시 살아나느냐는 어쩌면 '사과'라는 두 글자에 달려 있다 해도 지나치지 않을 것이다. 다행히 최근에 위기관리를 기업의 생존차원의 문제로 인식하고 있어 사과도 진일보하는 경향이 있다. 현명한 사과를 하는 기업이 더 늘어나길 기대해 본다.

이갑수 INR 대표 kevin.lee@inrcom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