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문수 "17대 총선 때 돈다발 들고와 공천로비.. 모두 아웃"

2015. 5. 13. 20:53C.E.O 경영 자료

[단독] 김문수 "17대 총선 때 돈다발 들고와 공천로비.. 모두 아웃"

“돈 받고 공천 장사 단 한건도 없어, 금품 받았으면 지금 교도소 갔을 것”
당시 홍준표·김성조 등이 공심위원“단속 철저… 결국 실패한 로비”
洪지사 ‘5억원 공천헌금’ 발언엔 “내게도 왔는데… 있을 수 있는 일
세계일보 | 황용호 | 입력 2015.05.13. 06:04 | 수정 2015.05.13. 08

 

2004년 17대 총선 때 새누리당 전신인 한나라당의 공천심사위원장을 지낸 김문수 전 경기지사는 12일 "당시 (공천과 관련해) 돈을 갖고 온 사람이 있었지만 받지 않았다"며 "내게 접근이 안 되자 (그 사람은) 가족, 친척을 통해 돈을 전달하려는 등 죽기 아니면 살기식으로 덤벼들었으나 내가 모두 막았다"고 밝혔다.

김 전 지사는 이날 통화에서 "돈 가져 온 사람이 공천받은 예는 단 한 건도 없었고 다 떨어뜨렸다"며 "그런 짓을 하고 다니는 사람을 어떻게 국회의원을 시킬 수 있나"라고 반문했다. "그때 금품을 수수했으면 지금껏 견디지 못하고 교도소에 갔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돈 공천 로비가 집요하게 시도됐으나 '실패한 로비'였다는 얘기다.

그는 "매번 공천심사 회의 전 '절대로 돈을 받으면 안 된다', '돈을 받으면 우리 모두 죽는다', '이것 하나만큼은 약속을 지키자'고 귀가 닳도록 말해 (심사위원들이) 많이 위축됐을 것"이라고 당시를 회상했다. 그러면서 "심사위원들에게 '돈 갖고 온 사람이 있으면 바로 털어놓아야 한다. 나중에 얘기하면 한방에 다 죽을 수 있다'고 '닦달'했다"고 소개했다.

당시 공천심사위원은 당내 인사로 홍준표, 김성조, 이방호, 심규철, 이성헌 의원과 외부 인사로는 김석준 현 안양대 총장, 이춘호 EBS 이사장, 안강민 전 대검 중수부장, 소설가 이문열씨, 강혜련 이대교수가 참여했다.

김 전 지사는 홍준표 경남지사가 전날 17대 총선 공천심사위원 시절을 언급하며 "영남지역 한 의원이 '5억원을 줄 테니 공천을 달라'고 해 내가 '16대 때는 20억원을 준 걸로 아는데 왜 17대 때는 5억원이냐'하니까 즉각 '20억원을 준다'고 하더라"고 주장한 데 대해 "나한데도 돈을 가져 왔는데, 충분히 그럴 수 있다고 본다"는 반응을 보였다.

공심위에 참여한 한 인사도 이날 돈을 가져온 사람이 있었으나 받지 않고 돌려 보냈다고 진술했다. 그는 "중간에 사람을 시켜 돈을 가져 온 예가 두 건 있었으나 모두 돌려줬다"고 설명했다.

일부는 운동복 차림으로 돈다발이 든 골프채 가방을 들고 당내 실력자 집에 쳐들어 갔으나 '퇴짜'를 맞는 등 돈 공천로비 시도는 씨알도 안 먹혀들었다고 한다.

최병렬 당시 한나라당 대표는 당초 공천심사위원장에 박근혜 의원을 낙점했다. 박 의원이 공천심사과정에서 돈을 받지 않을 것으로 확신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당내 일부 인사의 반대로 '박근혜 카드'는 무산되고 대안으로 김문수 의원이 발탁됐다. 공천 후 돈과 관련한 잡음이 전혀 일어나지 않았고 낙천자도 공천에 승복하는 등 역대 어느 선거 때보다 '공천혁명'을 이뤘다는 평가가 나왔다. 김 전 지사는 "돈 한 푼 받지 않고 사심 없이 공천했지만 원수도 많이 졌다"고 너털웃음을 지었다.

새누리당에서는 홍 지사의 공천헌금 발언이 비록 과거 일이긴 하지만 돈 공천 의혹이 다시 불거질 경우 내년 총선을 앞두고 당에 적지 않은 타격이 될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왔다. 김무성 대표는 이날 국회 본회의를 마친 뒤 기자들과 만나 홍 지사의 공천헌금 발언에 대해 "나는 그것에 대해 말하고 싶지 않다"며 "워낙 한심해서 할 말이 없다"며 구체적인 언급을 피했다.

황용호 정치전문기자 dragon@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