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 5. 19. 20:53ㆍC.E.O 경영 자료
론스타 약점 ‘산업자본’ 정면 공략 못하는 정부
투자자소송 중재서 딜레마… 은행 인수자격 간접 언급만
면죄부 준 입장 뒤집으면 국제적 평판 추락 우려도
한국 정부가 15일부터 미국 워싱턴에서 열리고 있는 투자자-국가소송(ISD)에서 론스타가 외환은행을 소유할 수 없는 산업자본이었다는 점을 정면으로 공략하지 않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시민사회가 우려했던 대로 론스타에 면죄부를 준 ‘원죄’가 있는 금융당국이 론스타의 아픈 부분을 파고들지 않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18일 한국 정부와 론스타 측 관계자의 말을 종합하면 이번 중재심리에서 론스타라는 대주주가 외환은행을 지배할 자격이 있었는지는 핵심 쟁점이 아닌 것으로 나타났다. 중재 과정에 정통한 한 관계자는 “한국 정부는 론스타가 산업자본이라는 점을 강하게 주장하지 않고 간접적으로만 그 부분을 건드리고 있다”고 말했다.
2003년 외환은행 지분 51%를 사들인 론스타는 인수 시점이나 대주주로 있던 2012년까지 일정 기간 산업자본이었기 때문에 외환은행 대주주로서의 자격이 없다는 지적이 제기돼왔다. 금산분리 원칙에 따라 국내에서 산업자본은 금융회사의 지분 4% 이상을 가질 수 없다. 금융당국 역시 론스타가 산업자본이던 시기가 있다는 점을 인정하고 있다. 금융위원회는 2012년 1월 하나금융지주의 외환은행 인수를 승인하면서 “론스타는 2010년 말 기준으로 산업자본에 해당한다고 볼 수 있지만 현시점에선 금융자본”이라고 밝혔다. 전성인 홍익대 교수와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은 한국 정부가 이번 국제중재에서 이기려면 국내법을 어긴 론스타의 투자가 한·벨기에 투자보장협정상 보호받을 수 없는 투자라는 점을 강조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전 교수는 “위법한 투자라는 점을 부각시키려면 산업자본 쟁점을 건드리지 않을 수 없는데 원죄가 있는 금융당국이 이 부분을 강하게 제기하긴 어려워 보인다”고 말했다.
하지만 국제중재 전문가들 사이에선 산업자본 문제와 관련해 한국 정부가 일관성을 유지하는 게 중요하다는 조언이 나온다. 국제중재에서 국가가 패소한 사례를 보면 국가가 자의적으로 입장을 바꾼 점이 문제가 된 경우가 많다는 것이다. 김상조 경제개혁연대 소장은 “이번 국제중재에서 한국 정부가 론스타가 산업자본이라고 주장했다고 알려지면 론스타에 5조원을 물어주는 것 이상으로 한국 정부에 대한 국제적 평판이 추락할 우려가 있다”며 “론스타가 산업자본이 아니라는 예전 판단을 뒤집는 게 반드시 옳지 않을 수 있다는 점도 고려해봐야 한다”고 말했다.
<김지환 기자 baldkim@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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