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업 대신 창업"..자영업자 대출증가 사상최대

"취업 대신 창업"..자영업자 대출증가 사상최대

이데일리 원문 |입력 2015.06.07 13:25 |수정 2015.06.07 1

 

[이데일리 김동욱 기자] 자영업자의 대출증가세가 심상치 않다. 올 들어 자영업자들의 은행권 대출증가율이 역대 최고치로 치닫고 있다. 경기침체로 자영업자들의 체감 경기는 냉랭하지만 은행빚은 눈덩이처럼 불어나면서 대출의 부실가능성이 고조되고 있다. 특히 중동호흡기증후군(MERS·메르스) 사태 등으로 소비심리가 더욱 얼어붙은 데다 올 하반기 금리인상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어 부채상환능력이 떨어진 자영업자들이 대거 거리로 내몰릴 수 있다는 우려감이 높아지고 있다.
◇ 자영업자 대출 넉달새 8조 증가

7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올들어 4월 말 현재 개인사업자 대출잔액은 217조 5000억원으로 지난해 말(209조 5000억원)보다 8조원 증가했다. 지난해 같은 기간 증가액(4조 9000억원)과 비교하면 63%(3조 1000억원) 나 늘었다. 최근 4년간(2010~2014년) 자영업자 대출이 연평균 15조 9000억원씩 증가했다는 점을 감안하면 넉 달 만에 한 해 대출의 절반을 돌파한 것이다. 금감원 관계자는 “2010년 관련 통계를 작성한 이후 가장 큰 폭으로 증가했다”고 말했다. 여기에 상당수 자영업자가 집을 담보로 사업자금을 빌리는 경우도 적지 않다는 점을 고려하면 실제 대출 규모는 더 클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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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한 해 은행권 자영업자 대출은 19조원 증가했다. 지난 2010년말 145조 6000억원 수준이던 개인사업자 대출잔액은 4년 만에 63조 9000억원 늘었다. 최근엔 대출 증가세가 더욱 가팔라져 올 연말엔 대출잔액이 230조원을 무난하게 돌파할 것으로 관측된다.

자영업자 대출이 급증한 것은 은퇴시기에 접어든 중장년층이나 구직 대신 창업을 선택한 청년층들이 대거 자영업 전선에 뛰어든 영향이 크다. 금감원 관계자는 “은퇴를 앞둔 50대 이상의 장년층이나 30~40대의 중년층이 적극 창업에 나서면서 개인사업자 대출이 늘었다”며 “대출은 늘었지만 4월 말 기준 연체율은 0.62%로 크게 우려할 수준은 아니다”고 말했다.

한 시중은행 부행장은 그러나 “정부가 정책적으로 개인사업자 지원을 독려하면서 은행들도 자영업자 대출을 늘렸다”며 “최근 대출이 급증해 예의주시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 자영업자 체감 경기 비상

문제는 급증하는 자영업자 대출이 우리 경제의 발목을 잡을 수 있다는 점이다. 내수침체로 자영업자들의 체감 경기는 악화되고 있기 때문이다. 현대경제연구원 분석에 따르면 자영업자의 체감 경제 성장률은 전년도와 비교해 -2%로 임금근로자(-1%)보다 낮은 상태. 더욱이 자영업자의 체감 소득증감률은 -3.1%로 임금근로자(0.5%)와 격차가 크다. 영세 자영업자의 출혈경쟁으로 퇴출자가 증가하면서 체감 경기가 악화하고 있다는 게 연구원의 분석이다. 소득은 제자리걸음인데 빚이 빠르게 늘고 있는 점도 문제다. 통계청에 따르면 자영업자의 1인당 부채는 8995만원으로 다른 직업군보다 높다.

이준협 현대경제연구원 경제동향분석실장은 “은행권 대출 중 가장 위험한 게 자영업자 대출”이라며 “내수경기 침체로 자영업자의 소득이 줄어들면 곧바로 은행 상환에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특히 “현재 창업시장은 창업할 때 빚을 졌다가 퇴출할 때 갚는 구조”라면서 “지금처럼 내수 침체가 이어지면 급증하는 자영업자 대출이 경제의 뇌관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윤석헌 숭실대 금융학과 교수는 “지금 저금리 상태에선 아직까지 관리 가능한 수준으로 보이지만 추후 금리인상이 단행되면 당국의 관리 가능 범위를 벗어날 수 있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