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 6. 27. 22:12ㆍC.E.O 경영 자료
입력 : 2015.06.27 03:04
美연준 vs. BIS
연준, 닷컴버블 붕괴 때 디플레 대응조치
BIS, 과잉대응으로 자산가격 거품 경고
각각 다른 입장을 가진 천재 경제학자들이나 정책담당자들의 논쟁은 자신의 학자인생과 그 나라의 운명 위에 자리 잡고 있기에 치열한 양상을 보인다.
학자뿐 아니라 정책기관 각국 중앙은행들과 국제결제은행(BIS), 국제통화기금(IMF) 역시 마찬가지다. 경제 사안에 대해 격렬한 논쟁을 피하지 않는다.
최근 10년 내외에서도 여러 번의 강렬한 의견대립이 있었다.
논쟁① 미국 연준(통화주의) vs. BIS(신자유주의)
2001~2004년 중 미국에서는 닷컴버블(IT거품)이 붕괴되면서 디플레이션(경제부진에 따른 물가하락 현상) 우려가 확산됐다. 경제성장률은 2001년 1분기와 3분기에 전분기 대비 마이너스를 기록하기도 했고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2001년 초 3%대에서 급락해 2002년 초에는 1% 수준으로 떨어졌다.
미국에서는 "이러다가 잃어버린 10년을 겪은 일본처럼 디플레이션이 일어나거나 1930년대의 대공황이 재연되는 게 아니냐"는 우려가 일기 시작했다.
그러자 통화정책을 중시하는 미국 연방준비제도 이사회(연준)의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가 대응에 나서기 시작했다. 2002년 11월 예상과 달리 기준금리를 1.75%에서 1.25%로 0.5%포인트 인하해 돈을 풀었다. 41년 만에 최저 수준이었다. 2003년 들어서 FOMC 회의에서 디스인플레이션(disinflation·저물가)의 심화 가능성에 대해 논의한 데 이어 6월에는 기준금리를 45년 만에 최저 수준인 1%로 인하했다.
그러나 신자유주의에 가까운 국제결제은행(BIS)이 여기에 이의를 제기하고 나섰다. 2004년 6월 '낮은 인플레이션과 디플레이션에 대한 이해'라는 제목의 콘퍼런스를 개최해 "중앙은행이 지나치게 디플레이션을 우려해 정책을 잘못 펴고 있다"는 취지의 주장을 폈다.
연준이 디플레이션을 우려해 너무 금리를 낮추면서 경기가 심하게 흔들리고 주식·부동산 등 자산가격에 거품이 낄 우려가 있다는 것이다. BIS는 당시의 인플레이션 둔화 현상이 IT 버블 붕괴 이외에도 중국 등 후발국가들의 저가 공산품 공급 확대, 실물경제에 대한 규제완화 및 기술발전에 따른 생산성 향상 등 구조적 변화에도 힘입은 바 크다고 봤다. BIS는 환경변화를 간과한 채 적극적으로 금리를 인하하면 거품이 발생하고, 이것이 붕괴될 경우 진짜 디플레이션이 발생할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이 논쟁은 결국 BIS 측의 판정승으로 끝났다. 2008년 9월 리먼 브러더스 파산 이후 거품경기가 붕괴한 것이다. 미 연준은 2002~2004년 중 마련했던 디플레이션 대응책(양적완화 등)을 신속하고 과감하게 시행해 디플레이션 위기에서 일단 벗어나기는 했지만 '병 주고 약 주는' 대응이었다는 분석이 나온다.
미 연준은 이에 대한 반성으로 '디플레이션'이라는 단어를 암묵적으로 거의 사용하지 않는다고 한다.
논쟁② 벤 버냉키(통화·재정 정책 총력전) vs. 로런스 서머스(재정 정책론)
두 천재 경제학자의 논쟁은 버냉키의 공격으로 시작됐다. 버냉키 전 의장은 올해 3월 31일 블로그를 통해 서머스 전 장관이 2013년 주장했던 장기 경기침체(secular stagnation) 가설을 정면으로 비판했다.
재정정책론을 주장하는 서머스의 논리대로라면 버냉키와 같은 통화·재정 총력전 주의자가 쓰는 정책 중 금융완화정책은 큰 효과가 없다는 결론이 나온다. 서머스는 이런 주장을 여러 번 공개적으로 밝혔는데 그동안 듣기만 했던 버냉키가 '현직 연준 의장'이란 짐을 벗고 나자 참아온 말을 한 것이다.
버냉키는 "미국 경제는 장기 경기침체 국면과 무관하며 설사 장기침체 상황이라 해도 서머스가 제시한 재정지출 확대 정책은 잘못된 방법"이라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서머스는 다음 날인 4월 1일 자신의 홈페이지에 '장기침체에 대해: 버냉키에게 보내는 답장'이라는 제목의 글을 올려 반박에 나섰다.
서머스는 특히 버냉키가 장기침체 가설의 가장 취약한 부분으로 지적한 '국제적 차원에 대한 관심 부족'에 대해 적극적으로 해명했다. 그는 초과 저축 경향을 보이는 국가가 많아질수록 글로벌 차원의 수요 부족이 발생할 수 있다는 보충 설명을 내놨다.
그러나 버냉키는 서머스의 글이 게시된 지 몇 시간 만에 또 글을 올려 "중국을 비롯한 아시아 신흥국과 사우디아라비아 같은 산유국이 그간 경상수지 흑자 기조, 외환보유액 확충 움직임을 유지해 온 게 글로벌 저축과잉으로 이어져 경제성장과 금리를 억눌렀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전 세계적으로 금리가 사상 최저 수준으로 낮아진 이유를 서머스는 장기침체 가능성에서 찾았다면, 버냉키는 일부 국가의 과도한 저축 때문이라고 본 것이다.
논쟁③ 니얼 퍼거슨(재정 긴축론) vs. 폴 크루그먼(통화·재정 정책 총력전)
2008년 노벨경제학상 수상자이기도 한 폴 크루그먼 프린스턴대 교수는 총력대응론자 중에서도 재정을 풀어 경기를 부양해야 한다는 데 초점을 맞추는 사람이다. 그는 재정을 아끼는 긴축정책을 강력하게 반대했다.
한데 유럽이 재정위기에 빠지면서 일부 국가의 방만한 재정이 문제가 되자 크루그먼의 주장에 공개적으로 반론을 제기하는 사람이 나왔다. 그중에서 가장 격렬한 반대자가 하버드대 역사학 교수인 니얼 퍼거슨이었다. 그는 재정 긴축론을 주장하는 사람이다.
이 두 사람은 몇 년 동안 공개적인 논쟁을 이어왔는데, 이 중 가장 최근에 일어난 것이 지난달 열린 영국 총선에 대한 평가와 관련된 것이었다.
영국 보수당 정부의 입장은 퍼거슨의 입장과 비슷했다. 보수당은 그동안 재정적자를 줄이기 위해 긴축정책을 펼쳐왔고, 긴축정책이 옳았는지는 영국 선거 쟁점 중의 하나였는데, 백중일 것 같았던 선거는 의외로 보수당의 압승으로 끝났다.
이렇게 되자 크루그먼은 5월 8일 뉴욕타임스에 '생각 없는 사람들의 승리'란 칼럼을 써 선거 결과를 비판했다. 그는 "긴축 덕분에 영국이 살아났다는 것은 보수당이 퍼뜨린 잘못된 사실"이라며 "영국은 긴축정책을 써야 할 만큼 긴박한 상황이 아니었다"고 말했다. 재정적자와 국가부채비율 모두 낮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었고 금융위기로 잠시 높아졌을 뿐이라는 얘기다.
그러자 퍼거슨 역시 이틀 후인 10일에 영국 일간 파이낸셜타임스(FT)에 칼럼을 기고해 크루그먼을 공개 비판했다. 그는 "지난 5년 동안 긴축정책은 처참한 결과를 가져올 것이라고 줄기차게 주장했던 케인스주의 경제학자들은 부끄러운 줄 알아야 한다"고 지적했다.
버냉키와 서머스, 퍼거슨과 크루그먼의 논쟁은 앞으로도 상당 기간 지나야 그 승패가 갈릴 전망이다. 물론, 승자가 누구이든 가장 중요한 것은 세계경제가 7년 이상 계속되는 금융위기의 여파를 떨치고 나오는 것이다.
'C.E.O 경영 자료' 카테고리의 다른 글
우리나라는 시급 20000원이 절대 필요하다. (0) | 2015.06.28 |
---|---|
비싸도 '갖고 싶은 냄비'… 애플· 루이뷔통을 연구한다 (0) | 2015.06.27 |
백수오 무혐의는 우리나라 검찰 수준 바로미터 보여준 결과 (0) | 2015.06.26 |
사람이, 아니 적합한 사람이 모든 것이다 (0) | 2015.06.26 |
부부와 가족 친지 이웃사촌과 행복하고 건강하려면......??? (0) | 2015.06.26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