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 미니면세점 급증… 관광·경제 두토끼 잡아

2015. 7. 11. 21:00지구촌 소식

 

 

日, 미니면세점 급증… 관광·경제 두토끼 잡아

조선 입력 : 2015.07.11 03:08

[전국에 1만8779곳… 최근 1년새 3배 늘어]

日 "새 성장동력" 적극 지원 - 세무서 허가만 받으면 OK
편의점·약국들도 뛰어들어 지역 일자리 창출 효과 쏠쏠

관광객 "너무 편해요" 반색 - 백화점 대신 골목길서 쇼핑
3분이면 구매·세금 환급 끝… 印尼·베트남어 서비스도

10일 오후 도쿄(東京) 이케부쿠로(池袋)의 드러그스토어(의약품·잡화·일용품 등을 파는 곳) 체인점 '마쓰모토키요시'. 중국 관광객 장페이(여·27)씨가 소화제, 감기약, 마스크팩, 핸드로션, 색조 화장품 등이 한 움큼씩 담긴 바구니를 계산대에 올린 뒤 여권을 꺼냈다. 매장 직원이 장씨 여권 정보를 계산기에 입력하고 면세용 영수증을 출력했다. 총액 3만4000엔 중 소비세 8%에 해당하는 2720엔이 빠진 영수증이 나왔다. 장씨가 서명하고 직원이 도장 찍으니 계산이 끝났다. 3분이 채 걸리지 않았다.

한국 배우 이민호의 열혈 팬이라는 장씨는 "서울에선 백화점에서만 면세품 구매를 했는데, 도쿄에선 시내 곳곳 소매점에서도 면세 서비스를 받을 수 있어 매우 편리하다. 환율 덕을 많이 보고 있는 데다 세금 환급도 빠르고 편해 만족스럽다"고 했다.

일본을 찾은 관광객들이 도쿄 이케부쿠로의 드러그스토어 면세 매장에서 상품을 둘러보고 있다.
일본을 찾은 관광객들이 도쿄 이케부쿠로의 드러그스토어 면세 매장에서 상품을 둘러보고 있다. /양지혜 특파원
일본 편의·잡화점 업계에 면세 열풍이 불고 있다. 마쓰모토키요시는 이케부쿠로점처럼 계산대에서 곧바로 면세액을 환급해주는 점포를 올 연말까지 200곳으로 기존보다 70% 늘릴 예정이다. 면세 점포를 작년 12월부터 전국 30곳에서 시범 운영했던 세븐일레븐 재팬은 이달 말까지 1000곳으로 확대한 뒤 연내 3000곳까지 늘리겠다고 9일 밝혔다. 시범 운영 때는 면세 절차를 마치는 데 15분 정도 걸렸지만, 새 전산 시스템을 도입해 늦어도 5분 이내 끝나도록 개선했다. 패밀리마트 등 다른 편의점 체인들도 곧 면세 서비스를 도입할 태세다.

대형 면세점 위주인 우리나라와 달리, 일본에서 '구멍가게 면세점'이 급증한 데는 일본이 법 제도 개선을 통해 이를 유도한 것이 큰 몫을 했다. 일본 정부는 관광산업 진흥을 위해 작년 10월 면세점 허용 범위를 대폭 늘렸다. 현지 세무서 허가만 있으면 면세점 전환이 가능하고, 가전·의류에 한정했던 면세 품목을 식품·화장품·의약품으로까지 확대했다. 면세 기준도 최저 1만엔에서 5000엔으로 낮췄다. 필요한 서류 절차도 확 줄였다. 그 결과 동네 잡화점과 약국들이 면세점 전환 대열에 합류했다. 도심 골목마다 간이 면세점이 속속 들어섰다. 지난 4월 기준 정부에 등록된 면세 매장은 1만8779곳으로, 1년 전 5777곳에 비해 3배 이상으로 늘었다.

이는 지방 경제 살리기와도 일맥상통한다. 기존 면세점들은 가전제품 양판점 위주였고 매장도 도쿄·오사카·나고야 등 대도시에 몰려 있었다. 그러나 작년 말 이후 관광객이 기념품으로 선호하는 술·과자·떡 같은 지역 특산물이 면세 대상에 포함되면서 지방 면세점이 급증했다. 동네나 지방 면세 점포라 해도 서비스 질은 전문 면세점에 뒤지지 않는다. 면세 안내판을 영어·일어·중국어·한국어 4개 국어로 병기하는 것은 기본이고, 베트남·인도네시아어 등을 추가로 써 놓은 가게도 있다.

지역마다 구멍가게 면세점이 속속 생기면서, 지역엔 새로운 일자리가 생기고 골목 경제엔 활기가 돈다. 관광객들은 전국 어디서든 면세 혜택을 쉽게 누릴 수 있어 반색한다.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는 지난달 산업경쟁력회의를 주재하며 "2020년 도쿄올림픽까지 지방 면세점 수를 (현재의 6600곳에서) 2만 곳으로 늘리고, 외국인 관광객 지출 규모도 (현재의 두 배인) 연간 4조엔으로 만들자"고 정부 관계자들을 독려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