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협상 후 합의 내용과는 전혀 다른 여론전 왜?

2015. 8. 26. 20:00지구촌 소식

北, 협상 후 합의 내용과는 전혀 다른 여론전 왜?

황병서, 이례적 기자회견 통해 접촉 결과 브리핑

주민 여론 의식·南 상대 기싸움 등 의도

(서울=뉴스1) 서재준 기자 = 북한이 고위 당국자 접촉 이후 남북이 합의했던 내용과는 전혀 다른 여론전을 펼치고 있어 그 배경이 주목된다.

북측 대표단의 수석대표격인 황병서 군 총정치국장은 고위급 접촉이 끝난 당일인 25일 오후 북한 조선중앙TV를 통해 이번 접촉 결과를 브리핑하는 일종의 기자회견을 열었다.

황병서는 이 자리에서 "이번 북남 고위급 긴급접촉을 통하여 남조선 당국은 근거없는 사건을 만들어, 일방적으로 판단하고 일방적인 행동으로 상대측을 자극하는 행동을 벌이는 경우 정세만 긴장시키고 군사적 충돌을 불러올 수밖에 없다는 심각한 교훈을 찾게 되었을 것"이라고 주장하며 우리측과의 협상에서 비무장지대(DMZ) 지뢰 도발에 대해 시인 및 사과를 한 것을 뒤집는 듯한 발언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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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관진 청와대 국가안보실장과 황병서 북한 총정치국장(뉴스1 DB) 2015.8.24/뉴스1 © News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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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병서는 그러면서 "이번 긴급접촉에서 이룩된 합의는 북남 사이의 군사적 대결과 충돌을 막고 긴장을 완화하며, 북남관계를 개선하려는 우리 군대와 인민의 원칙적인 투쟁과 성의있는 노력의 결과"라고 평가하며 이번 남북의 합의가 북측의 '성의'에 따른 것이라는 아전인수식 평가를 내놓기도 했다.

북한이 남북회담이나 접촉 등 협상후 회담 대표가 직접 나서 관련 결과를 브리핑하는 모습을 보이는 것은 상당히 이례적인 일이다.

북한은 통상 조선중앙통신이나 조선중앙TV의 보도를 통해 결과를 간략하게 전하곤 했다.

따라서 황 국장의 기자회견은 북한이 김정은 노동당 제1비서의 주재로 긴급 당 중앙군사위원회 확대회의를 열어 '준 전시상태' 돌입을 선포하는 등의 조치를 해제하는 데 대한 주민 여론을 의식한 것으로 풀이된다.

북한이 '준 전시상태'를 선포하는 경우 군은 물론 일반 단위 사업체와 주민들의 생활에도 영향을 미치는 만큼 '갑작스러운' 대화를 통해 이를 해제하는 데 대한 '민심 달래기' 차원이 아니겠느냐는 해석이다.

이같은 모습은 김정은 체제 들어 하나의 경향을 띠고 나타나기 시작한 특징이기도 하다.

군 당국이 한·미합동훈련인 오는 28일까지 이어지는 을지프리덤가디언(UFG) 종료 뒤 전시계획에 대한 수정 작업에 들어갈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보인다
북한은 지난해 5월 평양의 신축 아파트가 붕괴하는 사고가 발생하자 책임자인 최부일 인민보안부장이 지역 주민들 앞에서 머리 숙여 사과하는 모습을 관영매체를 통해 공개하기도 했다.

한편으론 이번 협상에 대한 북한의 선전전은 우리 측과의 기싸움 의도도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황 국장이 기자회견에서 이번 사건이 우리측의 '자작극' '모략극'이라는 식의 주장을 반복한 것과 군사적 긴장이 우리측의 '일방적 행위'에 의한 것이라는 주장이 담긴 것에서 이같은 의도가 읽혀진다.

남북이 비록 전격적인 합의를 도출했으나 이후 전개될 당국간 회담 및 대화국면에서 협상력의 우위를 점하겠다는 태도를 보이는 것으로 해석된다.

또 북한이 이례적으로 남북간 합의문건에 자신들의 군사도발에 대한 '유감'의 뜻을 담은 것에 대한 우리측 여론의 보도도 의식한 것으로 보인다.

우리측 역시 대북 주무부처인 통일부를 통해 "북한의 '유감' 표명은 '사과'이며 이는 국제적으로 통용되는 표현"이라고 밝히는 등 남북은 협상 후에도 기싸움을 이어가고 있다.